2024년 5월 14일 (화)
(홍) 성 마티아 사도 축일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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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가까운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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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2-12-07 ㅣ No.4325

12월 8일 대림 제 2주일-마르코 1장 1-8절

 

"회개하고 세례를 받아라. 그러면 죄를 용서받을 것이다."

 

 

<너무도 가까운 천국>

 

연례 피정 강의차 남도의 한 수녀원에 온지가 벌써 일주일이 되었습니다. 하루 두 번의 강의와 미사 외에 특별한 일이 없기에 저 역시 피정하는 마음으로 편히 지내고 있습니다. 집에 있는 식구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어 빨리 올라갈 준비를 하고 있지요.

 

도심 외곽에 위치한 수녀원인만큼 완벽한 정적 속에 지내고 있습니다. 단 한가지, 덩치들이 상당히 커서 꽤 위협적인, 또 수녀님들을 잘 보호해야한다는 투철한 사명감과 주인의식으로 똘똘 뭉친, 그래서 저만 보면 으르렁거리는 예비 보*탕들의 위협만 빼면 완벽한 평화 속의 생활이지요.

 

어제는 수녀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양로원엘 잠시 들렀습니다. 할머님 한 분이 별세하셔서 사도예절을 하러 갔었지요. "떡본 김에 제사지낸다"고 간 김에 할머님들 판공성사까지 드렸습니다. 양로원에 머문 시간은 잠시였지만 할머님들을 향한 수녀님들의 극진한 효심을 즉시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양로원에 거주하시는 할머님들은 대부분 몹시 연로한 분들이시기에 환자들도 많고 또 자주 초상도 치러내야 하는 힘겨운 상황이 분명했습니다. 제가 잠시 머무는 짧은 기간동안에도 두 분이나 돌아가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녀님들과 할머님들 사이에서 오가는 정겨운 눈길, 여기 저기서 활짝 꽃피어나는 미소를 통해서 확실히 그 양로원은 "행복한 집"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천진난만한 할머님들을 마치 아기 대하듯, 친 할머님 대하듯 대하시는 수녀님들, 그리고 그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편안히 여생을 보내는 할머님들의 모습에서 "천국의 한 조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천국은 어떤 곳이겠습니까? 천국은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서로 완벽한 일치를 이루며, 아무런 고통도 없이 건강하게 지내는 곳, 아무런 갈등이나 아쉬움이 없는 곳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천국의 분위기는 마치 그 양로원의 분위기와도 비슷할 것입니다. 비록 부족함 투성이일 뿐만 아니라 자질구레한 일상의 고통이 많은 곳이지만 서로 인내하고 서로 용서하는 장소, 끊임없이 자제하고 양보하는 삶을 통해 합심해서 함께 건설해나가야 하는 곳이 바로 천국일 것입니다. 천국은 어디 먼 하늘, 다른 세상에 존재하는 장소가 아니라 오늘 이 순간, 우리가 몸담고 살아가는 이 자리에 우리가 함께 건설해야할 공동체입니다.

 

오늘 대림 제 2주일 복음 세례자 요한은 다가올 하느님나라를 준비할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눈여겨볼 점은 세례자 요한이 하늘나라를 말로서만 선포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보여주었다는 것입니다. 그 하느님 나라는 우리의 갖은 죄악과 악습과 질병이 극복되는 곳, 새로 태어나는 곳, 그래서 다시는 절망이나 죽음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 다시 말해서 그곳은 예수님과 함께 하는 세상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그 하느님 나라는 현실적인 고통이 하나도 없는 곳, 어떤 완벽한 조건이 갖춰진 곳이라기보다는 "서로를 위해 노력해야하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웃의 결핍을 예수님의 눈으로 바라보고 그 결핍을 우리의 기도와 희생과 구체적인 손길로 채워주려는 노력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그곳이 바로 하느님 나라임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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