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4일 (화)
(홍) 성 마티아 사도 축일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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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한 슬라이딩 태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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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3-04-20 ㅣ No.4782

4월 21일 부활 팔일축제 내 월요일-마태오 28장 8-15절

 

"여자들은 가까이 가서 그의 두 발을 붙잡고 엎으려 절하였다. 그러자 예수께서는 그 여자들에게 <두려워하지 말라. 가서 내 형제들에게 갈릴래아로 가라고 전하여라. 그들은 거기서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하고 말씀하셨다."

 

 

<과감한 슬라이딩 태클>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 부활의 첫 목격증인인 여인들은 "이게 꿈이냐? 생시냐?"하면서 스승 예수님의 두 발을 붙잡고 엎드려 절합니다.

 

축구 시합 중에 슬라이딩 태클이라도 하듯이 과감하게 대시를 시도해서 가장 먼저 스승의 발을 붙잡은 여인은 막달라 여자 마리아였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최초로 대면한 마리아가 처음 취한 행동-예수님의 두 발을 붙잡고-은 참으로 의미심장한 행동이었습니다.

 

그렇게도 사랑했기에 꿈결조차 그리웠던 주님, 그 고달프고 비참했던 시기, 세상 모든 사람들이 떠나가던 순간에도 끝까지 삶의 버팀목이 되어주셨던 분, 바로 그 주님께서 돌아가시던 순간, 세상이 끝난 것 같았던 마리아였습니다.

 

"설마 그럴 리가?"하면서도 하루 이틀 사흘이 지나면서 예수님의 죽음은 기정사실화 되었고, 마리아는 역시 이제 슬픔과 분노의 단계를 넘어 체념 상태에 도달했던 것입니다.

 

그런 마리아 앞에 예수님께서 생전과 똑같은 모습으로 발현하십니다. 마리아는 너무나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해서 앞뒤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예수님 앞으로 돌격합니다. 솔개가 먹이 감을 낚아채듯이 예수님을 발을 두 팔로 감싸안았습니다. 혹시라도 다른 여인이 먼저 잡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인정사정 없습니다.

 

놀람과 기쁨과 감사의 마음,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 다시는 예수님을 놓치지 않겠다는 단호한 마음의 외적 표현이 바로 예수님의 두 발을 붙잡는 행위인 것입니다.

 

"붙잡는다"는 표현은 "어떤 실재를 확인하고 소유하려는 인간적인 행위"입니다.

 

우리는 늘 무엇인가, 또는 그 무엇인가를 소유하고 싶고 붙잡아두고 싶은 욕구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 부활의 첫 목격증인인 여인들도 그전에 늘 하던 방식대로 예수님 발 앞에 엎드려 그분을 붙잡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마리아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십니다.

 

"나를 붙잡지 말아라. 두려워하지도 말라. 가서 내 형제들에게 갈릴래아로 가라고 전하여라. 그들은 거기서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

 

이 말씀은 이렇게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마리아야, 미안하지만 나 예수는 이제 더 이상 나자렛 예수가 아니란다. 나 예수는 이제 더 이상 이전에 너희들과 함께 식탁에 앉아 소박한 기쁨을 주고받던 유다인 예수가 아니란다.

 

나는 세상 모든 사람을 구원해야할 만민의 예수, 세상 끝까지 이름이 전해져야 할 세상의 구원자 예수란다."

 

마리아야, 아쉽겠지만 이제 더 이상 나에게서 그 옛날 나자렛 예수를 기대하지 말거라.

 

이제 네가 나를 위해 할 일은 갈릴래아를 비롯한 온 유다 지방에 그리고 세상 곳곳에 내 이름과 영광을 알리는 일이란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이제 나만의 예수님, 우리만의 예수님이 아니라 만민의 주님, 삼라만상의 하느님이 되신 것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향한 보다 성숙한 시각과 성숙한 인식, 그것이 오늘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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