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9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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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측은 봉하마을을 국가기록원으로 착각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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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13-10-03 ㅣ No.176

2007년 남북정상회담의 대화록 실종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대화록이 처음부터 노무현 청와대에서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되지 않았던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노 대통령 재임 시의 기록물들이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되기 전에 청와대 문서관리시스템인 이지원(e知園)에서 대화록이 삭제된 흔적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관련법에 따라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해 국가기록원에 보관해야 할 대화록을 사실상 폐기한 것과 같다.

노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로 가져갔다가 뒤늦게 국가기록원에 반납한 ‘봉하이지원’에 국가정보원 보관본과 같은 내용의 대화록이 존재한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대화록을 2부 만들어 한 부는 국정원에, 다른 한 부는 봉하이지원에 보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검찰은 봉하이지원에서 초본으로 보이는 대화록이 삭제된 흔적도 확인해 복구했다. 대화록을 마치 개인 소유물처럼 취급한 것은 국법(國法) 문란 행위다.

당시 남북정상회담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을 비롯해 북한 김정일 앞에서 저자세를 보인 노 전 대통령이 훗날 그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우려해 기록물을 넘기지 않은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노 전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대화록을 없애버린 것이라면 다른 사람에게 직접적인 책임을 물을 수는 없지만 국민은 구체적인 경위라도 속 시원하게 알아야 한다. 봉하이지원에 존재하는 대화록과 복구한 ‘초본 대화록’의 내용에 일부 차이가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검찰은 그 차이와 이유를 밝혀야 한다.

노무현재단은 “봉하마을에서 반환한 이지원에 대화록이 존재한다는 것이 확인됐으니 더이상 은폐니 사초(史草) 실종이니 하는 주장의 근거가 없어졌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국가기록원에 넘겼느냐, 안 넘겼느냐다. 참여정부 관계자들은 봉하마을을 국가기록원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인가. 재단 측은 어이없는 말장난으로 책임 회피를 하지 말고 실종 경위를 규명하는 데 협조해야 할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올해 7월 대화록 실종 사건이 불거졌을 때 “제가 몰랐던 저의 귀책사유가 있다면 상응하는 책임을 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정원 보관본의 조작 가능성을 거론하는 한편, 이명박 정부에서 국가기록원에 보관 중인 대화록을 폐기했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주장들이 모두 사실이 아니고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에 넘겨지지 않았음이 명백히 드러난 만큼 민주당과 문 의원은 응분의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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