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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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디에이터] Not Yet! (spoi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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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정 [agneskim] 쪽지 캡슐

2000-08-30 ㅣ No.300

 

† 찬미예수님

 

 "You'll meet them again. but not yet!"

 "Not yet!"

아직도 주바와 막시무스의 대사가 귓가에 맴돕니다.

 

영화 [글래디에이터] 보셨어요?

너무 많은 知人들이 권한 영화라 빨리 보고 싶었지만 이제서야 인연(?)이 닿았습니다.

아~ 뭐라고 할까요~

영화를 보고 난 뒤의 그 느낌!

몇 달 전 [잔다르크]를 보고 난 뒤에 감동이 되살아났다고 해야하나??? 오래간만에 좋은 영화 한 편 봤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줄거리 ♧♧♧♧♧

 

때는 서기 180년 로마제국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게르만족과의 일대 결전장에 나선다.

선봉장은 막시무스! 그는 뛰어난 무술 실력과 통솔력으로 군을 장악하고 있다.  

언제나 막시무스가 부하들과 소리 높여 하는 말은 "끝까지 명예롭게~"

 

그의 신호를 기다리며 수 백명의 병사들은 마치 폭풍전야와도 같이 숨을 죽이고 있고, 마침내 장군의 신호가 울리자 거대한 함성소리와 함께 하늘에는 불화살과 불타는 항아리가 난무하고, 땅위에는 수많은 병사들의 피가 흘러 넘친다.

그리고 로마의 위대한 장군 막시무스는 이 전투에서 그의 군대를 다시 한번 승리로 이끌어낸다.

 

아우렐리우스 자신은 공정한 황제였을까?

즉위 20년간 전쟁이 없었던 때는 단 4년이며 그 시기도 "평화로웠다" 고만은 말할 수 없었던 자신의 로마통치 시대!

아우렐리우스는 이제 죽음을 앞둔 사람만이 자신이 지난 온 과거에 대해 돌아 볼 수 있고 반성을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 로마는 시민들에 의해 평화롭게 지켜 나가야 하고 왕의 자질이 부족한 아들 코모두스 대신 위엄 있는 막시무스가 그 일을 해야 한다며 그에게 왕위 계승을 권한다.

그러나, 오직 마음속이 야망으로만 가득한 코모두스는 이에 질투와 분노를 느껴 급기야 자신의 아버지이자 로마의 황제인 아우렐리우스를 살해하고, 황제의 자리에 오른다.

 

아우렐리우스가 살해당한 것을 눈치챈 막시무스는 코모두스에 대한 충성을 거부한 대가로 그의 명예와 무엇보다 사랑하는 아내와 8살 된 소중한 아들을 잃게 된다.

 

2년 264일!

그가 가족을 떠나와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에서 오직 로마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며 "아버지 저의 아내와 아들을 지켜주십시오. 제가 곧 그들을 만나러 간다고 전해 주십시오!" 라며 밤마다 기도하며 쌓아온 명예 뒤에 돌아 온 것은 슬픔과 복수의 다짐뿐이었다.

 

홀로 살아남은 막시무스는 노예 신분으로 전락하게 되고, 검투사 상인 프록시모의 휘하로 들어가~ 투기장의 검투사로 매일 훈련을 받는다.

 

경기마다 승리하여 명성을 날리는 막시무스!

군중들은 그의 용맹과 그의 인간 됨에 매료되고 어느새 그를 영웅시 한다.

 

코모두스는 그가 아직 살아있음을 알고 분노하지만 민중이 두려워 그를 죽이지 못한다.

 

드디어 막시무스는 예전의 부하들과 은밀히 만나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 존경하던 황제를 살해한 난폭한 황제 코모두스에 대한 복수를 결의한다.

 

아직도 막시무스를 사랑하고 있는 공주 루실라는 동생 코모두스를 배신하고 그라커스 원로회 의원과 막시무스의 반란을 도우려하지만 간악한 코모두스 황제는 이런 전후 사정을 모두 꿰뚫게 되고, 막시무스의 반란은 사전에 발각되어 그는 다시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막시무스에 대한 질투로 가득찬 코모두스는 막시무스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그러나, 너무도 안 좋은 쪽으로만 머리가 좋은 코모두스는 독이 묻은 칼로 막시무스를 찌른 후 그 상처가 군중들에게 보이지 않도록 한 뒤 결투에 임한다.

 

막시무스의 몸에는 차츰 독 기운이 퍼지게 되고 그는 궁지에 몰리게 되나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되풀이했던 말~ Not yet!

그 속에 담긴 오직 살아야만 했던 의미! 가족과 자신이 충성을 맹세했던 황제에 대한 복수로 코모두스를 죽인후 조용히 숨을 거둔다.

 

♧♧♧♧♧

 

스토아 철학의 정수인 [명상록]의 저자로도 유명한 아우렐리우스 황제와 그의 아들인 폭군 코모두스 등은 실제 인물이지만 막시무스는 마치 야사의 주인공처럼 로마 역사의 핵심으로 작용합니다.

 

실제 코모두스는 측근과 친위대에 의해 살해당했고, 영화 속에서는 코모두스의 죽음 이후 평화가 오는 것처럼 묘사되지만 실제로 역사에서는 군인 황제 시대가 도래하여 정치 상황은 훨씬 더 엉망으로 변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이 있고 약간 실제와 다르기는 하지만 [글래디에이터]는 충분히 볼만합니다. 이 영화는 당시의 사회·문화상을 잘 보여줍니다.

 

일명 "빵과 서커스" 정책의 일환으로 시행된 콜롯세움의 검투 경기(80∼404년)에 로마 시민들은 현재의 프로야구나 축구 관객들처럼 열광하게 되고 손가락의 위치로 가부를 결정하는 "콜롯세움 대중심리학"은 지금도 연구대상이라고 하네요~

 

제작진은 리들리 스코트 감독을 섭외하기 위해 시나리오나 기타 영화에 관련된 것들을 보여주는 대신 그림 하나를 가지고 사무실로 찾아갔답니다.

바로 19C 예술가 장 레옹 제롬의 "Pollice Verso" (폴레세 베르소라고 영어로는 Thumbs Down~ 싸움에 진 사람을 죽이라고 군중들이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뻗는 것~ ^^)

 

그 그림 한 장으로 결정한 영화!

 

 "죽여야 내가 사니까 죽이는 것 뿐이요"

라는 막시무스의 대사를 통해 삶과 죽음의 테마를 전하는 [글래디에이터]!

 

너무도 잔인한 전장을 가르며 아름답게 날리는 눈발~

영화 중간 중간에 보이는 평화로운 보리밭과 그 보리밭 사이를 거니는 한 남자의 손길을 따라 펼쳐지는 아름다운 시골 풍경~

그리고 가느다란 나뭇가지 위에 앉은 작은 새의 평화로움~

 

또한, 전쟁에 임하는 부하들을 향해

"홀로 평화로운 들판 위를 달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너무 두려워하지 말아라~  바로 그 곳이 천국이며 그 때 이미 너는 죽었으므로..."

라고 죽음에 대한 표현을 유머러스하게 처리하는 부분~

 

전쟁이 끝난 후에 사랑하는 가족에게로 돌아가 농사를 짓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라는 말~

 

이 모든 것들이 의미하는 것은 바로 우리 인간에게는 전쟁의 피비린내 나는 잔인함 속에서 얻어지는 부와 명예보다는 평화가 훨씬 중요하다고 말하는 듯합니다.

 

또한,

눈을 감고 누워 있는 막시무스를 어디론가 대려 가는 듯한 빠른 땅의 움직임과,

막시무스가 꿈결에서나 죽음을 앞둔 때 보게 되는 푸른빛이 감도는 문을 빈손으로 밀고 들어가는 장면을 보면 인간의 삶은 '공수래 공수거'인 것 같습니다.

 

막시무스는 싸움을 하기 전 늘~ 흙을 한 웅큼 쥐고 흙의 냄새를 맡은 뒤에 그 흙을 양손에 묻힙니다.  

그 장면에서 생각나는 성경 말씀은~

 "인간은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라~"

(하하하 저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잘하죠??)

 

 "You'll meet them again. but not yet!"

 "Not yet!"

라고 막시무스와 흑인 검투사 주바가 서로 이야기를 나눌 때와

 

 "아버지! 제 아내와 아들을 지켜주십시오. 그리고, 제가 곧 그들을 만나러 간다고 전해 주십시오!"

라며 막시무스가 신께 기도 드린 후 항상 입 맞추던 그의 아내와 아들을 본떠 만든 작은 목각인형을 다시 부하로부터 받고 입을 맞출 때...

 

그 두 장면만으로도 너무 많은 눈물을 흘리게 했던 [글래디에이터]를 보고 돌아서는 제 발걸음은 너무도 무거웠습니다.

 

 "죽음이 미소 지어 올 때 그 죽음에 맞서 같이 미소 지으라~"

 

저는 과연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 것들과 너무도 사랑하는 가족을 두고 저~ 멀리 가야만 할  그 때에 미소지으며 갈 수 있을지...

아니 그보다~ 결코 부끄럽지 않았다고.. 절대로 후회스러운 삶을 살지 않았다고... 미소 띈 얼굴로 죽음에 맞설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인생을 마감할 때 뭔가 미련이 남아 조금 더 살고 싶다고 버티(?)는 것이 아닌 "난 아직도 할 일이 있다 그러니 아직은 아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살인을 극도로 미화시켰다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너무도 소름끼치는 잔인함을 가슴 벅차도록 아름답게 그린 영화~

막시무스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던지는 검투사들을 보며 싸나이들 세상의 우정과 의리를 느끼는 순간(물론 전부 다는 아니지만요~ ^^)... 155분은 너무도 빨리 지나갔습니다.

 

그럼 오늘도 주님 안에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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