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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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만이 사람을 변화시킵니다(33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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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연 [pppcho] 쪽지 캡슐

2000-11-21 ㅣ No.1730

어떤 부부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결혼한 후부터 만날 때마다 서로 싸웠지요. 물론 서로 소리를 지르고 욕하는 심각한 싸움은 아니지만, 서로 상대방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다보니 약간의 다툼을 계속했던 것이지요. 그들은 상대방이 자기에게 얼마나 잘못했는지, 자신이 얼마나 속상하고 억울한 지에 대해서 항상 열심히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실 그들은 논리는 서로 너무 정확하고 빈틈이 없어서 어느 쪽이 옳고 그른 지를 제3자가 가늠하기가 매우 어려웠지요.

 

그런데 이 둘이 결혼한 지 10년쯤 지난 후, 이런 팽팽한 긴장감, 말싸움이 조금씩 완화되었다는 것을 다른 사람이 봐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부부를 결혼 때부터 쭉 봐왔던 어떤 분이 웃으면서 이렇게 물었습니다.

 

"요즘에는 잘 안 싸우나 봐요?"

 

그러자 그들은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네, 이젠 포기했거든요. 아무리 많이 이야기해도 소용없더라구요. 도무지 변화가 되지를 않아요. 그래서 포기했어요."

 

결혼 생활을 하시는 분들에게 있어서, 서로 간의 갈등은 바로 배우자를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변화시키려고 애쓰다보니 자연적으로 생기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즉, 자기는 변화되지 않으면서 상대방에게는 끊임없이 요구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개구리에게 나는 법을 가르치려고 하고, 새들에게 수영을 가르치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가능하지 않은 것처럼, 사람 역시 자신의 본성을 바꾸기란 쉬운 것이 아니지요. 결국 상대방을 변화시키는 것보다는 자기 자신을 반성하고 변화시키려고 애쓰는 것이 훨씬 편하고 그럼으로써 우리는 행복해질 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자캐오를 떠올려 봅니다. 자캐오는 다른 사람보다 키가 매우 작았습니다. 그러다보니 다른 사람들에게 놀림을 당했겠지요. 그래서 그는 그런 놀림을 극복하기 위해서, 로마의 앞잡이라고 할 수 있는 세관장이 되어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노력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죄인이라고 더 따돌리고 비웃었지요. 그래서 그 마음에는 항상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고, 사람답게 살아보고자 하는 열망이 있었을 것입니다.

 

이런 그에게 자신과 같은 죄인들을 거부하지 않는다는 예수님의 소문이 들려왔습니다. 그는 이런 생각을 했겠지요. '혹시 그분이시라면, 다른 사람들과 달리 나를 사람으로 받아주시지 않을까?' 그래서 그는 예수님을 만나러 갑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예수님과 만나게 해주지 않습니다. 키가 작아 사람들 사이로 들어가려 했지만, 사람들은 '네가 이곳에는 왜 왔어? 키도 작은 것이... 너 같은 죄인이 올 때가 아니야.'하면서 틈을 내주지 않았나 봅니다. 그래도 그는 포기하지 않지요. 한 도시의 세관장이며 내노라하는 부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체면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예수님을 보고 위해서 돌무화과 나무 위로 기어올라갑니다. 이런 자캐오를 보신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자캐오야, 어서 내려오너라. 오늘은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

 

예수님은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자캐오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셨던 것입니다. 이를 통해 자캐오는 사람들과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깨닫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부정한 방법으로 모은 돈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주는 삶의 변화를 통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말합니다.

 

"주님, 저는 제 재산의 반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렵니다. 그리고 제가 남을 속여 먹은 것이 있다면 그 네 갑절은 갚아 주겠습니다."

 

사람들이 자기를 받아주지 않는다고 계속 원망만 한다면, 자캐오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행복은 바로 내가 먼저 다른 사람에게 베풀고 그들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생긴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지요. 이런 자캐오의 변화를 일으키게 했던 것은 예수님께서 그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셨기 때문이었습니다. 즉, 예수님은 포용만이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주시는 것입니다.

 

나는 얼마나 내 이웃을 받아들이고 있는 지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포용만이 사람을 변화시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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