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6일 (목)
(백) 부활 제7주간 목요일 이들이 완전히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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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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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선 [osspaolo] 쪽지 캡슐

2001-01-27 ㅣ No.1937

비로소 시즌이 시작되었다.

매년 1월말경부터 시작되는 소위 <서품, 서원시즌>이 그것이다.

각 교구별 사제,부제품이 내일부터 시작되고

각 수도회도 각종 서원식이 이어지게 된다.

우리 집도 예외가 아니다.

오늘 대전에서 6명의 형제들이 수련시작(착복)을 하게 되고

내일 6명의 형제들이 첫서원을 발한다.

그리고 모레는 서울에서 7명의 형제들이 종신서약을 발하게 된다.

이 거룩한 시즌에

새로 서품, 서원하는 성직, 수도자들에게 축하를 보내고

거룩한 길을 훌륭히 걸을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자.

 

......

 

대전에서 수련장으로 있을 때 가장 복되었다고 생각되는 것은

매년 새로 수련자들을 받아들이면서 그들과 함께 수도생활을 새로 시작하고

첫서원을 발하는 형제들과 더불어 매년 또다시 나의 서원생활을 갱신하는 것이었다.

참으로 시작한다는 것은 은총이 아닐 수 없다.

나이가 들어가고

연륜이 쌓여가면서

점점 새로운 시작을 하기를 주저하고 두려워한다.

젊을 때는 언제든지 새로운 추구와 시도를 할 자세가 되어 있었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는데

어느새 새로 시작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제 조용히, 안정적으로 살자!>하는 생각이 들면

벌써 중년으로 접어드는 가보다.

그러나 언제나 시작하는 삶은 아름답다.

새로운 시작은 언제나 희망과 기쁨과 생명과 구원을 잉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나이가 든 사람이 새로 시작하는 모습은 엄청난 아름다움을 풍긴다.

60이 넘어서 대학 공부를 다시 시작하는 어느 노인의 모습은

새로운 시작이기에 더욱 고귀하고 아름답게 여겨진다.

인생은 60부터라 했던가?

그것은 새로 시작하는 인생에게 있어서 그러할 것이다.

 

성 프란치스코는

인생을 다 살고나서

죽기무렵에 형제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형제들이여, 우리는 이제까지 아무것도 한 것이 없으니

지금부터 다시 시작합시다!"

그 누구보다도 훌륭히 살았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성인조차도

죽음에 이르러서 한 것이 없다니...

다시 시작하자니...

다시 시작하는 자만이 생명을 잉태하고 구원을 잉태하기 때문이다.

 

오늘 독서에서 믿음의 아버지로 소개되고 있는

아브라함의 경우는 어떠한가?

100세가 되어서야 성소를 받지 않았는가 말이다.

예수도 서른이 다되어서야 시작하였다.

40대 내 나이가 청춘을 다시 되찾는 것은

내가 다시 시작할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데에 달렸다.

나이는 내가 다시 세는 것이다.

새로 시작하는 순간

다시 태어남의 순간이 된다.

그때 나는 다시 나이를 한살부터 시작하게 된다.

왜냐하면 나는 그 이전과는 다른 나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작은

우리에게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해 주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새로운 시작을 두려워하는 걸까?

무엇이 그리도 두려운가?

인생항로, 수도생활이라는 항로는 그냥 잔잔한 바다물결만이 기다리고 있지는

않음을 잘 알고 있으면서...

무수한 암초와 파선의 위험을 겪어야만 하는 항로가 아닐까?

물론 힘들고 두렵기조차 하다.

그래서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도 풍랑을 만나 두려워한 것이 아닌가?

그러나 예수님은 무사태평이시다.

득도자, 깨달은 자는 풍랑 앞에서도 문제가 없다.

 

예수가 우리와 함께 있다.

그가 우리 인생항로의 선장으로 함께 해 주는 한

두려움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바다 마저도 그분에게 순종하니까...

 

그렇다!

우리가 두려움을 지니고 있는 이유는

우리가 새로운 시작으로 발을 내딛지 못하는 이유는

예수 그분과 함께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그분이 우리와 함께 하고 있음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련을 시작하는 복된 형제들이여!

나도 다시 시작하게 용기를 주게나.

그대들이 선택한 시작을

나도 또 한번 시작할 수 있도록...

 

형제 자매들이여!

함께 다시 시작합시다!

지금까지 아무것도 제대로 한 것이 없으니

새로 수도자 성직자로서 첫발을 내딛는 이들과 함께

우리도

주님과 함께 하는 인생여정을

주님이 우리의 참 주인이 되는

험난한 수행여정을

다시 시작합시다!

 

다시 생명과 기쁨과 구원을 잉태합시다!

아멘. 알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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