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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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묵주를 짓밟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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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1-10-10 ㅣ No.2872

1942년 6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이 수용소는 1940년 나치가 유태인 학살을 위해 세운 강제수용소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를 점령한 독일군은 비밀리에 이곳에 거대한 강제수용소를 건설하여 군포로는 물론, 유럽 각지에서 연행한 일반시민을 대량 수용하였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강제노동과 영양실조·전염병 등으로 죽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청결-건강을 위한 욕실"이라는 거짓 팻말이 붙은 독가스실로 끌려 들어가 학살되었으며, 일부는 의학실험 대상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학살된 사람들의 금이빨이나 머리카락 등은 군수품으로 회수되기도 하였답니다.

 

바로 이 아유슈비츠 수용소에 요셉 코왈스키 신부(폴란드 출신 살레시오회 사제, 당시 31세)가 강제노역을 하며 살얼음판과도 같은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1941년 5월 23일 독일군에 의해 연행되어 이곳으로 끌려온 요셉 신부는 1942년 6월 3일까지 1년여의 세월을 견뎌왔었습니다.

 

그 날 요셉 신부는 다른 수용소에서 이송되어 온 60여명 가량의 사제들 사이에 끼여있었습니다. 그런데 폴리스키라는 간수가 지나가다가 요셉신부 앞에 섰습니다. 요셉 신부를 뚫어지게 쳐다보던 간수는 요셉신부를 가리키며 "너! 손안에 든 게 뭐야?" 요셉 신부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간수는 있는 힘을 다해 요셉 신부의 주먹을 내리 쳤습니다. 그러자 요셉 신부의 주먹으로부터 작은 묵주 하나가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 간수는 요셉신부를 보고 "그걸 네 발로 짓밟아라!"하고 부르짖었습니다. 요셉 신부는 끝까지 간수의 명령에 따르지 않았습니다. 이성을 잃은 간수는 그 즉시 요셉 신부를 아사(餓死)형을 위한 지하 감방으로 보내어 죽게 하였습니다. 운명 날짜는 1942년 7월 3일로 추정됩니다.

 

평소 성모님에 대한 신심이 남달랐던 요셉 신부에게 묵주는 생명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수용소 안에서 사제로써 어떠한 성사도 집행할 수 없었던 요셉 신부에게 묵주는 마지막 의지처였습니다. 한 순간도 묵주를 손에서 놓지 않고 하루 온종일 묵주기도를 드리면서 성모님과 함께 고통을 이겨나갔습니다. 모든 가능성과 희망이 좌절된 아우슈비츠 수용소 안에서도 요셉 신부는 묵주를 손에 꼭 쥐고 성모송을 거듭 외우면서 끊임없이 예수님의 일생을 묵상했습니다.

 

이런 요셉 신부의 순교와 성모님을 향한 각별한 신심이 최근 공적으로 인정되었습니다. 지난 1999년 6월 13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요셉 신부님을 순교 복자로 널리 선포하였습니다.

 

묵주 기도는 기도 중의 기도입니다. 끝도 없는 우리의 이기적인 바램만을 되풀이하는 기적의 요술 방망이 같은 기도가 아니라, 예수님의 일생을 성모님과 함께 묵상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기도입니다.

 

깊어 가는 가을 묵주기도와 함께 요셉 신부님의 삶을 한번 묵상해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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