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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대신 저 아주머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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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1-12-14 ㅣ No.3033

12월 15일 토 대림 2주간 토요일-마태오 17장 10-13절

 

"실상 엘리야는 벌써 왔다. 그러나 사람들이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제멋대로  다루었다. 그제야 비로소 제자들은 이곳이 세례자 요한을 두고 하신 말씀인줄을 깨달았다."

 

<저 대신 저 아주머니를>

 

펼칠 때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글들이 살아 숨쉬는 잡지가 있습니다. 월간 잡지 "샘터", 어린 시절부터 제게 삶의 소중함과 사람의 따뜻함을 일깨워준 잡지이기에 제게는 참으로 소중한 잡지입니다.

 

이번 호에는 울산에서 살고있는 한 주부가 보내온 "고통분담"이라는 글이 실려있었는데, 혼자 읽기가 너무 아까운 내용이어서 잠시 소개합니다.

 

<10년 전 어느 날이었다. 남편이 퇴근하고 집에 와 "회사에서 주부 사원을 모집한다"며 이웃 아주머니에게 말해보라고 했다. 남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좋은 기회라고 여겨 내가 직접 신청하였다.

 

면접 날 가보니 나를 포함해 10여명의 아주머니가 있었다. 조금 긴장된 마음으로 면접을 기다리고 있는데,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한 아주머니가 일어나 화장실로 갔다. 그 아주머니가 자리를 뜨자 내 옆에 있던 분이 그 아주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는데, 남편은 병으로 1년 넘게 치료를 받고 있고, 병원 빚을 지고 있는 데다 자식도 여럿 있어 취직이 안되면 살길이 막막하다는 딱한 사정이었다.

 

잠시 후 우리는 사무실로 들어갔다. 10명이 나란히 앉아 있는데, 과장이란 분이 와서 "한 분  밖에 채용할 수 없어 죄송하다"며 직원 가족인 내가 우선권이 있으니 나를 채용하겠다고 말했다. 나 혼자만 합격했다는 기쁨에 들떠 있다가 아까 그 사정이 딱한 아주머니를 힐끔 쳐다보았더니 애써 소리를 죽이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순간 갑자기 가슴이 뜨거워지면서 "너는 남편이 회사에 다니고 건강하니까 저 아주머니에게 자리를 양보하라"하는 하느님의 음성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때 나는 "뜻대로 하겠습니다"라고 마음속으로 대답하고 담당자에게 가서 이렇게 말했다. "저의 입사를 취소하고 저 아주머니를 채용해 주세요." 내 말을 들은 담당 과장은 잠시 침묵하다가 내게 물었다. "아주머니 후회 안 하시죠?" 난 "예" 하고 자신 있게 말했다.

 

시간이 흘러 아들이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지금 경제적으로 힘든 때가 많다. 그럴 땐 가끔 내 자리를 양보한 것을 후회해 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난 "욕심만 안 부리면 된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우리 다 함께 조금씩이나마 "고통분담"을 하면 살기 좋은 세상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자신의 의지를 접고 하느님의 뜻을, 자신의 욕심을 접고 이웃의 고통에 동참했던 아주머니의 마음이 참으로 따뜻해 보입니다. 아주머니의 모습은 마치도 언제나 예수님께 충실했기에, 자신의 삶을 끊임없이 예수님께 내어놓았던 세례자 요한의 모습을 연상케 합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세례자 요한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세례자 요한의 삶을 묵상하면 할수록 하느님을 향한 그의 진실한 사랑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탄생 때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한평생 하느님께 충실했던 삶이 세례자 요한의 삶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세례자 요한은 자신의 생애 전체를 자기 뒤에 오시는 예수님을 향하여 온전히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그리고 죽음의 위협 앞에서도 끝까지 예수님께 충실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그간 자신이 쌓아왔던 모든 인간적 영예와 사람들로부터 받아왔던 존경도 자기 뒤에 오시는 예수님을 위해 스스로 허물어뜨렸습니다. 예수님은 이러한 세례자 요한을 높이 평가하십니다.

 

예수님을 향한 세례자 요한의 철저한 헌신, 그 이면에는 끊임없는 각고의 노력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거친 들판에서의 오랜 고행을 통한 자기 단련, 끊임없이 추구했던 단순하고 소박한 생활, 구세주를 영접하기 위한 거듭된 자기 비움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이토록 잘 준비된 세례자 요한이었기에 죽음 앞에서도 그토록 당당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세례자 요한의 삶은 온통 그리스도의 향기로 충만했던 겸손의 여정이었습니다.

 

"사랑의 가장 구체적인 표현은 충실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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