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5일 (수)
(백) 부활 제7주간 수요일 이들도 우리처럼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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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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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2-01-06 ㅣ No.3121

1월 7일 월요일-마태오 복음 4장 12-25절

 

"회개하여라. 하늘나라가 다가왔다."

 

 

<여백의 아름다움>

 

1월 4일자 동아일보 문화면에는 오랜만에 법정스님의 근황이 소개되고 있었습니다. 스님께서는 새해를 맞이하는 독자들을 향해 지면을 통해서나마 작은 선물을 준비하셨습니다. 올해로 9년째 당신의 거처로 삼고 있는 강원도 첩첩 산골 눈 덮인 오두막집 사진을 배경으로 한 "새해덕담" 보내오셨습니다.

 

"봄에는 꽃이 피고 가을에는 달 밝고

여름에는 맑은 바람 겨울에는 눈 내리니

부질없는 생각만 마음에 두지 않으면

이것이 인간 세상의 좋은 시절이 아닌가?"

 

"자신의 욕심 가운데 60-70%만 성취하는 삶을 살고 나머지는 여백으로 남기라"는 말씀, "아이들도 다소 부족한 듯 기르는 것이 올바른 보살핌이다"는 말씀, "자기 내부의 목소리, 영혼의 음성을 듣도록 노력하자"는 말씀, "우리의 일을 백 가지나 천 가지에서 두 가지나 세 가지로 줄여 최대한 간소하게 살자"는 말씀 등등. 참으로 올 한해 우리에게 필요한 말씀들을 해주셨습니다. 물질만능주의에 휩쓸려 극단적인 이기주의로 치닫고 있는 우리 모두의 회개를 촉구하는 말씀으로 제게 다가왔습니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전도를 시작하시면서 세상을 향해 회개할 것을 요청하십니다."회개하여라. 하느님 나라가 다가왔다."

 

회개한다는 말은 상당히 복합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겠지만 제 나름대로 생각할 때 "가던 길이 올바른 길이 아님을 알기에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선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가 운전을 할 때, 목적지를 지나쳤을 경우, 빨리 1차선으로 붙어 U턴 장소를 찾아 U턴을 하듯이 말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우상숭배를 버리고 다시 한번 하느님을 선택하는 것은 성서에 나타난 회개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이런 면에서 우리의 신앙생활은 일종의 회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선택한 이 신앙생활이란 우리의 길, 세상의 가치관을 접고 하느님의 길, 하느님 나라의 가치관을 선택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성인들의 전기를 한번 읽어보십시오. 그들은 하느님과의 관계를 시작한 이후 한평생에 걸친 회개의 여정을 걸어갔습니다. 그들은 언제나 하느님과 원만한 관계 안에서만 살아가지 않았습니다. 때로 하느님과 관계가 좋은 상태에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다가도, 때로 하느님과 틀어져 싸우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회복하는가 하면 또 다시 불평을 하고, 그리고 또 다시 하느님께 돌아서기를 수 백 번도 더 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우리가 반드시 기억할 일 한가지는 하느님은 항상 한결같은 분이시라는 것입니다. 만일 하느님과 우리의 관계가 단절되었다면 그것은 하느님의 탓이 아니라 우리편의 문제입니다. 시련 역시 하느님께서 우리를 극진히 사랑하신다는 한 표현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우리를 향해 열려 있습니다.

 

따라서 진정한 회개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얼굴을 돌리시는 일이 아니라, 우리가 하느님을 향해 얼굴을 돌리는 일입니다. 참된 회개는 우리가 수시로 겪는 고통이나 시련을 하느님의 은총으로 수용할 때 가능합니다. 십자가를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가장 큰사랑의 표현임을 자각하는 순간 진정한 회개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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