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6일 (목)
(백) 부활 제7주간 목요일 이들이 완전히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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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신분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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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2-03-15 ㅣ No.3398

3월 16일 사순 제 4주간 토요일-요한 7장 40-53절

 

"이렇게 군중들은 예수 때문에 서로 갈라졌다."

 

 

"저도 신분데요."

 

7-8년 전 남녁 지방에 위치한 수도원에서 살 때의 일입니다. 수도원 정원에 심어진 나무들 모양새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 전지작업에 한참 땀을 흘리고 있을 때였습니다. 얼굴에 수심이 가득한 한 자매님이 수도원 안으로 들어와서는 저를 불렀습니다.

 

"아저씨! 여기가 수도원 맞죠?" "맞는데 왜 그러세요?" "아무 신부님이나 계시면 만나 뵐려구요." "그래요? 저도 신분데...괜찮겠습니까? 무슨 걱정이라도 있으신가봐요?"

 

그렇게 시작된 그 자매님과의 대화는 한 시간도 더 계속되었습니다.

 

그 자매님의 사정을 듣고 보니 참으로 딱한 상황이었습니다. 집안이 신앙문제로 온통 벌집을 쑤셔놓은 것처럼 되었습니다. 그 자매님의 가정은 자매님만 천주교 신자였고 함께 사는 시할머니를 비롯한 시부모님, 시동생, 남편 등등 모두가 다른 종교를 믿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대체로 다른 종교나 종파와의 타협을 절대 용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 자매님이 신앙문제로 당해야 했던 박해나 고통은 필설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가정에 작은 사고라도 하나 생기면 모두 며느리 탓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천주교 탓을 하는 것입니다.

 

시집오기 전부터 몸에 밴 천주교 신앙 생활을 해 온 자매님에게 큰 기쁨 중에 하나가 미사에 참석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여가 시간을 이용한 봉사활동을 삶의 큰 보람으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집온 이후 자매님은 이런 기본적인 신앙생활마저도 모두 박탈당했습니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짜낸 것이 주일미사는 아예 꿈도 꾸지 못하기에, 시장바구니를 들고 오전 10시에 있는 주부미사에 몰래 몰래 참석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습니다.

 

신앙의 차이로 인해 자매님에 겪고 있는 고통 앞에 뭔가 위로의 말을 건네야 했었는데, 저는 뭐라고 할 말을 찾지 못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예수님으로 인해 둘로 갈라지는 군중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을 메시아로 받아들이는 군중들과 예수님의 메시아성을 극구 부인하면서 호시탐탐 예수님을 처형할 기회를 찾고 있는 군중들로 나눠집니다.

 

예수님은 이처럼 가장 근본적인 선택의 기준이십니다. 예수님으로 인해 나라가 갈라지고, 백성들이 갈라지고, 가족들이 갈라집니다.

 

한편 예수님을 선택할 것인가? 아닌가에 따라 한 사람의 인생이 달라집니다. 삶의 방식이 달라집니다. 인생관이 달라집니다. 영원한 생명의 획득 여부, 구원 가능성의 여부가 달라집니다.

 

예수님을 선택함으로 인해 모진 고통을 받고 있는 자매님께 저는 이런 위로의 말을 건넸습니다.

 

"예수님으로 인해 받는 박해가 크면 클수록 예수님으로 인해 받는 위로와 상급도 클 것입니다. 어둠이 깊으면 깊을수록 아침햇살은 더욱 눈부실 것입니다. 가족들이 박해하면 할수록 더욱 더 효도하고 더욱 더 열심히 한번 살아보십시오. 그래서 예수님을 선택한 사람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지 몸으로 한번 보여주십시오."

 

예수님 때문에 당하는 고통은 그냥 고통이 아니라 기쁨의 고통입니다. 예수님 때문에 당하는 고통은 하늘 나라에서 보물로 바뀔 것입니다.

 

신앙 때문에 이해 받지 못하고 핍박받으며 그로 인해 예수님 추종을 포기하고 싶어질 때가 반드시 다가옵니다. 그럴 때 장차 예수님과 함께 누릴 기쁨과 그분께서 주실 상급을 생각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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