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5일 (수)
(백) 부활 제7주간 수요일 이들도 우리처럼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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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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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2-04-20 ㅣ No.3588

4월 21일 부활 제 4주일-요한복음 10장 1-10절

 

"누구든지 나를 거쳐서 들어오면 안전할뿐더러 마음대로 드나들며 좋은 풀을 먹을 수 있다. 도둑은 다만 양을 훔쳐다가 죽여서 없애려고 오지만 나는 양들이 생명을 얻고 더 얻어 풍성하게 하려고 왔다."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사제>

 

우리 수도회에 특유의 친절과 미소로 인기연예인 못지 않은 숱한 열성팬들을 확보하고 계신 할아버지 신부님이 한 분 계십니다. 그분이 얼마 전에 작은 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에 입원하셨습니다. 병원에 머무셨던 기간이 불과 일주일 남짓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만나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으셨습니다. 같은 병실에 입원했었던 사람들과는 즉시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는가 하면 간호사, 의사, 자원봉사자, 이웃병실의 환자들, 환자보호자들 등등 한번이라도 마주친 모든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셨습니다.

 

신부님의 퇴원수속을 밟던 날, 동행했던 수사님은 아예 포기를 하고 말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10층 병실에서부터 2층 현관까지 아무리 신부님의 인기를 감안한다 하더라고 30분이면 족하겠지 했었는데, 거듭되는 신부님의 작별인사는 끝날 줄을 몰랐습니다.

 

오늘 성소주일을 맞아 가장 바람직한 착한 목자로서의 삶은 어떤 모습이겠는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봅니다.

 

본당이나 수도공동체를 효율적으로 잘 관리하는 유능한 전문경영인, 성서나 교리에 정통한 신학자, 세상에 지친 신자들의 마음을 잘 달래주는 명강론가, 인품이 뛰어나면서도 기본적인 매너를 갖춘 인격자로서의 목자 역시 착한 목자의 한 모습이겠습니다.

 

그러나 살아갈수록 "그래 바로 이걸 거야!" 라고 생각이 드는 착한 목자로서의 모습이 있는데, 바로 "무엇보다도 먼저 사람을, 특히 가까이 있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소중히 여긴다는 말은 사람을 하느님으로 여긴다는 말입니다. 사람 안에 긷든 계신 하느님을 섬긴다는 말입니다. 결국 사람이 최고임을 알기에 비록 오늘 부족해도 끊임없이 용서하고 또 다시 새로운 관계를 시작한다는 말입니다.

 

겸손으로 유명한 한 신부님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그분을 한번이라도 만난 사람들은 모두 다 그분의 골수팬이 되고 맙니다. 그 이유는 그분의 말씀이 좋아서가 아닙니다. 그분이 끈이라도 대면 도움을 줄 실력자라서가 아닙니다. 그 이유는 그분이 "잘 듣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마치 지금 상대방이 하고 있는 말을 듣는 것이 지상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과제인 것처럼 몸과 마음을 다해 상대방의 말을 경청합니다. 자신은 최대한 말을 아끼는 대신 상대방에게 한 마디라고 더 말을 할 기회를 주고, 관심을 가져주고, 물어보고, 맞장구쳐줍니다. 이런 그분 앞에서 사람들은 자신들의 가슴아픈 이야기들을 부담 없이 털어놓습니다. 그리고 기쁜 얼굴로 돌아갑니다.

 

오늘 성소주일, 하느님께 봉헌된 모든 형제자매들이 이웃 안에 현존해 계시는 하느님을 다시 한번 발견하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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