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일)
(백) 부활 제5주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성가게시판

보수에 관한 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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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경 [jeenylim] 쪽지 캡슐

1999-10-25 ㅣ No.503

오래간만에 글을 올립니다

성가 이야기 가족들께 자주 소식 전하고 싶지만 개인적으로 11월 초에 졸업 연주를

준비하고 있어 마음처럼 들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새삼 세상이 참 좋아졌다고 느끼는 것은 한국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전례와 신학과 음

악에 관해 열띤 토론을 벌이던 제 동지(?)들이 미국으로 공부하러 나가 저 혼자 외로웠

었는데 성가 이야기에 들어오니 서로 글을 통해 만나고 있다는 것이 여간 재미있는게 아

닙니다 (종우형 원택이형 글을 보고난 후 옛 동지애를 발휘해 개인 메일 띄워주기 바랍

니다)

 

보수에 관한 제 이야기

 

1 저는 5년째 잠원동 성당에서 늦은 7시 청년 미사의 오르가니스트로 있는데 주중연습 1

번(2시간) 주일 미사전연습(2시간) 과 미사를 드리고 월 20만원을 받고 있습니다. 참고로

저는 오르간 학사학위소지자이고 지금은 피아노로 내년 2월에 학사학위를 받을 예정입니

제가 봉사하고 있는 또 하나의 성당은 성 라자로 마을인데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나환

우들이 공동으로 생활 하시는 아름다운 마을 입니다. 저는 이 성당 에서 아침 10시미사의

오르간을 담당하며 무보수입니다. 요즘에는 성가로 한달에 한번씩 봉사하시는 성가대가

두팀이 와 주시므로 저는 겹치지 않는 미사를 봉헌합니다

 

2 교회에서 평생 전례음악으로 봉헌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면 보수문제에 대해 한번

쯤은 생각하게 됩니다.(단순히 거쳐가는 한 시기에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면)

제가 처음 잠원동에 가서 미사참례를 마치고 본당 신부님께 인사를 드리러 갔을때 신부님께

서 하신 말씀 "성당 빚 모두 갚으면 월급 조금 더 줄께"

저는 그때 너무나 감격했습니다. 액수를 올려 준다는게 반가웠다기 보다 ’여기서는 오르가

니스트를 전례음악 봉사자로 제대로 인정해 주는 구나 . 앞으로 나와 비슷한 길을 걷는 사

람들이 더 많이 생기겠구나...’

 

3 작년이었던가요. 성음악분과위원회에서 사목회의 감사결과 본당 운영에 성음악분과의 인

건비의 지출이 너무 많은데 비해 하는 일은 특별히 눈에 띄지 않으니 외부에서 불러온 전례

음악 담당자의 인건비를 하향조정하고 본당에서 대체 가능한 사람은 가급적 본당 사람을 쓰라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어떠한 방향이든 조정이 되었습니다.(지휘자는 삭감하고

반주자는 불러온 전공자를 내보냄)

저는 그런 과정을 겪으며 교회의 운영자분들과 사목하시는 분들께 인간적 실망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일을 실제로 하고있는 담당자에게는 한마디 상의 없이 운영자의 일방적인 의사전달로써 어떤일을 진행시키는 우리의 사회와 교회는 너무나도 닮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오히려 성가대 단원들의 지지에 힘입어 그 상처를 껴안을 수 있었습니다

 

4 오늘 석사과정을 마친 선배언니를 만났는데(물론 신자이며 오르간 전공)무보수로 라도 성당에 봉사하려고 수녀원에 문의 했더니 일단 치는 실력을 보고 결정하겠노라고 말씀을 하셨답니다

저희 학교는 오르간으로는 한국에서 가장 실력있는 곳입니다.개신교학교이기때문에

과의 교수님들도 물론 개신교 신자입니다. 이러한 현실을 지도 교수님이 아시고 ’개신교로 개종하라’는 말씀을 자주 하신다는얘기를 합니다. 실제로 그러한 경우가 몇번 있었습니다. 단지 보수때문에 그러한 경우(개종)가 생긴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5 절친한 신부님을 만났습니다.

이런 저런 얘기 끝에 전례음악 봉사자와 사목자의 입장에 대해 이야기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제가 드릴수 있었던 말씀 ’사목하시는 분이 음악에 관해 잘 아시는 분이건 아니건, 설사 음악에 관해 잘 모르셔도 전례음악을 위해 소명의식을 가진 사람들의 인권을 존중해 주시는게 필요한거 아닐까요..... ’

 

6 제가 소명의식이라고 말씀드리려는 건...

세례를 받고 첫 영성체를 하는 순간 가장 소원하는 기도를 바치라고 주윗 분들이 일러 주셨습니다. 저는 그때 교회에서 봉사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기도만이 떠올랐습니다. 그 기도 덕분인지(?) 10년 넘게 오르간으로 미사를 드리고 찬미할수 있는 은총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주신 재능을 하느님과 이웃을 위해 도로 바치는 것이 저의 사명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매 미사때마다 되새기는 것은 제 인간적 욕망의 찬미가 되지 않기를 갈구하는 것입니다 나의 복받치는 감정, 나의 세련된 재능, 나의 의지와 능력과 끼의 발산만이 결코 올곧은 찬미가 되지 않기에 우리 공동체의 찬미, 기도가 될수 있도록 끊임없이 기도하고 성령께 도움 청해야 함을 절실히 느낍니다.

 

7 예전에 전례를 담당했던 레위족은 의식 전에 목욕제개를 했다고 하지요?

단순히 기능적 음악만을 가지고 하느님을 찬미한다고 본다면 전례음악인은 길러지고 양성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미사에 참례할때 직접적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통해 하느님을 만나기도 하지만 ’전례’라는 상징을 통해 무의식적이건 의식적이건 하느님을 만나게 됩니다.

그 중 음악은 인간의 감성을 통해 영혼을 고향시키는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로서작용합니다

음악이 인간의 영혼에 미치는 위력은 대단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음악을 통해 사회문제의 의사전달이나 개인의 감정의 표현이 가능해 지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전례음악은 어떠합니까? ’그것은 우리의 영혼을 천상으로 데려다 주는가? 지상에 머무르게 하는가 ?’의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성가대의 존재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하는 저로서는, 전례음악인은 마땅히 교회에 의해서 길러져야 하고, 그러한 육성을 위해서 보수도 필요하다고 보는것 입니다

 

8 한국 교회의 현실은 각 교구마다 본당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무엇이 옳다라고 말하기는

힘이 들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가야할 길의 방향자체가, 무보수가 대부분인 현재의 성향에 따라 기준이 설정된다면 우리가 추구하는 ’진리’를 담을 수 있는 전례음악의 길은 좁아져만 가지 않을지요.....

 

9 혹 오해를 하실분이 있으실 듯도 하여 ...(직접 눈을 마주치고 얘기하지 못했으므로)

제가 반드시 많이 배우고 능력있어야 전례음악을 한다고 생각하는건 아닙니다.

많이 배워 다른이에게 빛이 되어주면 더욱 좋겠지만 그것보다도 더 중요한건 역시 하느님안에서 올바른 전례정신과 소명의식을 가지고 겸손되이 그분께 다가서는 마음이 아닐까합니다.

조금더 전례음악인들에게 접근하기 쉬운 교육의 장과 연대성을 가질수 있는 만남의 터가 너무나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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