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일)
(백) 부활 제5주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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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은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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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2-07-11 ㅣ No.3830

7월 12일 연중 제 14주간 금요일-마태오 10장 16-23절

 

그러나 잡혀갔을 때에 "무슨 말을 어떻게 할까?"하고 미리 걱정하지 마라. 때가 오면 너희가 해야 할 말을 일러주실 것이다. 말하는 이는 너희가 아니라 너희 안에서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성령이시다.

 

 

<식은땀>

 

사제로 살면 살수록 점점 더 부담을 느끼는 일이 솔직히 강론이요, 고백성사입니다. 어떤 선배 신부님께서는 "사제로 살만하다! 강론과 고백성사만 빼면!"이라고 농담 삼아 말씀하셨는데, 세월이 흐를수록 "일리가 있는 말씀이구나"하는 것을 느낍니다.

 

가끔씩 본당이나 단체로부터 초대를 받을 때가 있습니다. 주최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일인데도, 때로 그 요구가 너무나 큰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짧게, 그러나 재미있게, 진지하면서도 너무 가볍지 않게"

 

특히 어떤 그룹 앞에 서면 몸이 얼어붙는 체험도 자주 하게 됩니다. 마치 절벽 앞에서 "벽을 향해 이야기하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마치 "소 닭 보듯" 시큰둥한 눈초리로 저를 바라다보는 눈길들 앞에 설 때면, 아니면 의무감에서 그 자리에 와있는 사람들 앞에서면 등에서는 식은땀이 다 흐릅니다. 냉랭함, 무반응...그럴 때는 마땅한 방법이 없습니다. 빨리 끝내는 수 밖에요.

 

때로 강론이나 강의를 하러 가기가 죽기보다 싫을 때가 있습니다. 마치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어린양처럼 마지못해 대중 앞에 서게 됩니다. 그런 상태에서 전하는 복음선포가 제대로 먹혀 들어갈 리 만무합니다.

 

우리가 전하는 복음선포가 점점 부담스러워지고, 효과적이지 못하고 실패로 끝나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물론 준비가 덜되었다든지 테크닉이 부족하다든지 하는 여러 가지 원인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보다 궁극적인 원인은 다른데 있습니다.

 

우리는 자주 한 가지 진리를 망각합니다. "말하는 분은 우리가 아니라 우리 안에서 말씀하시는 아버지 성령이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마찬가지로 일하시는 분은 우리가 아니라 우리 안에서 활동하시는 아버지 성령임을 자주 망각합니다.

 

돌아보면 부끄럽게도 하느님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도구 삼아 나 자신을 전하려는 경향이 많았음을 솔직히 고백합니다.

 

진정한 복음선포는 "나 자신"이 사라져야만 가능합니다. 내가 무엇인가 하기보다는 그분께서 하시도록 그분의 영역을 우리 안에 마련할 때 비로소 참된 복음선포가 가능합니다. 내일이 아니라 하느님의 일을 하고자 노력하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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