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일)
(백) 부활 제5주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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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방이라도 한 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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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3-02-10 ㅣ No.4519

2월 11일 연중 제5주간 화요일-마르코 7장 1-13절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여도, 마음은 나에게서 멀리 떠나 있구나."

 

 

<빨리 방이라도 한 칸>

 

오늘 복음을 묵상하던 중 예수님께서 인용하신 이사야 예언자의 외침이 한동안 제 귓가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여도, 마음은 나에게서 멀리 떠나 있구나."

 

어찌 그리도 정곡을 찌르는 말씀, 바늘로 제 마음을 꼭꼭 찌르는 말씀인지요. 사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입술로는 하지 못할 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가끔씩 남들 앞에 서서 강의랍시고 할 때 마다 정말이지 너무도 속 보이는 일인 것 같아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진지한 표정으로 갖은 손짓발짓을 써가며 "하느님을 공경하자",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노래하자"는 등등의 미사여구를 쉴 틈 없이 쏟아 내지만 삶은 전혀 따라주지 않기에 허탈할 뿐입니다.

 

"고통이 클수록 더욱 하느님께 감사하자"고 목청 높여 외친 것이 바로 엊그제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정말 아무것도 아닌 편두통 하나에 세상이 끝난 것처럼 한숨을 내쉽니다. "잠시 지나가는 이 세상 것에 너무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자"고 부르짖어놓고, 아무것도 아닌 말 한마디에 하루 온 종일 고민하고 의기소침해집니다.

 

진정한 예배는 입술보다는 가슴으로 드리는 예배입니다. 가장 예배다운 예배는 생각보다는 삶을 통해 봉헌되는 제사입니다.

 

오늘은 저녁 내내 이곳에 살다가 떠나간 아이들에게 안부 전화를 걸었습니다. 아무도 뒷받침해주는 사람 없이 홀로 선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요. 이 세상에 어딜 가도 피붙이 하나 없는 아이들, 명절이 와도 마땅히 갈 곳 없는 아이들, 참으로 측은하기 그지없는 아이들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십자가를 묵묵히 견뎌내는 모습은 눈물겹기 그지없습니다.

 

몸이 온전치 못함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에 열심인 한 아이는 밤 9시인데도 퇴근하지 못하고 잔업에 열중하고 있었습니다. 건강하고 씩씩한 목소리로 “이젠 괜찮아요. 빨리 방이라도 한 칸 마련하려면 열심히 뛰어야지요”라고 말했습니다. 아이의 그 한마디 말이 너무도 대견스럽고 또 고마워서 눈물이 다 났습니다.

 

외로움과 상처투성이인 삶 가운데서도 기쁘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아이의 삶에서 참된 예배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진정한 예배란 어려움 가운데서도 기쁘게, 충만히 사는 것이겠지요. 하느님께서 가장 기쁘게 받으실 예배는 주어진 모든 상황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낙관적인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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