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금)
(백) 부활 제4주간 금요일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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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주고, 약도 주(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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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선 [johnmaria91] 쪽지 캡슐

2019-02-18 ㅣ No.94643

병 주고, 약도 주고

 

축구를 다녀 오니 막 아침 10 시 쯤 되었다.

오늘 아침 몸의 컨디션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이상하게도 일요일에 축구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비염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하며

코와 앞 이마 내부에서 자주 소요 사태가 발생하곤 한다.

 

머리와 뒷 목 부분에 통증이 감지되는데

이럴 땐 눈을 감고 자는 게 상책이다.

 

지난 주에는 그 증세가 절정에 달했음에도

피지도 않은 꽃구경을 다녀왔는데

돌아오는 길에 얼마나 아프고 졸린지

비록 짧은 순간이었지만

운전하면서 몇 차례 깜빡깜빡 정신줄을 놓았다.

 

지난 주에 경험한 고통이 너무 선명히 떠올라 

오늘은 집에서 쉬면서

음악이나 들을까 했는데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아내는 아니나 다를까 또 추파를 던지는 것이 아닌가?

 

"점심으로 씨리얼을 먹고 집에서 쉴래요?

아니면 뜨끈한 순두부 한 그릇 사줄 테니 바닷바람 쐬러 갈래요?"

 

죽을 정도로 아프면 몰라도

이건 완전히 외통수다.

 

점심준비 안 할 예정이니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데 어쩔 도리가 없었다.

아침을 굶은 채 축구를 하고 돌아 와서인지

갑자기 시장기가 돌기 시작할 때,

아내가 던진 추파는 치명적이었다.

 

죽을 때 죽더라도 씨리얼 대신 순두부를 먹을 수 있다면

내 영혼이라도 팔아야지 어쩌겠는가.

 

그리 하여 나는 아내가 은헤로이 하사하신 순두부 찌개를 

땀까지 흘리며 달게 먹고 Long Beach로 향했다.

그런데 식사 시작할 때까지 맑던 하늘에 구름이 덮이기 시작했다.

 

바다에 도착해서 차에서 내리니 

우리 동네와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영상의 기온이라 가벼운 봄 옷 차림으로 나갔는데

2 월 중순의 바닷바람은 작은 고추처럼 매웠다.

 

으슬으슬 춥고 손이 시렸다.

 

30 여 분 바닷가를 어슬렁 거리다

그냥 등을 돌려 미련 남기지 않고 돌아왔다.

 

저녁을 먹고 나니 기침이 나기 시작했다.

 

(씨리얼에 만족하고 집에 있을 걸, 괜히 순두부에 눈이 멀어서----)

 

후회는 이른 법이 없다,

늘 늦게 찾아 오는 것이 후회다.

후휘를 미리 체험할 수 있다면 삶이 훨씬 행복할 것이다.

 

이런 나의 기색을 눈치 챘는지

아내가 물었다.

 

"대추 생강차 한 잔 할래요?"

 

성질 같으면 단호하게 거절하는 것이 마땅하고 옳은 일이나

막 시작한 기침이 

꿀이 섞인 따끈한  대추 생강차로 해서

얌전히 물러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순한 양처럼

"네"라는 대답이 내 입에서 허락할 새도 없이

삐져 나왔다.

 

아내는 내게 병만 주지 않는다.

그럴 경우 약까지 처방해서 대령한다.

내가 평생 그녀의 치마폭을 벗어나지 못하는 까닭이다.

 

"언제나 할 말은 하며 사는 날이 올까?"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대추 생강차 한 잔에

요상시럽게도

나오던 기침이 쏘옥 들어가고 말았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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