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2일 (일)
(백) 주님 승천 대축일(홍보 주일) 예수님께서는 승천하시어 하느님 오른쪽에 앉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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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치기의 사랑***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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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수 [fr1004] 쪽지 캡슐

2000-05-19 ㅣ No.1175

소매치기의 사랑

 

 

<1>

 

그래, 난 소매치기다. 젠장!!

 

그렇다고 아무 지갑이나 막 쓱쓱 가져가진 않는다.

 

탁 봐서 지갑 잃어버리고 돈 잃어버려도 먹고 사는데

 

지장 없을만한 사람들 것만 쓱쓱 한다.

 

원래는 돈암동 쌍칠파에 있었다.

 

강세 형님 밑에서 10살때부터 먹고 지내다가 13살이 되니까

 

이제 나도 기술을 익혀야 한다며 열라 빡터지게 고생하면서

 

배운 기술이다.

 

거기서 몇년간 형님하고 같이 일하다가 우리 파가 구역

 

다툼으로 지철파에게 깨져서 뿔뿔히 흩어지고 이제 나 혼자

 

일하고 다닌다.

 

길거리를 걷다가 ’저 쉐이 돈 좀 있게 생겼는데,’ 싶으면

 

우선 다가간다.

 

그래서 그 사람 옆에 있는 사람을 슬쩍 밀어서 그 사람이랑

 

부딛히게 한 다음 난 반대편으로 가서 그 사람 신경이 옆으로

 

쏠린 틈을 타서 슬쩍 한다.

 

이 손기술은 피로 익힌 기술이다. 강세 형님한테 배울 때

 

옷에서 1Cm 떨어진 곳에 칼을 꽂아놓고 배웠다. 처음에

 

할 때는 손에서 피가 배지 않은 날이 없었고, 어떨 때는

 

손가락 살이 한웅큼 베어나가기도 했다.

 

 

 

<2>

 

 

 

젠장. 그날은 운이 개똥인 날이었다.

 

오랜만에 명동에 나가서 한탕 해 볼려고 그랬는데 그날따라

 

괜히 사람들이 날 계속 쳐다보는거 같고, 어쩌다가 괜찮은

 

자식이 지나가면 꼭 그 옆에 다른 사람하고 같이 가곤 했다.

 

젠장!!

 

한 1주일동안 일을 안했더니 감각이 둔해진건지, 자꾸 쓱

 

할 시기를 놓쳐서 아침에 나왔는데도 점심 먹을 돈을 구하지

 

못해 굶었다.

 

어쩔수 없이 명동 성당 뒤쪽 골목으로 들어가서 마지막으로

 

기회를 노리고 있었는데 저 쪽에서 잘 차려입은 어떤 년이

 

앞에 가고 있었다. 기회는 이번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옆으로

 

쓰윽 지나가면서 면도날로 핸드백을 베어서 지갑을 빼 냈다.

 

원래 면도칼까지는 잘 안쓰는데 이번마저 놓치면 오늘 벌이는

 

다 한거 같아서 위험부담을 안고 해 버렸다. 그리고 그 대가인 듯

 

두툼한게 벌써 손맛이 왔다. 이 짓도 하다보면 늘어서 이젠 지갑만

 

만져봐도 얼만큼 돈이 들었을지 대충 알 수 있다.

 

 

 

지갑을 뺀 다음 전혀 모른체 하고 그 아가씨 뒤쪽의 골목으로

 

들어가서 지갑을 열어보았다.

 

역시 ..손맛이 좋더니만. 지갑에는 현금으로만 100만원 가량의

 

돈이 들어있었다.

 

그런데 신분증이라고는 달랑 주민등록증 하나밖엔 없었다.

 

보통 그렇게 차려입고 나다닐 정도면 골드카드 두 세 개쯤은

 

가지고 다니는데.... 그리고 지갑 안쪽에 두툼하니 뭔가

 

들어있는 것 같아서 꺼내보니 몇 십번을 다시 읽은 듯

 

꼬깃해진 편지가 들어있었다.

 

 

 

이제 내가 다시 언제 정신이 들지 모르겠구나.

 

자꾸 머리가 아파와서 잠이 들었다가 보면 어느새 며칠이

 

가 있곤 하더구나.

 

이번에 잠들면 또 며칠이나 정신을 잃을지 몰라서 잠깐 정신이

 

들었을때 이 편지를 쓴다.

 

네가 지금 다니는 회사일은 잘 되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항상 남한테 공손하고, 자신에게는 겸손해야 한다.

 

내 비록 힘도 없고 배운 것도 없어서 널 잘 가르치지는 못했지만

 

내 딸은 착하니까 어디서든 잘 해 낼꺼라고 믿는다.

 

다시 머리가 아파 오는구나.

 

이 편지를 네가 읽을때는 이미 난 또 잠에 빠져 있겠지.

 

그래...그럼 다음에 볼때까지 몸 건강하고,

 

날이 추우니까 꼭 스웨터 챙겨입어라..

 

 

 

- 널 사랑하는 아빠가 -

 

 

 

뭐야. 이거 뭐야 젠장!!

 

이 돈 설마 아버지 병원비는 아니겠지. 설마 아니겠지.

 

아니겠지...

 

근데 회사원이라면서 왜 그 흔한 신용카드 한 장 없는거야.

 

회사 다니면 증명증이라도 있어야 할텐데 그런것도 하나 없고.

 

젠장..

 

이상하다. 이상해..

 

 

 

젠장! 몰라!! 난 지금까지 소매치기 하면서 이 돈 없으면

 

눈물 흘릴만한 사람들 돈을 슬쩍하지 않는걸 신조로 해 왔다.

 

그래서 돈 좀 있어뵈는 사람만 슬쩍 하느라고 그런 사람

 

안보이면 3일을 굶어도 없어뵈는 사람 돈은

 

절대로 안 훔치는 나다.

 

그런데 분명히 그 년은 잘 차려입었었는데...

 

이런 이거 어떻게 해야 하나? 돌려줘 말어.. 으 젠장!

 

열라 머리아프네.

 

 

 

<3>

 

 

 

결국 난 이런돈은 찝찝해서 못 갖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주민등록증 뒤에 적힌 주소로 찾아가 보기로 했다.

 

이렇게까지 해서 돌려주는 내가 스스로도 뭐 이런 소매치기가

 

다 있어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도 눈에서 피눈물 흘려봤기

 

때문에 없는 사람 설움은 잘 안다. 이 돈 없어도 그냥 열라

 

기분 나쁜 정도로 사는 사람이 있겠지만 어떤 사람은 이 돈

 

없으면 가족 전체가 뿔뿔히 흩어져 버리는 경우도 있다.

 

젠장! 나도 어릴때 엄마한테 방세 낼 돈만 있었어도...

 

온 식구가 쫓겨나지만 않았어도 고아원으로 안갔을꺼고

 

이런 짓도 안했을꺼다. 날 버리고 간 엄마가 죽이도록 미웠지만

 

이젠 그냥 가끔 보고 싶기도 하다. 하긴..난 이제 엄마 얼굴을

 

꿈에서도 볼 수가 없다.

 

젠장!!

 

찾아간 집은 신림동 낙골 42통 3반이었다. 근데 뭐 이런곳이

 

다 있나 싶도록 산을 올라가면서 집들이 거의 판자 몇조각으로

 

지은 집도 있고 그랬다.

 

차라리 저 산동네가 더 잘살면 잘살았지 이 곳은 정말...

 

내가 사는 곳도 역삼동 5층 건물 옥상의 가건물에서 살고는

 

있지만 그래도 이 곳보다는 훨씬 더 나았다.

 

그여자가 설마 이 곳에 산단 말야? 분명히 내가 본 그 여자는

 

옷도 회사원처럼 정말 돈 많게 차려입고 갔었는데....

 

이거 주소가 잘못 된것이 아닌가 싶었다.

 

하여튼 계속 산을 올라가다 보니 저 꼭대기 바로 밑에 열라

 

허름한 판자집이 하나 보였다.

 

저 밑에 할머니가 여기가 42통 3반이라고 말을 했으니까

 

분명히 맞을텐데.....

 

주민등록증에 있는 주소도 여기였다. 에라 모르겠다.

 

우선 사람이나 있나 없나 보자.

 

 

 

" 저 계세요?"

 

 

 

" 예?"

 

 

 

" 저 실례지만 김선희씨세요?"

 

 

 

" 예...그런데요..."

 

 

 

으 젠장... 미쳐 이걸 돌려줄때 뭐라고 말을 할지 생각을

 

안해가지고 왔다.

 

그냥 나 소매치긴데 이 돈 나 먹기 싫으니까 니 가져 그럴까.

 

이런 젠장할!! 뭐라 그러지? 그래, 그냥 줏었다고 하자.....

 

 

 

" 저..혹시 이거 잃어버리셨어요?"

 

 

 

" 어머!, 예! 예! 아...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 맙습니다."

 

 

 

이런...울잖아. 이거 정말로 내가 가졌으면 다른 사람 피눈물

 

날 뻔 했군.

 

 

 

" 그냥 길을 가다가 줏었는데 돈이 너무 많아서 돌려드릴려고

 

가지고 왔어요."

 

 

 

" 예....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이 돈 없었으면 저희 아버지는...

 

죄송해요. 들어오실... 아. 집이 이래서.."

 

 

 

" 예. 괜찮습니다. 들어가죠."

 

 

 

집 안벽은 신문지로 도배가 되어 있었고 구석에 비닐

 

장롱과 낡은 책상 하나가 놓여있었다. 이거 연속극에나 나오는

 

옛날 집 같잖아. 이 여자 지갑이 맞는거 같은데..

 

그럼 그날 옷 입은건 뭐야?

 

 

 

" 죄송해요...집이 이래서."

 

 

 

" 아뇨. 괜찮습니다. 뭐. "

 

 

 

" 정말 감사해요... 이 돈 잃어버렸으면 저희 아버님은

 

돌아가셨을 꺼에요. "

 

 

 

" 아버님이 어디 아프신가요?"

 

 

 

" 예.. 뇌종양이세요. 아..처음 뵙는 분께 이런 말까지

 

해도 될런지 모르겠지만... 이제 마지막 수술이에요.

 

그런데 수술비가 모자라서 그 동안 수술을 못했는데 이제

 

하게 되었네요..정말 감사드려요. 고맙습니다."

 

 

 

" 네...다행이네요."

 

 

 

역시 돌려주길 잘 했어. 젠장.. 이제 한 며칠 또 굶겠군.

 

 

 

방을 쓱 둘러보니 책상위에 사진이 놓여있었다. 가족사진같은데,

 

시골 풍경에 아버지인듯 보이는 사람과 어린 여자애가 나란히

 

서서 찍은 모습이었다.

 

 

 

" 아, 이분이 아버님이신가 보죠?"

 

 

 

" 예..10년 전 사진이에요. 서울 올라오기 전에 찍은거에요."

 

 

 

" 아..서울 올라오신지 10년이 되셨나 보군요. 그런데 왜 이렇게..."

 

 

 

<4>

 

 

 

그 뒤 그녀한테 들은 얘기는 정말 드라마 게임이나 소설에나

 

나올 법한 얘기들 이었다. 집이 평택이었는데 농사 짓다가

 

태풍으로 농작물이 다 죽어서 이번 기회에 서울로 올라오자

 

하고 왔는데, 와서는 국민학교 동창이라는 놈한테 사기당해서

 

집팔고 소 판돈 다 날리고 아버지가 막노동해서 겨우 딸은

 

고등학교는 나왔다더라.

 

그런데 갑자기 어느날 쓰러져서 병원에 가 보니 악성 뇌종양

 

이더라. 그런데 수술비가 5천만원 가까이 들어서 그때부터

 

이 여자가 파출부랑 점원으로 일하면서 지금까지 돈을 모았다더라.

 

그런데 갑자기 병세가 악화되어서 어쩔 수 없이 수술을 해야

 

되어 지금까지 다니던 점원을 관두고 퇴직금조로 100만원을

 

받아서 이걸 보태서 수술을 하려고 했는데 그 돈을 잃어버렸다더라.

 

그래서 수술을 포기하고 하던 일도 다 그만두려고 그냥 집에

 

이러고 있었는데 내가 와서 돈을 찾아준 것이더라.

 

뭐 그런 내용이었다. 아버지한테는 회사다닌다고 그냥 거짓말

 

했었고, 그날 옷 입은것도 아버지 보려고 가니까 회사원처럼

 

보이려고 사정 사정해서 파출부 주인집 옷을 빌려입은 거란다.

 

 

 

그날 난 이 여자랑 많은 얘기를 했다. 내가 하는일이 소매치기

 

라고는 차마 말 못하고 그냥 내가 사는 건물에 있는 어떤 회사

 

다닌다고 그랬고, 말도 입에 붙어버린 욕이 안나오게 하려고

 

무진장 애썼다.

 

그리고 선희가 다시 일 나갈 시간이라고 해서 저 밑의 버스정류장

 

까지 같이 가서 가는거 보고 난 다시 내려갔다. 젠장! 나 왜

 

이러는건데.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픈데.....

 

젠장! 갑자기 엄마가 보고싶었다. 이젠 마주쳐도 몰라볼 엄마.

 

어쩌면 내가 슬쩍한 많은 사람들 중에 엄마도 껴 있을지도

 

몰랐다. 젠장! 젠장!! 젠장!!!

 

 

 

<5>

 

 

 

그 뒤 우리는 가끔 만났다. 워낙 선희가 시간이 없으니까 주로

 

내가 가서 만나는 편이었고, 아버님수술도 수술 경과가 좋다고

 

들었다. 난 회사원처럼 보이려고 소매치기 한돈을 모아서 양복도

 

한 벌 샀고, 선희를 데리고 생전 처음으로 영화관도 들어가 봤다.

 

처음가는 티 안내려고 무지 노력했는데도 표를 가지고 들어가는데

 

자꾸 표를 아깝게 찢길래 그냥 찢지 말라고 그러다가 열라 쪽 당했고,

 

며칠 굶으면서 돈을 모아서 레스토랑에 갔는데 아는 음식이 돈까스

 

밖에 없어서 그거 시킬려고 찾아보니까 그게 없어서 그냥 나왔다.

 

나중에 나와서 음식 진열해 놓은걸 보니까 포크 커틀렛인가

 

뭔가라고 써 있는게 돈까스랑 비슷하게 생긴걸로 봐서 이게 맞는거

 

같은데 그걸 시킬 자신이 없어서 다음에는 그냥 한식집으로만 갔다.

 

선희는 어렵게 자랐어도 열라 착하고 이쁜 여자다.

 

내가 이런데 오면 비싼데 필요없다고, 그냥 밥이랑 김치 먹어도

 

된다고 자꾸 망설인다. 그러면 난 더 사주고 싶어진다.

 

어떻게든 이 여자한테 잘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훔친 거긴

 

하지만 반지도 주고, 목걸이도 주고,귀걸이도 주고 그랬다.

 

그 뚱뚱한 부자 여편네들이 걸치는 것 보다 선희가 걸치는게 훨씬

 

보기 좋았다.

 

 

 

그러다가..그렇게 잘 지내다가 결국 아버님이 갑자기 돌아가셨다.

 

그 날 선희는 옆에서 보기 민망할 정도로 계속 울었다.

 

나도 그냥 눈물이 나서 둘이 안고 같이 울었다. 그렇게 힘들 게

 

일해서 수술을 시켜드렸는데...

 

경과도 좋았는데 갑자기 돌아가시다니.....

 

젠장... 그럼 그 동안 선희가 그렇게 고생한게 헛 고생이었단 말인가.

 

젠장젠장... 우리같은 사람들 마음 아프게 안하면 어디가 덧나서

 

이렇게 해야 되느냔 말이다. 젠장!!

 

 

 

<6>

 

 

 

그 뒤 선희는 외로움을 느끼는지 더욱 나와 자주 만났다.

 

그리고 나도 선희를 만나면서 왠지 소매치기를 다시 하기가

 

찝찝해서 그냥 그 건물에서 경비아저씨한테 부탁해서 청소일을

 

하면서 지냈다.

 

돈은 소매치기 할때 보다 훨씬 덜 받지만 그래도 전에 선희한테

 

그 건물에서 일한다고 말한것에 대해 떳떳할 수 있어서

 

마음은 편했다.

 

그리고 난 물론 계속 회사원 행세를 했다. 괜히 가끔 전화왔다고

 

전에 슬쩍한 핸드폰 들고 혼자 지껄이기도 하고, 회사 들어가

 

봐야 된다고 할 일도 없는데 그냥 헤어지고는 거리를 배회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그날은 오랜만에 선희가 파출부로 나가는 집이 해외여행을 떠나서

 

하루종일 선희와 같이 있을 수 있는 날이었다.

 

그래서 선희가 제일 가보고 싶어하던 63빌딩 수족관에 같이가서

 

사람만한 물고기도 보고, 물개도 보고, 그 피라니아인지 파란이아인지

 

하여튼 사람 잡아먹는다는 물고기도 보았다.

 

그리고 가게에서 300원짜리 돼지바 두개를 사서 먹고 오는데 저

 

골목에서 남자 3명이 걸어오는게 보였다. 순간 뭔가 난 느낌이

 

이상했지만 설마 하고서는 그냥 갔다.

 

그런데 갑자기 서로 지나쳐 가려는 순간 남자 두놈은 날 잡고 한놈은

 

선희의 머리를 잡고 저 쪽으로 끌고 가려고 했다.

 

순간 난 아무생각도 나지 않고 전에 조직에서 익혔던 싸움기술만

 

생각나서 팔 한쪽을 돌려서 빼고는 항상 주머니 안에 넣고다니는

 

면도날을 꺼내서

 

"야, 이 10쉐이들아!!! 이 개쉐이들이 열라 빡돌게 하네?

 

야 이 놈들아 일루 안 와???"

 

 

 

하고는 소매치기 할때 면도날 긋듯이 몇번을 쓰윽 쓰윽 허공에

 

그어댔다. 그놈들도 뭘 아는 놈들인지 내가 그어대는 걸 보고서는

 

사람 잘못 건드렸다 싶었는지 선희를 내버려두고 슬금슬금 저 쪽

 

골목으로 사라졌다.

 

 

 

" 선희야, 괜찮니?"

 

 

 

" 예, 괜찮아요."

 

 

 

" 그래. 나... 이런 놈이야... 나 소매치기야.. 남의 지갑 훔쳐서

 

사는 놈이라구. 지금까지 속여서 미안해....그래. 이제 뭐 다 알 게

 

됐으니 뭐.. 그래.그래... 그럼 나 갈께. 잘 살아.....안녕..."

 

 

 

" 잠깐만요~~!. 실은 저 ...알고 있었어요.."

 

 

 

". 뭐! 내가 소매치기인줄 알고 있었다구?"

 

 

 

" 전에 제게 주신 반지.. 그 뒤에 다른 여자 이름이 새겨져 있는거

 

보고 알았어요.... 그리고 지금은 청소일 하시는 것도 알아요.

 

가끔 옷에서 청소 할때 쓰는 왁스 냄새가 배어있는걸로 알았어요.  

 

죄송해요..저도 알면서 모르는 척 해서....그래도 그러는게 더 나을

 

것 같아서.. "

 

 

 

" ........."

 

" ........."

 

" 그래..뭐, 알고있던지 없던지 그건 상관 없겠지. 난 간다.

 

나랑 같이 있으면 너 앞으로 무지 힘들꺼야. 잘 있어......간다."

 

 

 

" 저.....잠깐만요.......괜찮으시면....저랑.......결혼....해.....

 

주실래요....."

 

 

 

<7>

 

 

 

그래. 난 소매치기다. 아니..소매치기 였다.

 

지금은 그 건물에서 유리창도 닦고 잔심부름도 한다.

 

돈은 조금 받지만 그래도 전에 소매치기 할 때보다 훨씬 더 좋다.

 

이제 옥상에서 사는건 나 혼자가 아니다. 세상에서 제일 이쁜

 

마누라도 있고, 이제 가까스로 걸어다니는 아들놈도 있다.

 

이 놈 넘어질려고 할 때마다 번개처럼 손을 뻗는걸 보면

 

내 자식놈이로구나 싶다.

 

가끔 일을 마치고 애를 안고 있는 내 마누라와 서울 밤 거리를

 

볼때면 세상을 다 소매치기 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내 마누라를...

 

내 자식을...

 

난....

 

정말...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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