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 (토)
(백) 부활 제5주간 토요일 너희는 세상에 속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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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4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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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corenelia] 쪽지 캡슐

2024-04-23 ㅣ No.171762

[부활 제4주간 화요일] 요한 10,22-30 “너희는 믿지 않는다. 너희가 내 양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 복음의 배경이 되는 ‘성전 봉헌 축제’는 안티오코스에 의해 함락되고 파괴된 예루살렘을 유다 마카베오가 되찾은 후, 성전을 정화하여 하느님께 다시 봉헌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매년 겨울에 거행되었습니다. 이 축제에는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어 하느님께서 이루신 승리를 경축하고 기념했지요. 수난과 죽음을 앞둔 예수님께서도 그 축제에 참석하셨습니다. 예루살렘에서 이루셔야 할 아버지의 뜻을 미리 확인하기 위한 ‘사전답사’이자, 아버지께서 어떤 어려움과 난관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당신 뜻을 이루시리라는 것을 마음에 되새기기 위함이었을 겁니다. 그런 슬프고 비장한 마음으로 성전 안뜰을 거닐고 계시던 예수님을 유다인들이 다짜고짜 둘러싸고는 그분을 닥달하듯 묻지요.

 

“당신은 언제까지 우리 속을 태울 작정이오? 당신이 메시아라면 분명히 말해 주시오.”

 

그들이 예수님께 그런 질문을 던진 것은 예수님께서 메시아이심을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께 대한 강한 적개심과 증오심을 드러내며 어떻게든 그분을 걸고 넘어질 빌미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당신 입으로 ‘내가 메시아다’라고 말하기만 하면 바로 그분께 ‘신성모독’이라는 죄목을 뒤집어 씌워 감옥에 가두려고 했는데, 예수님께서 직접적으로 당신의 신원을 드러내는 말씀은 당최 하질 않으시니 안달이 났던 겁니다. 그래서 자기들이 원하는 대답을 빨리 듣기 위해 예수님을 다그친 것이지요. 그런 그들의 시커먼 속내를 훤히 들여다보신 예수님은 서글프고 착잡한 심정으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이미 말하였는데도 너희는 믿지 않는다. 내가 아버지의 이름으로 하는 일들이 나를 증언한다. 그러나 너희는 믿지 않는다. 너희가 내 양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 양들은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다. 나는 그들을 알고 그들은 나를 따른다.”

 

그들은 예수님께 ‘내가 메시아다’라고 정확하게 말하라고, ‘당신이 메시아가 맞다는 분명한 표징을 보이라’고 계속해서 요구하지만, 예수님께서 어떤 말씀을 하셔도, 어떤 표징을 보이셔도 그들은 믿지 않으리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처럼 예수님을 불신하는 모습 안에서 그들이 주님께 속한 그분의 참된 양떼가 아니라는 사실이 분명히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주님을 믿고 따르는 그분의 참된 양이라면 그분께 증거를 요구하며 닥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믿음으로 그분 목소리를 알아듣고 행동으로 따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담기는 것은 담는 그릇의 모양에 따라 그 형태가 다르게 보이는 법입니다. 그러나 그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예수님을 그 출신이나 직업으로 얕잡아 보는 그들 눈에는 그분이 별 볼 일 없는 시골 촌뜨기로 보였겠지만, 그분은 언제나 변함없이 우리를 구원으로 이끄시는 참된 목자로, 우리를 하느님 나라로 이끄시는 구세주로서 존재하십니다. 그러니 그런 주님께 내 마음 그릇 모양에 맞추시라고 강요할 게 아니라, 내 마음 그릇을 주님 뜻에 맞게 바꿔야 그분을 내 안에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지요. 신앙생활이란 주님의 은총을 담을 그릇을 그분 뜻에 맞게 잘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먼저 주님을, 그분 사랑을 믿어야 그 그릇을 제대로 만들 수 있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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