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일)
(백) 부활 제5주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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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7일 연중 제15주간 토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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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10-07-17 ㅣ No.57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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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7일 연중 제15주간 토요일 - 마태오 12,14-21


 

“그는 올바름을 승리로 이끌 때까지, 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고, 연기 나는 심지를 끄지 않으리니, 민족들이 그의 이름에 희망을 걸리라.”

 

<언젠가 바람이 불어오면>

 

 

    어쩌면 우리 인간은 상처투성이뿐인 갈대, 세찬 바람이 불어오면 어쩔 수 없이 이리저리 흔들립니다. 너무도 쉽게 상처 받습니다. 너무도 쉽게 기가 꺾입니다. 너무도 쉽게 넘어져 버립니다.

 

    오늘 복음도 인간을 ‘부러진 갈대’로 비유합니다. 인간을 갈대로 비유한다는 것은 그만큼 약하다는 것입니다. 약한 갈대가 부러지기까지 했으니, 이는 구제불능이라는 의미입니다. 더 이상 쓸모가 없다는 뜻입니다. 갈 데 까지 갔다는 표현입니다.

 

    ‘부러진 갈대’는 다름 아닌 오늘의 우리들입니다.

 

    이런 구제불능인 우리, 부러진 갈대인 우리, 삶이 산산조각 난 우리이지만, 자비의 하느님께서 계시니 절망하지 않습니다. 치유자이신 하느님의 사랑의 손길이 부러진 우리를 고쳐주실 것이니 슬퍼하지 않습니다.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로 일어설 수 없는 나약한 우리들이지만, 언젠가 하느님 사랑의 바람이 불어오면 설레는 마음으로 다시 설수 있는 우리들이기에 포기하지 않습니다.

 

    겉으로는 씩씩한 척 하지만, 겉으로는 강한 척 하지만, 사랑에 목말라, 사람이 그리워, 심연의 외로움에, 돌아서서 눈물 흘리는 연약한 존재가 바로 우리들입니다.

 

    그러나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자비의 하느님께서는 부러진 갈대인 나를 결코 버리지 않으십니다. 당신 사랑의 손길로 내 상처를 싸매주시고 낳게 하시며, 언젠가 따뜻한 봄바람을 보내시어 나를 다시 서게 하실 것입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화창한 하늘을 우리에게 보여주실 것입니다.

 

    돌아보니 저 역시 부러진 갈대였습니다. 인생길 굽이굽이 허물로 수놓아져 있습니다. 부끄러움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나를 향한 하느님의 크신 자비를 떠올리기만 하면 그저 ‘아!’하는 탄성만이 절로 나옵니다.

 

    그분은 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으시듯 수도 없이 넘어지는 나를 내치지 않고 그저 끝없는 연민의 눈길만 보내셨습니다.

 

    그분은 연기 나는 심지를 끄지 않으시듯, 생과 사의 기로에서, 죽음의 땅과 생명의 땅의 교차로에서 서성거리던 저를 재빨리 낚아채셔서 당신 사랑의 울타리로 건너오게 하셨습니다.

 

    상처뿐인 가련한 새 한 마리 그분께서 마련하신 둥지 안으로 내려앉으니 안심하고 날개를 접습니다.

 

    우리의 하느님은 참으로 묘하고 또 묘하신 분입니다. 그분께서는 부서진 갈대는 꺾지 않으시나, 뻣뻣한 갈대는 꺾으십니다. 부서진 마음은 어떻게 해서든 감싸주시며 보살펴주시나 완고한 마음은 인정사정없이 쳐부수십니다.

 

    오늘 내가 ‘부러진 갈대’라고 절대로 불안해하지 마십시오. 하느님 치유의 손길이 멀지 않았습니다.

 

    오늘 내가 불이 다 꺼져 ‘연기 나는 심지’라 할지라도 결코 좌절하지 마십시오. 하느님의 뜨거운 사랑의 불길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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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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