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일)
(백) 부활 제5주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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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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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2-08-14 ㅣ No.3944

8월 14일 수요일 성 막시밀리아노 마리아 콜베 사제 순교자 기념일-마태오 18장 15-20절

 

"너희 중의 두 사람이 이 세상에서 마음을 모아 구하면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는 무슨 일이든 다 들어주실 것이다. 단 두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

 

 

<동네북>

 

죽음의 수용소로 유명했던 아우슈비츠의 화장터 굴뚝이 밤낮으로 연기를 토해내던 무렵, 콜베신부님과 동료 수사님들이 수용소에 도착하였습니다. 수용소에서의 삶은 차라리 지옥이 더 낫겠다 싶을 정도로 참혹한 것이었습니다. 숫자를 일일이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아무런 이유도 모르고 매일 죽어나갔습니다. 그 나간 빈자리는 순식간에 또 다른 포로들로 채워졌습니다.

 

나치 장교나 간수들의 집중 표적이 되셨던 콜베 신부님은 한 마디로 "동네북"이었습니다. 하루는 너무도 심하게 얻어맞아 탈진한 콜베 신부님이 수용소 내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말이 병원이지 한 침대에 서너 명씩 모로 누운 환자들이 의사도 간호사도 없이 임종의 순간만을 기다리는 죽음 대기실이었습니다.

 

그 소름끼치는 병원에서도 콜베 신부님은 자진해서 출입문과 가장 가까운 쪽 침대에 자리를 잡으셨습니다. 뭇매로 골병이 들어 더없이 고통스러웠음에도 불구하고 신부님은 가까스로 기운을 차리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이곳에 온 것을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죽어 가는 형제들을 위해 기도드릴 수 있어서 기쁩니다."

 

신부님은 이런 말을 자주 되풀이하셨습니다. "나는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 더욱 고통받을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원죄 없으신 성모님께서 나와 함께 계시고 나를 지켜주시고 도와주십니다."

 

어느 날 담당 간호원이 열병에 걸린 환자들이 제일 먹고 싶어하는 차를 한잔 몰래 열병에 시달리던 콜베 신부님께 가져왔습니다. 신부님은 일언지하에 차를 거절하시며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만 다른 모든 환자들을 두고 저 혼자만 특별히 마실 수는 없습니다."

 

콜베 신부님은 수용소의 그 형편없이 말라비틀어진 배급조차 반만 드시고 나머지 반은 배고파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셨습니다. 그럴 때마다 하셨던 말씀, "조금이지만 더 드시고 힘내세요. 나보다 훨씬 더 시장해 보여요."

 

지옥과도 같은 수용소 생활 중에도 콜베 신부님은 언제나 기쁜 표정을 지으셨습니다. 언제나 명랑하고 쾌활한 목소리로 다른 사람들을 격려하셨습니다. "여러분, 어려워도 참아나갑시다. 여러분은 꼭 살아서 돌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성모님께 모든 것을 맡기십시오. 원죄 없으신 성모님께서는 반드시 여러분을 도와주실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단 한 형제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친 콜베 신부님의 축일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목숨이 완전히 고갈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보다는 이웃을 먼저 생각했던 콜베 신부님의 죽음을 통해 남을 위해 희생하는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 삶인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랑의 본질을 결국 희생입니다. 희생 없는 사랑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우리가 사랑하기를 그토록 어려워하는 이유는 희생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사랑은 일상 속에서 언제나 희생을 수반합니다. 희생이 바탕이 되지 않은 사랑은 사상누각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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