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일)
(백) 부활 제5주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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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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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2-11-16 ㅣ No.4269

11월 17일 연중 제33주일-마태오 25장 14-30절

 

"잘하였다. 너는 과연 착하고 충성스러운 종이다. 네가 작은 일에 충성을 다하였으니 이제 내가 큰 일을 너에게 맡기겠다. 자, 와서 네 주인과 함께 기쁨을 나누어라."

 

 

<이 나이에>

 

미국의 현역 육상선수 중에 아주 특별한 여자 선수가 한 명 있는데, 올해 33세된 말라 러년입니다. 그녀는 바로 코앞의 물체도 희뿌옇게 형체만 보이는 시각 장애인이지요.

 

그런 그녀가 올해 처음으로 뉴욕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했는데, 2시간27분10초란 대단한 기록으로 5위에 올랐습니다. 우승자에 불과 1분14초 뒤진 좋은 기록인데다 미국 선수 가운데서는 가장 뛰어난 성적이었습니다.

 

그녀의 레이스를 돕기 위해 자전거를 탄 도우미가 나섰습니다. 대충 큰 윤곽만 흐릿하게 볼 수 있었던 그녀였기에 도우미는 그녀의 뒤를 따라 가며 "곧 코너가 나옵니다", "왼쪽에 물통이 있습니다"라는 식으로 말해주면 러년은 그 지시에 따라 열심히 뛰었습니다.

 

아홉 살 때 퇴행성 망막장애로 시력을 상실한 러년은 1992년 바르셀로나 장애인올림픽에서 4관왕을 차지한 다음 정상인들의 무대에도 도전장을 내밀어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결선까지 진출했던 인간 승리의 주인공입니다.

 

더욱 우리의 눈길을 끌게 만드는 것은 그녀의 끝없는 도전 정신과 경탄할만한 봉사정신입니다.

 

러년은 장애 어린이들을 위해 달립니다. 시각 청각 장애인 교육 석사 학위를 갖고 있는 러년은 늘 장애 어린이들에게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 너희들도 모두 할 수 있단다. 누구한테서도 <너희들은 못해> 라는 소리를 들으면 안된다"고 강조해왔습니다.

 

레이스를 마친 뒤 그녀는 "장애 어린이들과 한 약속을 지켜 기쁩니다. 나의 눈은 내가 처한 환경의 일부입니다. 나는 내 눈을 한번도 내 인생의 장애물로 여긴 적이 없습니다. 내가 달리는 것을 보고 힘을 얻는 장애인이 단 한 명이라도 있는 나는 달리기를 계속할 것입니다"라고 힘있게 말했습니다.

 

불편한 신체를 탓하며 방안에서만 지낸다 해도 아무도 그녀를 탓할 사람이 없는데 러년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섰고, 아무리 주어진 상황이 열악하다 해도 최선을 다했으며, 기적과도 같은 결과를 얻어내면서 동료 장애인들의 꿈과 희망이 되고 있습니다.

 

러년의 삶과 꿈을 바라보며 참으로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무런 장애도 어려움도 없으면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나는 뭐 할 줄 아는 게 있어야지?"하며 한탄만 해왔었습니다. 아무 것도 아닌 일에 상처받아 의기소침했었던 지난날이 부끄럽습니다. 그 숱한 아까운 날들, 황금 같은 시간들을 무료하게 시간을 죽이며 보냈었습니다. 아직도 새파란 나이에 "이 나이에!!!"하며 거드름을 피웠습니다.

 

인간이 위대한 이유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사랑스런 이유는 "변화의 가능성" 때문입니다. 늦었다고 생각이 드는 그 순간이 바로 가장 늦지 않은 순간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으로부터 부여받은 달란트가 과연 무엇인지 잘 한번 생각해보는 오늘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별로 없는 것 같아도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달란트(은총의 선물)는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조금만 생각을 바꾼다면 모든 것이 다 달란트입니다. 우리의 약점, 상처, 고통, 십자가조차도 결국 일종의 달란트들입니다. 우리를 보다 큰그릇으로 만들기 위한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어떠한 처지에서든 감사하는 하루, 어떠한 시련 속에서도 꾸준히 선을 행하는 하루, 죽음의 골짜기를 지나면서도 하느님을 찬미하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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