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9일 (목)
(백) 부활 제6주간 목요일 너희가 근심하겠지만, 그러나 너희의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

함세웅신부님 전상서(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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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철 [mchung] 쪽지 캡슐

2004-06-23 ㅣ No.1542

함신부님, 그간 소식 못 전했습니다.  저도 좀 바빠서.......

계속 바쁘라고요?  이건 농담 입니다. 

오늘을 마지막으로 함신부님시리즈를 마칠까합니다.

 

요즘의 한국사회를 평하는 여러가지의 표현 가운데 저는 균형의 상실이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제가 젊었을때(신부님 보다는 연하인데 젊을적 이야기 하니 죄송합니다), 다시말해 신혼초입니다.

집이 넉넉치 못해 홀아버지와 동생들을 데리고 같이 좁은 집에서 살았는데,  저는 주말만 되면 제 처를 포함해 모든 식구가 다같이 극장도 가고, 야외도 가곤 했습니다.  우선 늙으신 아버지에게 효도도 하고, 어린 동생들에게도 가족의 행복감을 주고 싶엇습니다.  무엇보다도 가족 전체가 화합하고 하나가 되는 것이 좋을것이라고 생각해서 말입니다.  그런데 제 처는 아주 괴로워하는 것 이었습니다.  사실 저 하나 보고 시집온 사람인데, 돈도 없고 심지어 홀아버지에 동생들 까지 줄줄이 딸려있으니, 제가 쉬는 주말만이라도 저와 단들이 보내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당시 저는 그런걸 몰랐습니다.  여자의 심리가 어떤지도 몰랐고, 그저 효도하고 가족의 화합을 이루는 일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 않은가? 하는 생각뿐 이었습니다.  신부님, 제 생각이 잘못입니까?

 

저는 지금도 그때의 저의 생각이 잘못이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 저는 그 생각들이 잘못은 아니지만, 균형을 잃은 것일수 있다고 반성합니다.  아무리 효도가 좋아도, 부부간의 원만함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라는걸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즉 훌륭한 장점이더라도 지나치면 단점이 될수도 있다는 것을.....

가정을 전혀 돌보지 않고 성당일에만 매달리는 자매들의 경우와 비숫하다고나 할까요?

모든 일에는 지나침이 없어야 하고, 아무리 중요한 일에 집중을 하더라도, 다른 일에도 최소한의 필요한 시간과 관심을 할애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 가고 있습니다.

 

신부님, 최고의 학벌과 뛰어난 두뇌, 정의감으로 뛰는 가슴, 처벌을 두려워 않는 용기......

정말 훌륭하신 사제이십니다.  그러나 신부님에게는 균형감각이 조금은 더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젊어서는 누구나 그렇듯이, 신부님의 젊은 시절의 시행착오나 지나침을 탓 할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육순을 넘기신 오늘 신부님께서 젊어서 혈기만으로 세상을 보던 그 안목으로 언론에 말씀을 하신다면, 책임을 지셔야 합니다.  누구에게가 아니라 신부님 자신에게 말입니다.  젊어서는 젊은이의 역활이 있습니다.  사실 나이가 든 분들이 그 역활을 하려야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나이가 든 사람의 역활이 있습니다.  나이에 걸맞게 말하고 처신하는 것이 당시대의 젊음과 노련함의 조화 그 자체라는걸 직시하시기 바랍니다. 

신부님의 공개적인 말씀 한마디가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에게 영향을 주시는지 아십니까?

저는 시민단체의 회원이기도 합니다.  그단체에서 젊은이들과 많은 토론을 하지만, 더러는 젊은이들 가운데 신부님의 말씀과 지론을 내세우며, 나이 먹었다고 다 그런거는 아니라는 증거로 제시합니다.  그들은 신부님의 말씀으로 자신들의 주장(제 생각에는 무모하고, 무책임한 주장들...)이 젊은 자신들만의 주장이 아니라 모든 세대의 지지를 받는 보편성이 있다고 믿습니다.  신부님 정말 그렇습니까?

 

천주교는 "보편성"이라고 배웠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보편성이란 시대에 따라 변하지도 않고,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변하지도 않고, 부자와 가난한 자에게 다르게 적용되지 않고, 신분의 차이 같은 것에 좌우되지도 않고, 학벌이나 지식의 정도, 두뇌의 우수성과도 관계가 없는, 그야말로 변하지 않는 "진리" 비숫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도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때마다 성당에서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쳐다보며 텅빈 성당에서, 정말 마음을 다하여 기도를 드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기도라기 보다는 일방적인 저의 희망사항이었지만, 매일을 가서 그렇게 열심히 기도를 해도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은 아무런 변화도 없이 그냥 그렇게 거기에 계시기만 한겁니다.  나는 급하고 애절한데도.....  실망도 하고, 원망도 하고......  그런데 한참을 지나고 보니, 다양한 요구사항을 들고 주님을 찿아가 강력히 요구했지만, 전혀 변함없이 그냥 그대로 계신 분이 바로 절대자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절대 변하지 않는 것, 진리 그 자체라는걸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나에게만 작용하시지 않고, 나의 적에게도 미소를 보내시는 분, 내가 그분을 공연히 인간들의 감정의 싸움터로 끌어들여 내 편을 들어달라고 강요했구나.....  그런 경험을 통해 카톨릭의 보편성을 이해했다고 생각합니다.

 

보편성이 비겁한 것도 아니고, 물에 물 탄듯한 무의미한 것도 아니라는걸 알게 되면서, 저의 언행에 책임을 져야 하는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책임을 어떻게 지나?  내 나이에 걸맞는 언행이 필요하구나.  이 사회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조화를 이루게 나에게 주어진 역활을 해야겠구나.  유다가 아주 나쁜 역활이지만 자신의 역활을 받아들여 하듯이....  신부님, 신부님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는지 깊이 생각해 주십시오.  우리의 지도자들인 주교님들이 할 말이 없어, 생각이 모자라서, 부모님같은 말씀만 하시는지 아십니까?  그분들은 수 많은 신자들, 교회를 지켜야하는 막중한 책임감에 억눌려 할말 다 못하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분들일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비판과 지적은 젊은 시절 젊은이들의 몫입니다.  나이가 들어서는 그 젊은이들의 비판과 지적을 받아가면서도 전체에 대한 책임을 지켜야 합니다.  그것이 나이든 사람들의 몫입니다.  젊은이들에 비겁하다는 비난을 받아가면서도 말입니다. 

 

KAL기 폭파 조작사건은 어떻게 되어갑니까?

조작이라면 반드시 밝혀주십시오.  그것이 정의이니까요.  그러나 그 주장이 나온지가 상당시간이 흘렀는데도 결론이 안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아마 정보가 부족해서 일 것입니다.  그러면 제가 묻겠습니다.

정보가 부족해서 단정을 내리지 못하는데 어떻게 정의구현사제단의 이름으로 조작이라고 발표하셨습니까?

한마디로 무책임한 거지요.  좀더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면, 계속 내부적으로 조사를 하고 증인을 찿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정의구현사제단 신부님들이 발표를 하니까, 많은 신자들은 신부님들이 그렇다니까 틀림없이 뭔가 잘못된 것일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분들에게 어떻게 책임 지시겠습니까?  아니면 그냥 조용히 지나가시겠지요.  정말 무책임 하십니다. 

 

균형감각을 다시한번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천주교의 보편성을 다시한번 묵상하시기 바랍니다.

정말 젊어서는 모두가 무서워 떨고만 있을때, 두려움없이 불의에 대항하던 용감한 사제.......

나이가 드셔서는 심지어는 변절한 것 아니냐(한때 북한을 나녀온 후 반정부 발언을 안한다고 변절로 몰리시던 지학순 주교님을 기억하십시오)는 오해와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전체를 지키려는 역활을 묵묵히 지켜간 사제......   지주교님은 그런 비난을 하던 분들에게 이렇게 반문하셨습니다.  "  아무도 무서워 감히 말 조차 못하던 그 암흑의 시절에 그대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셨습니까?"  바로 그런 분으로 함신부님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저는 감히 함신부님을 비난하거나 공격하려는 의도는 없습니다.

저도 한때(젊을때) 열렬한 팬이었던 한 신도로서, 신부님의 말씀 한마디가 얼마나 큰 파장을, 특히 젊은이들에게, 미치는가를 절감하면서, 한번쯤 신부님이 쉬어 뒤를 돌아봐 주시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이글을 썼다고 자부합니다. 

 

마지막으로 신부님께 2가지를 제안합니다.

 

1. 김수환 추기경님에 관한 발언은

 

    - 우선은 선배에 대한 예우가 아니고,

    - 둘째는, 표현이 지나치다고 생각합니다.

 

   이 2가지 점에 대하여 김수환 추기경님께 사과를 하신다면 참 보기 좋을듯 합니다. 

 

2. KAL 기 사건을 지지부진하게 끌고 가지 마십시오.

 

   증거 확보가 곤란하면, 그렇다고 말씀하십시오.  그리고 정의구현사제단이 조작이라고 발표한 것은 성급한

   것이었다고 사과 하십시오.

 

신부님을 매 미사때마다 기억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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