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0일 (금)
(백) 부활 제6주간 금요일 그 기쁨을 아무도 너희에게서 빼앗지 못할 것이다.

유럽 교회의 부정적인 측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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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선 [choyya] 쪽지 캡슐

2000-08-23 ㅣ No.1011

1008번 최혜경 자매님의 글 잘 묵상하면서 읽어 보았습니다...

무엇인가 자매님에게 상처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에 이 글을 보며 화살기도를 주님께 드립니다....

제 소개를 하지요... 저는 지금 프랑스에서 철학공부를 하기위해서 유학중인 김병선 신부입니다.  글을 읽다보니 자매님은 아마도 유럽에서 산 경험이 있겠구나 하는 추측이 들더군요....

 자매님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유럽의 사제에게 한국의 사제들을 빗댄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기가 쉽지 안더군요...왜냐하면 제가 프랑스에 온지 아직 얼마 안되었지만 제가 보아왔던 선배, 동료, 후배 사제들의 모습...그리고 제가 살아왔던 몇년의 사제생활과 여기 사제들의 생활을 비교하면서 과연 자매님이 어떤 의미로 말씀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유럽의 사제모습을 닮아야하는가하는 의문점을 제기하게 됩니다.

첫째, 프랑스의 사제중 일부는 평신도와의 협력이라는 미명(제가 보기에는)하에 모든 예비자교육을 비롯한 신자교육을 평신도에게 맡깁니다.  사제는 미사및 성사만 집전하면 됩니다... 본당의 액션단체들(한국의 레지오등)은 당연히 미미하고 혹시 있다하더러도 사제는 별 관계가 없는 듯합니다...사제는 미사시간, 정해진 성사시간이외에는 자기 생활을 합니다... 정원을 가꾸든, 낚시를 하든 등등(주일에도 성당을 비웁니다..) 한국의 신부들도 그렇게 사는 것이 좋은 것일까요?  물론 사제들 중에는 개인시간을 더 많이 활용하는 분들도 있지만 한국의 사제들은 개인시간을 마음대로 활용하고 싶어도 사제들을 옆에서 지켜본 분이라면 쉽게 아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각종회합에 그래도 얼굴이라도 비춰야하고(만일 등한시 하면 그날 부터 우리신부님은 나쁜신부님이지요..^^)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전화에 시달리고...면담신청도 많이 있지요...

물론 이 모든 것을 한국의 모든 사제가 열심히 한다고는 말하고 싶지는 안지만 적어도 사제의 양심상 해야한다는 당위는 가지고 살아간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도 한국에서 몇년의 보좌생활을 거치면서 정기진단을 받거나 한의사로부터 진찰을 받으면 "젊으신 분이 무슨 고민이, 무슨 스트레스가 많다고 몸이 이렇게 엉망입니까?"하는 질문을 받곤하였습니다...(참고로 저는 술, 담배를 하지 안습니다)

 저희도 하느님이 허락하신다면 유럽의 신부들 처럼 일년에 한달 꼬박 꼬박 휴가를 받아 여행도, 해외도 마음대로 다니고 싶고, 미사와 성사만 정해진 시간에 집행하고 주일이든 평일이든 내생활을 하고 싶습니다. 골치 아픈 성당의 재정문제도 모두 평신도에게 맡기고 그저 기도와 공부, 휴식, 그리고 성사집행만을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삶이 결코 목자의 삶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우리의 자랑스런 선배사제들에게 배웠고 체험하고 살고 있습니다... 사제의 삶은 직업이 아니니까요...

둘째, 유럽교회에서는 유럽분위기상 당연히 사제에게 신부님이라는 호칭보다는 이름을 부르지요...그러나 신심있는 분은 절대 이름을 부르지 안습니다.  tu라는 호칭보다 vous라는 호칭을 하지요.... 과거에는 더 엄격히 신부님들을 존중했다는군요...어린신학생들 , 학사님들에게 존칭을 하는 것이 싫다.. 신부면 다냐, 나보다 어린 사람한테 내가 왜 이런 저런 충고를 듣냐....프랑스에서 사셨다면 68사건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지금 프랑스에서는 모든 권위를 거부했던 젊은 시절의 객기를 후회하고 있다는 분석이 종종 잡지나 신문을 통해서 나오지요..   인간 누구누구에 대한 존칭이 아니라 사제의 길을 준비하는 그 자체, 사제의 삶을 존중하는 것이지요.,

셋째, 아파트라...? 제가 어느 성당인지는 잘 모르지만  두가지를 들어 말씀하고 싶습니다... 그 아파트는 사제 개인의 것이 아닙니다... 결국 성당을 지을 때 그 아파트는 전세값이든 뭐든 재투자되지요....  사정은 잘모르지만 일종의 재정의 운영과 관련된듯 합니다... 가장 효율적인 투자...성당건축을 위한 투자일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런 질문을 하면 죄송한 질문이겠지만 자매님은 얼마만한 크기의 집에서 사십니까? 신부는 말 그대로 아버지입니다.... 영신의 아버지.... 자식은 38평 이상의 집에서 살면서 아버지는 텐트치고 살아라(너무 심한 말인가요? 만일 심하다고 생각하시면 메일을 보주십시요 받는 즉시 이 구절은 삭제 하겠습니다)?  본당을 운영하다보면 찾아오는 사람도 많고 손님신부님이 방문할 때도 있습니다.... 60, 80평 아파트는 아닐지라도 38평정도는 과한 것이 아닐 듯합니다.....(프랑스 신부님들도 사제관은 좋더군요..)

마지막으로 인터넷이 활발해지면서 생긴 솔직한 불만이 있습니다... 그 것은 사제들이 자주 매도당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제들은 변명할 수 없습니다...인내하는 것을 미덕으로 알고 있기때문이지요... 사실 젊은 혈기로 이 글을 올리면서도 혹시 다른 사제들에게 누가 되지안을까? 글을 올린분에게 상처가 되지 안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섭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는 인터넷상으로 논박도하고 발전도 할 수 있다지만 사제와 신자의 관계는 그런 것 같지안습니다...  사제는 하고 싶은 말도 삼키고 살아야하는데 이제 인터넷이라는 것이 생겨서 일대일의 비방이 아니라 대중앞에서 비방을 당하고도 말하지 못하니 얼마나 많은 사제들이 벙어리 냉가슴을 앓게습니까?

왠만하면 더 이상 인터넷상으로 사제들을 싸잡아서 하는 비방이 없었으면 합니다....

 프랑스에서 조국의 교회를 위해 기도하며

 

 김병선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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