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0일 (월)
(백) 교회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교육 주간)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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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이해인 수녀님과 가수 박인희씨의 50년 우정...(詩낭송-어떤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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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열 [donghk001] 쪽지 캡슐

2023-09-23 ㅣ No.103154

중학교 입학식에서 시작된 인연...'반세기 우정'을 키워온 이해인 수녀와 가수 박인희..
    이해인 수녀와 가수 박인희가 중2때 헤어졌던 서울역 대합실에서 해후했다. 이해인 수녀는 사진을 찍는 와중에도 유머를 잃지 않았다. “인희야, 나는 요염하게 웃을 테니 넌 우아하게 웃거라.” '거울 속을 들여다보면/내 얼굴을 닮은/또 하나의 얼굴이/나를 바라보고 있다// 내가 기쁠 땐/기쁜 얼굴로/내가 슬플 땐/슬픈 얼굴로//따로 안부를 전할 필요도 없이 /따로 안부를 물을 필요도 없이//서러운 모습으로/머물다 사라지는 얼굴//어느 별에서 만난/쌍둥이일까/우리는//일란성 쌍둥이인/우리는.'
    해방둥이 두 소녀가 만난 건 1958년 3월 서울 풍문여중 입학식에서였다. 교장 선생님 훈화가 한창이던 낯선 강당. 수많은 입학생 사이로 두 소녀의 눈길이 마주쳤다. 긴 머리를 땋아 늘인 소녀와 뽀얀 얼굴에 단발머리 앳된 소녀. 저도 모르게 빙긋 미소 지은 둘은 생각했다. "저 아이와 한 반이 되면 좋겠네." '편지 우정'이 시작된 건 그때부터였다. 막상 같은 반이 되자 말 걸기 쑥스러웠던 두 소녀는 쪽지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책상 서랍이 그들의 '우체통'이었다. 학교에서 못다 한 이야기는 다시 편지로 써서 서로의 집으로 부쳤다. "마른 꽃잎을 눌러 붙인 하얀 편지지에 시처럼 맑은 글들이 보석처럼 박혀 있었죠. 엄마와 가족들에게 털어놓을 수 없는 이야기들을 그 편지에만은 고백할 수 있었어요."
    가을이면 노란 꽃비 흩날리는 은행나무 아래에서 문학을 이야기하고 습작한 시(詩)를 보여주며 웃음꽃 피우던 두 소녀에게도 작별이 찾아왔다. 단발머리 소녀가 부모님 따라 경북 김천으로 전학을 가게 됐다. 서울역으로 배웅 나온 긴 머리 소녀는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으며 친구의 손에 '선물'을 안겼다. "일기장요. 나의 전 재산이었던 일기. 편지로 속닥이고도 가슴에 남은 말들을 적어두었던 일기장을 떠나는 친구에게 주고 싶었어요. 그 애는 나의 전부였으니까요."
    세월이 흘러, 명랑하고 장난기 많았던 소녀는 '시(詩)를 쓰는 수녀'가 되었다. 말이 없고 피아노를 잘 치던 또 한 소녀는 '시를 쓰고 노래하는' 가수가 되었다. 수녀원에 들어간 뒤 연락이 끊긴 친구가 그리워 소녀는 시를 지었다. '우리 모두/잊혀진 얼굴들처럼/모르고 살아가는/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기(旗)를 꽂고 산들 무얼하나/꽃이 내가 아니듯/내가 꽃이 될 수 없는/지금/물빛 몸매를 감은/ 한 마리 외로운 학으로 산들/무얼하나//사랑하기 이전부터/기다림을 배워 버린/습성으로 인해/ 온 밤내 비가 내리고/이젠 내 얼굴에도/강물이 흐르는데….' .
    전학 갈때 손 흔들며 헤어졌던 서울역 앞에서 동갑내기 두 소녀가 만났다. 이해인 그리고 박인희. 칠순을 넘긴 나이지만 그들은 여전히 열다섯 소녀 시절로 돌아간 양 장난치고 재잘대며 깔깔거렸다. "말이라곤 안 하던 인희가 뚱딴지 같이 가수가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해인이가 수녀원 들어갔다는 소식에 '아, 영영 이별이구나' 했지요." 서울역에서 헤어진 뒤에도 계속 편지를 주고받다 박인희가 도미(渡美)하면서 끊긴 그들의 반세기 우정을 들었다. 인터뷰 두 시간 동안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35년 만에 컴백콘서트 하던 전날도 1시간은 잤는데, 해인이 만나는 전날 밤엔 한숨도 못 잤어요 너무 설레어서." 17일 서울역 4층에 있는 경양식집 '그릴'. 미국으로 떠난 뒤 20년 만에 만난 이해인(71) 수녀를 가수 박인희(71)는 애틋한 눈길로 바라봤다. "암 투병 중이라는 것도 몰랐다니까요. 바보같이…." 친구의 목소리가 잦아들자 수녀가 호탕하게 웃으며 농담했다. "그러게. 하마터면 내 장례식에나 올 뻔했다구, 하하!" 닷새 휴가를 얻어 서울에 온 이해인 수녀는 단짝 박인희와 나흘 내 함께 다녔다고 했다. "바빠서 인희 컴백콘서트에도 못 가봤어요." 이날 박인희는 이해인 수녀를 서울역으로 배웅 나온 길이었다. "이달 말 미국 들어가면 내년에나 다시 올 수 있으니...
    박인희 대표곡 '모닥불'에 관한 재미난 일화가 있다. 갈현동 신혼집에 놀러 온 이해인 수녀가 '모닥불'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수녀님들 즐겨 부르는 노래가 있는데 참 좋더라. '모닥불 피워놓고 마주 앉아서~'로 시작하는데, 원곡 부른 가수의 목소리가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하더라고. 너도 그 노래 아니?" 묵묵히 듣던 인희는 '모닥불'과 함께 자신의 얼굴이 실린 레코드를 가져와 친구에게 조용히 내밀었다. ※ 두 사람은 전혀 다른길을 걸은탓도 있었겠지만 그때까지도 이해인 수녀는 전국의 젊은이들에게 강타하고 있는 '모닥불' 이라는 음악을 풍문여중 동기동창 박인희가 불렀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얘기다. 아니 설마 인희가...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목소리... 알고보니 내친구 인희가 불렀다... 아! 내친구 박인희가....
1945년생의 정겨운 두 분 모습 등...   ♬ 어떤 해후 - 박인희 낭송 ♬ - 박인희 작시
            전화를 걸 수 있을때 보다 전화를 걸 수 없을 때가 더욱 간절한 그리움이다 편지를 띄울 수 있을 때보다 편지를 띄울 수 없을 때가 더욱 사무치는 보고픔이다 슬픔이 북받치면 눈물도 마르듯이 눈매 글썽이며 보고 싶던 사람도 잠잠히 견딜 수 있다 그러다가 정말 그러다가 너의 간절한 그리움과 나의 사무치는 보고픔이 보름달 되어 하나의 가슴이 될 때 약속이 없이도 마주칠 수 있다 비켜 설 수 없는 자리 어느 아지 못할 길모퉁이에서
편집 : Yoon Anthonio...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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