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3일 (월)
(홍) 성 가롤로 르왕가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소작인들은 주인의 사랑하는 아들을 붙잡아 죽이고는 포도밭 밖으로 던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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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이해인 수녀님과 가수 박인희씨의 50년 우정(詩낭송-은총의 사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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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열 [donghk001] 쪽지 캡슐

2023-09-25 ㅣ No.103172

박인희와 이해인 수녀의 우정...
    풍문 여중 2학년 시절의 옛 사진(아마 4명 중 한 명의 생일에 사진을 찍으며 영원한 우정을 맹세한 게 해인이가 내게 '이 다음에 죽으면 나도 이곳에 묻히게 돼' 하던 수녀원 묘지로 우리는 향했다. 묘지에서 우리는 뒤에서 올라오고 있는 수녀님들을 기다렸다. 솔방울을 매달아놓은 트리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웃고 있었다. "이 길은 베토벤 길이고, 저기 저쪽 길은 슈베르트 길이야" 작은 수녀님들이 붙인 이름이란다. 우리는 새로 발견해 냈다는 슈베르트 길을 따라 산길을 올라갔다. 묘지 위로 수풀이 우거지고 갈대들이 눈인사를 했다. 나뭇가지 사이로 바라보이는 바다와 하늘, 그리고 묻힌 낙엽 사이로 삐죽이 손가락을 내민 파아란 쑥잎들, 산딸기의 연녹색잎. 조금 더 올라가니 담 곁에 노오란 개나리가 우리를 눈여겨 내려다보고 있지 않은가! 한 겨울에 노오란 개나리라니, "박인희씨가 오셨다고 개나리도 피고, 겨울 속의 봄이네!" 한 수녀님이 소리쳤다. 수풀 속의 파아란 이끼가 전율케 한다. "영화 속의 한 장면 같구나!" 수풀을 헤치고 쌓인 낙엽을 밟으며 갈대 사이로 걸어 올라가는 일행을 보고 해인이가 소리쳤다. "그래 정말 영화의 한 장면이다. 아니야, 영화보다 더 아름답다" 내가 말했다. 우리는 모두 순례자가 아닌가. 순례자의 길이 이렇지 않을까. 수풀과 덤불과 낙엽과 가시와, 그리고 숨이 가쁠 때면 살포시 얼굴을 내민 푸른 하늘을 잠시 바라보는 설레임. 산꼭대기에 오르니 부산의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동백섬, 해운대, 오륙도,... 바닷물빛이 아침과는 다른 짙푸른 빛이다. 무덤 앞에 나란히 서서 우리는 노래를 불렀다. 주 하느님 지으신 모든 세계 내 마음속에 그리어 볼 때 하늘의 별, 울려 퍼지는 뇌성 주님의 권능 우주에 찼네 주님의 높고 위대하심을 내 영혼이 찬양하네 주님의 높고 위대하심을 내 영혼이 찬양하네. 수녀님 한 분이 입고 계시던 앞치마를 살포시 벗어 마른 덤불 위에 깔아 놓으셨다. "여긴 박인희씨 자리예요" 자신들은 덤불 위에 그냥 앉으면서 나에게는 곱게 자리를 마련해 주신 것이다. 수녀님 앞치마 속에서 잘 구워진 쥐포 한 봉지가 나왔다. 수녀님들의 간식 1호란다. 제일 인기있는, 구수한 쥐포 한 봉지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타르치시아 수녀님이 숯불에 구우셨으니 오죽 구수할까! "모닥불 피워 놓고 마주 앉아서..." 누가 먼저라는 약속도 없이 수녀님들의 고운 목소리가 산 위로 울려 퍼졌다. 메들리처럼 ' 그리운 사람끼리'가 곱게 퍼졌다. 그리운 사람끼리 두 손을 잡고 마주 보고 웃음지며 걸어가는 길 두 손엔 풍선을 들고 두 눈엔 사랑을 담고 가슴엔 하나 가득 그리움이래 그리운 사람끼리 두 눈을 감고 도란도란 속삭이며 걸어가는 길 가슴에 여울지는 푸르른 사랑 길목엔 하나 가득 그리움이래 "박인희씨, '끝이 없는 길', 그 노래가 듣고 싶어요" 수녀님들이 나에게 청했다. 길가에 가로수 옷을 벗으면 떨어지는 잎새 위에 어리는 얼굴 그 모습 보려고 가까이 가면 나를 두고 저만큼 또 멀어지네 아 - 이 길은 끝이 없는 길 계절이 다 가도록 걸어가는 길 잊혀진 얼굴이 되살아나는 저만큼의 거리는 얼마쯤일까 바람이 불어와 볼에 스치면 다시 한번 그 시절로 가고 싶어라 아 - 이 길은 끝이 없는 길 계절이 다 가도록 걸어가는 길 계절이 다 가도록 앉아 있는 길 앉아 있는 길 앉아 있는 길 모두들 말이 없이 그저 앉아 있었다. 하늘을, 산을, 무덤을, 마른 나뭇가지를 그저 바라보며 아무도 입을 열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의 저쪽에서 누군가 조그맣게 혼자 얘기를 했다. "맨 뒤에는 즉흥으로 노래하신 거구나, 마치 지금 이렇게 앉아 있는 우리처럼..." 다시 아무도 말이 없다. "계절이 다 가도록 앉아 있는 길, 앉아 있는 길..." 그 구절을 내가 다시 한번 읊조렸다. 우리들은 그냔 그렇게 앉아 있었다. 그 산에. "노래 한 곡 더 듣고 싶어요. 자꾸 자꾸 듣고 싶어요" 비스듬히 옆으로 앉아 계시던 수녀님이 나를 바라보며 나직이 말씀하셨다. 내 입에선 저절로 이번 겨울 첫눈이 내리던 날에 지은 노래 '우리 둘이는'이 흘러나왔다.
              눈이 내려도 만날 수 없다 우리 둘이는 우리 둘이는 비가 내려도 만날 수 없다 우리 둘이는 우리 둘이는 그러나 눈 감으면 보이는 얼굴 가슴에 묻어 둔 그 한 사람 꽃이 피어도 만날 수 없다 우리 둘이는 우리 둘이는 낙엽이 져도 만날 수 없다 우리 둘이는 우리 둘이는
    참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왜 여기 와서 이토록 이 노래를 자꾸 부르게 될까? 마치 수녀님들에게 들려주고픈 노래이기나 한 것처럼. 가슴에서 이 노래가 자꾸 술술 흘러나왔다. "너무 슬프다아, 이 노래를 들으니까" 등뒤에서 누군가의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음의 기도 / 이해인
          늘 푸른 소나무처럼 한결같은 마음을 지니게 해 주십사고 기도합니다. 숲속의 호수처럼 고요한 마음을 지니게 해 주십사고 기도합니다. 하늘을 담은 바다처럼 넓은 마음을 지니게 해 주십사고 기도합니다. 밤새 내린 첫눈처럼 순결한 마음을 지니게 해 주십사고 기도합니다. 사랑의 심지를 깊이 묻어둔 등불처럼 따뜻한 마음을 지니게 해 주십사하고 기도합니다. 가을 들녘의 볏단처럼 익을수록 고개 숙이는 겸손한 마음을 주십사고 기도합니다. 살아있는 동안은 나이에 상관없이 능금처럼 풋풋하고 설레는 마음을 주십사고 기도합니다....
 
              나의 주님께 징검다리 놓아준건 그대였네 위선의 껍데기 벗어버리고 벌거벗은 영혼으로 울게한건 그대였네 기도의 종 치받게 한건 그대였네 그대 나와 주님을 이어준 사다리 동앗줄보다 더 질긴 은총의 사다리...
편집 : Yoon Anthon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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