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일)
(백) 부활 제5주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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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제의 숭고한 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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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3-04-14 ㅣ No.4752

4월 15일 성주간 화요일-요한 13장 21-38절

 

"지금은 내가 가는 곳으로 따라올 수 없다. 그러나 나중에는 따라오게 될 것이다."

 

 

<한 사제의 숭고한 임종>

 

지금으로부터 114년 전인 1889년 4월 15일 아침 태평양의 한 점 섬 몰로카이에서는 한 사제의 숭고한 임종이 있었습니다.

 

벨기에 출신의 선교사 다미안 신부님이 그 주인공입니다. 일찍이 하와이 군도의 선교사로 활동 중이던 다미안 신부님은 몰로카이 섬에 유배된 나환우들의 참상을 전해듣고 하와이에서도 깡촌인 몰로카이 선교사를 자청합니다.

 

몰로카이, 당시 이름만 들어도 끔찍한 섬이었습니다. 무지의 소치였지만 억울하게도 천형(天刑)을 받은 사람들로 여겨지던 나환우들만을 따로 격리시켜놓았던 유배의 땅이 몰로카이 섬이었습니다.

 

정부로부터의 이렇다할 지원도 없는 상태에서 나환우들은 매일 조금씩 사라져 가는 자신들의 살과 뼈를 속수무책으로 바라만 보고 있었습니다.

 

그 고통과 절망의 땅에 자원해서 들어간 한 사제가 있었는데, 그가 바로 다미안 신부님이었습니다.

 

만나면 모두들 멀찍이 피해 다니던 나환우들을 다미안 신부님은 당신 품에 꼭 끌어 안아주셨습니다.

 

다미안 신부님은 모두들 쳐다보기도 싫어하는 나환우들을 넓은 가슴으로 따뜻이 보듬어 주셨습니다. 강론 서두에는 반드시 "사랑하는 우리 나환우들"이라 칭하며 나환우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강건한 체력의 소유자이자 훌륭한 목수였던 다미안 신부님은 머리 눕힐 곳조차 없는 나환우들을 위해 자신의 손으로 직접 수많은 집을 지었습니다.

 

손가락이 다 날아가 버려서 상처에 난 고름마저 제대로 짜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나환우들의 고름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짜주었습니다.

 

나병으로 인해 자포자기한 채 죽음의 길을 가던 사람들에게 예수님을 알게 해줌으로서 새생명의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끔찍이도 나환우들을 사랑했던 다미안 신부님은 결국 나환우들과 완벽하게 혼연일체가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나환우들을 너무도 사랑했던 결과 다미안 신부님 자신도 나병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나병증세가 점점 깊어감에 따라 극도로 체력이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다미안 신부님은 세상을 떠나는 나환우들을 위해 쉴새없이 자신의 손으로 직접 관을 짜고 장례식을 거행하였습니다. 다미안 신부님 자신이 직접 매장한 환자 수만 해도 1600명이 넘었습니다.

 

나환우들을 너무도 사랑했던 나머지 나환우들과 똑같은 모습으로 관속에 누우신 다미안 신부님의 삶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를 맡습니다.

 

스스로 십자가를 지시고, 그 십자가와 혼연일체가 되어 끝까지 십자가를 포기하지 않으셨던 다미안 신부님의 삶에서 수난 예수의 체취를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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