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일)
(백) 부활 제5주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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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보나벤투라 주교 학자 기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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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1-07-14 ㅣ No.148306

알라스카에 있는 후배 신부님을 만나기로 했습니다. 뉴욕에서 알라스카로 가기 위해서 시애틀을 경유하였습니다. 마침 시애틀에는 동창신부님이 있어서 하루 머물면서 다음날 동창신부님과 알라스카로 갔습니다. 아직 마스크를 착용하지만 공항은 예전처럼 활기가 넘쳤습니다. 3달 전에 플로리다로 가는 공항에서는 비행기의 좌석도 거리두기를 하였고, 공항에도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백신을 맞아서인지 보안검색에도 시간이 걸렸습니다. 시애틀은 처음 방문했습니다. 시애틀하면 생각나는 것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맥라이언과 톰행크스가 주연했던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입니다. 잔잔한 감동을 주는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다른 하나는 스타벅스 1호점입니다. 전 세계 50개국에 28,000여 점포가 있는 스타벅스는 시애틀의 작은 시장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커피를 좋아하는 분들은 시애틀에 오면 한번쯤은 방문한다고 합니다.

 

저는 시애틀의 또 다른 의미를 들었습니다. 시애틀은 아메리카 대륙에 살던 원주민 추장의 이름이었다고 합니다. 당시 미국의 제14대 대통령 프랭클린 피어스는 유럽에서 미국으로 건너오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이 지역에 거주하던 인디언 추장 시애틀에게 땅을 팔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미국 대통령의 요구를 들었던 추장 시애틀은 이렇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어머니인 大地(대지)를 어떻게 사고 팔수 있나? 생명의 거미집을 짜는 것은 사람이 아니다. 우리는 그 안의 한 가닥 거미줄에 불과하다. 생명의 거미집에 가하는 행동은 반드시 그 자신에게 되돌아온다. 신선한 공기와 재잘 거리는 시냇물을 어떻게 소유할 수 있단 말인가? 소유하지 않은 것들을 어떻게 저들에게 팔 수 있단 말인가? 들꽃은 우리의 누이고 사슴, 말과 얼룩독수리는 우리의 형제다. 우리는 우리의 땅을 사겠다는 그대들의 제의를 고려해보겠다. 그러나 제의를 받아들일 경우 한 가지 조건이 있다. 즉 이 땅의 짐승들을 형제처럼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한 가지는 우리 모두의 하느님은 하나라는 것이다. 그대들이 땅을 소유하고 싶어 하듯 하느님을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하느님은 인간의 하느님이며 그의 자비로움은 황색인에게나 백인에게나 꼭 같은 것이다.” 당시 피어슨 대통령은 추장 시애틀의 편지에 감복하여 이 지역을 '시애틀'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모세는 하느님의 이름을 물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 너희 조상들의 하느님, 곧 아브라함의 하느님, 이사악의 하느님, 야곱의 하느님이다. 나는 있는 나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성서는 하느님께서 어떤 분이신지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하느님은 전능하신 힘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창조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름다운 세상을 사람들에게 맡겨 주셨습니다. 사람은 아름다운 세상의 주인이 아닙니다.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 추장 시애틀이 말했던 것처럼 사람은 세상이라는 거미집에 머무는 하나의 거미줄과 같습니다. 하느님은 자비하신 분입니다. 비록 우리 죄가 진홍같이 붉어도 양털처럼 하얗게 해 주시는 분입니다. 우리 죄가 다홍같이 붉어도 눈과 같이 하얗게 해 주시는 분입니다. 그러니 우리 또한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하느님은 기다려 주시는 분입니다. 돌아온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품어주신 아버지처럼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잃어버린 자아를 찾아서 다시금 하느님께 돌아오기를 기다려 주십니다.

 

저의 이름은 조재형(趙在衡)입니다. 이름의 의미는 균형을 이루라는 뜻입니다. 중심을 잡으라는 뜻입니다. 이냐시오의 영신수련에서 말하는 초연함(Indifferentia)을 뜻하기도 합니다. 이름의 뜻대로 살기보다는 우유부단한 삶을 많이 살았습니다. 나의 뜻과 하느님의 뜻의 평균을 내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살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적이 많았습니다. 저의 세례명은 가브리엘입니다. 이름의 의미는 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에게 하느님의 소식을 전했던 것처럼 하느님의 사랑과 하느님의 뜻을 전하는 것입니다. 사제로 사는 저에게는 합당한 세례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하루, 나의 이름과 세례명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나는 나의 이름에 합당한 삶을 살고 있는지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리라.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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