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일)
(백) 부활 제5주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우리들의 묵상 ㅣ 신앙체험 ㅣ 묵주기도 통합게시판 입니다.

너무도 사소한, 너무도 일상적인

스크랩 인쇄

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3-06-08 ㅣ No.4983

6월 9일 연중 제10주간 월요일-마태오 5장 1-12절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너무도 사소한, 너무도 일상적인>

 

우루과이와의 축구시합이 끝난 후 우리들은 다시 한번 성당에 모였습니다. 성체강복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일주일 여러 시간들 가운데 제가 제일 좋아하는 순간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일주일을 성체 앞에서 마무리지으니 어찌 기쁘지 않겠습니까?

 

보통 성체를 현시한 가운데, "신자들의 기도"를 바치는 시간이 있었데...오늘은 아이들이 얼마나 열심히 기도들을 바치는지...계속되는 아이들의 기도는 그칠 줄을 몰랐습니다.

 

"주님, 오늘 **얼굴에 이상한 반점이 생겼는데, 아무 탈 없이 빨리 나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주님, 요즘 우리 엄마 몸이 많이 안좋은데, 빨리 낫게 해주시고, 우리 엄마 300살까지 꼭 살게 도와주소서."

 

"주님, 우리는 매일 잘 먹고, 잘 놀면서 잘 지내는데, 북한의 어린이들은 식량이 부족해서 고생들이 많다고 합니다. 북한 어린이들이 제발 굶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주님, 가출해서 밖에 나가 있는 형들이 제발 큰 사고 치지 않고 빨리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오늘밤도 이렇게 아이들 사이에 앉아 있다는 것, 아이들의 우렁찬 성가소리에 파묻힐 수 있다는 것, 아이들과 함께 주님 앞에 기도드릴 수 있다는 것이 너무도 행복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참된 행복에 대해서 말씀하시면서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하느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고 말씀하십니다.

 

오늘밤 아이들과 함께 성체 앞에서 앉아 기도 드리면서 예수님 말씀이 절대로 틀리지 않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사실 행복이라는 것은 우리가 마음먹기에 달려있지요. 저도 사제로 수도자로 살아가면서 돌아보니 도저히 이룰 수 없는 환상만을 추구하며 살아왔음을 반성합니다. 오랜 나날들을 제 능력으로는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신기루를 찾아 헤매 다녔음을 솔직히 인정합니다.

 

행복이란 사실 지극히 소박한 것에서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지극히 일상적인 것들, 너무도 사소한 일들, 아주 작은 것들에서 행복은 출발합니다.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제게 있어 행복이란 뭔가 대단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유명인사가 되어 전국을 누비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제 행복은 아이들 사이에 형제들 사이에 늘 함께 현존하는 것임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A매치 축구시합을 보면서 함께 기뻐하고 함께 탄식하는 것, 아이들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일, 아이들과 함께 성체 앞에 앉아서 기도하는 일, 그것이야말로 제 가장 큰 행복임을 고백합니다.

 

진정한 행복은 우리들의 이기심과 욕심이 정화되는 순간 우리들을 찾아옵니다. 지나친 소유욕과 과도한 경쟁심에 붙들려있는 한 우리는 절대로 행복할 수 없습니다.

 

매 순간 자기를 죽이는 부활의 삶을 살지 못하는 한 우리는 행복할 수 없습니다.  

 

행복은 작은 것에 만족할 줄 아는 욕심 없고 소박한 사람, 이웃을 배려할 줄 아는 겸손한 사람, 고통과 십자가 속에서도 거듭 새출발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 자신을 다스릴 줄 아는 절제의 덕을 지닌 사람에게 찾아오는 하느님으로부터의 선물입니다.



2,722 0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