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일)
(백) 부활 제5주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따뜻한이야기 신앙생활과 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좋은 글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기도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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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남 [oyoo] 쪽지 캡슐

2000-09-02 ㅣ No.1692

저에게도 대자가 몇 사람있습니다.

그 중 한 사람 스테파노는 저희 집앞에서 수퍼마켓을 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잘 웃고...잘 놀고...돈도 잘 벌린다고 희희낙낙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던 그가 어느 날, 저희집에 놀러와서는

-왜 형님은 잘 웃지도 않아요?

하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왜 제가 웃지를 않습니까? 저도 속으로는 웃지요.

 다만 드러내고 웃는 것이 제 성미와는 맞지 않는 일이라서요...>

하고 대답을 하곤 했는데...

그렇게 무뚝뚝하지만 평범한 세월을 보내고 있는데...

감기가 낫지않는다고 걱정을 하던 제 아내가 갑자기 암 선고를 받은 것입니다.

암투병을 한 지... 10개월만에 제 아내 세실리아는 고통속에서...그러나...

곱게 곱게 웃으면서 저 세상으로 갔습니다.

 

장례를 마치고 허탈한 마음을 달래기위해

집에서 묵상을 하고 있던 제게 그 사람이 찾아 왔습니다.

-왜 형님은 울지를 않습니까?

하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왜 제가 울지를 않습니까? 저도 속으로는 많이 울지요.

 다만 드러내고 운다는 것이 제 성미와는 맞지 않는 일이라서요...>

하고 대답을 했는데...그 사람이 느닷없이

자기도 성당을 다니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세실리아가 암투병을 하던 10개월동안,그 사람이...

저와 성당 사람들이 어떻게 우애를 나눴는 지를 지켜봤다고는 하지만 ....

그 사람의 생활내력을 잘 아는 저는 선뜻 <그러라>고만 할 수는 없었습니다.

저는 잘나지도 못한 사람이었고 ...

아내 세실리아가 선종한 직후 많은 방황을 한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믿음이 강했다고 하는 아내<세실리아>의 신앙생활을

대충 얘기해주었습니다.

신앙은 <마음의 평화라든가>하는 그 무엇을 얻고자하는 모습으로 들어가면

실망이 큰 법이라는 것도 얘기해주고

받고자하면 잃는 것이 많다는 것도 얘기해주었습니다.

<세속이 마귀>라서 마귀는 신앙을 처음 갖고자 하는 사람에게

너무 달짝지근한 말로 은근히 유혹을 하는데...

개인적인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순간이면 어김없이

-다음에 하지..라든가

-지금은 바빠서...라든가

-내 맘만 주님을 믿으면 되지...라는 등의 알량한 말로!

 신앙심을 유보시킨다라는 말도 <욥>의 예를 들어 해주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이..그런 유혹에 잘 넘어간다는 것도 얘기해주었습니다.

그러니 천주교를 막연히 좋다고만 할게 아니라

같이 성당에 다니면서 성경을 읽기도 하고

분위기도 익히면서

스스로 주님을 향한 마음을 잡아나가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사실 그랬습니다.

그 말은 저와 아내였던 세실리아 사이에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제 아내 세실리아는 참으로 주님안에서 착한 사람이었습니다.

제가 신앙심이 미약해질 대면...언제나

모세의 제3샘물같은 행동을 보여주곤 했지요.

몸과 마음이 모두 <세실리아와 일치>를 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을 때에...저는 속으로 <자만>을 했던게 분명합니다.

그렇게 건강했던 아내 세실리아가 병마의 고통속으로 끌려들어갔으니까요.

<자랑을 시기>한 마귀의 소행이 틀림없었습니다.

한 때...

저는 마귀의 꼬임에 빠져

주 예수님께 <이럴 수는 없는 일이다>라고 대놓고 맞서기까지 했습니다.

세상사에 허탈감을 느끼고 신앙을 버릴 뻔 한 것입니다.

(지금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저는

신앙심이라는 아름다운 모습의 가면을 쓰고 사사건건!

세속적인 개인욕심을 채우기에 급급했었던 것입니다.

부귀영화..명예...그런 것들은 우리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뜬구름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냥 스쳐 지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진정한 기쁨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는 주님이 내 행복을 빼앗아 간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나는 열심히 했노라고 자부했는데...그 때는 억울하기만 했지요)

 

그 결과는 뻔했습니다.

생활은 허트러지고,

마음은 피폐해지고,

제 모습에 형제들은 물론,

친구들까지 하나씩 둘씩 멀어지고...

아이들은 제멋대로 되는 것 같았습니다.

 

손뼉을 치며 깔깔대는 웃음소리같은 환청이

<분명 마귀! 너로구나>라고 느낀 것은

어느 산골에서였고...

어깨에 따듯한 손길과 함께 <바오로형제여,조금만 더 기도하세요>라는

분명한 성모님의  맑은 목소리를 들은 곳은 동해안 어느 바닷가였습니다.

 

문득!  제 자신이 주 예수님의 십자가고통을 피부로 느꼈던 것 같습니다.

한없이 울었지요.

 

저는 정신을 차리고

거지같은 몰골로 다시 집으로 돌아왔을 때,

제 집은 역시 예전 그대로였습니다.

변했던 것은 제 자신 뿐이었습니다.

분명히 제 마음이 변했던 것이었습니다.

 

제 얘기를 다 듣고나서 수퍼마켓아저씨는

-친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라며  환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신앙은 변화라는 말이 실감나듯

그는 저와 함께 성당을 나가기 시작했으며 생활태도도 많이 변했습니다.

<세례명은 스테파노가 좋겠어요.스테파노는 가톨릭사에서 첫순교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신 형제가 모두 불교신자인데...순교자적 희생의 각오가 필요할 것입니다.

 지금은 웃지만 앞으로는 어떤 험한 꼴을 당할지도 모르잖습니까?>

반포성당에서 영세를 받을 때...호사다마라고 하는 것처럼...

그가 너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저는 막연히

어떤 불안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대자가 된 스테파노씨는 그러나 연신 기분이 좋았습니다.

장사도 더 잘되고...모두 형님덕분이라는 둥,

그와는 전보다 더욱 밀착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세실리아, 지금 이 모습을 본다면...당신이 좀 도와주구려.

 스테파노가 너무 좋아 해! 마치 전에 우리가 그러했듯이...>

틈이 나는대로 저는 기도했습니다.

 

예사롭지 않은 일은 그 때 일어났습니다.

잘되는 수퍼를 마다하고 스테파노씨가 한남동에다가 더 큰 술가게를 계약한 것입니다.

<다시한번 생각을 해보면 안되겠소? 계획도없이 술장사라니?>

했지만...스테파노씨는 일축을 하고 거금을 들여 가게를 치장했습니다.

<잘 되야할텐데...>

그러나 개업을 하기도 전에

장마가 덥치고 스테파노씨가 얻은 빌딩은 엄청난 폭우로 인해 침수가 되었습니다.

믿기지 않는 일이었지만...현실이었고...

큰소리를 치던 스테파노씨의 목소리는

기가 죽어 나오지도 않았습니다.그렇게 자신만만했던 그 였는데...

그를 보면서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를

다시한번 깨닫는 것입니다.

 

어쩌면

이러한 모든 일이 우리의 뜻대로 되는 일은 아닌지도 몰랐습니다.

어떤 일이든 잘 되면 우리는 우리자신도 모르게 <기고만장>해지는가 봅니다.

착각의 연속임을 깨닫게 되는 일은 고통을 당해야만 되다니...

어떤 일이 안되면 우선 주위 탓부터 하기 마련인지요....

불교신자인 스테파노씨의 어머니입에서부터 그 원망이 나오기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원망에도 불구하고 불운의 기세는 사그러들지도 모르고

그의 가세를 기울게하는데 한이 없었습니다.

수퍼마켓을 매각한 돈은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친척들의 빚은 물론 은행빚 독촉이 그를 거리에 나앉게 하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몇달이었습니다.

허허 잘웃던 그의 모습은 간데없고

그의 눈망울은 슬픔으로 가득찼습니다.

제가 할 일은 기도밖에는 없었습니다.

 

제 마음은 무서움으로 가득찼습니다.

신부님이 위로해주시던 말씀을 그대로 전할 밖에요...

<스테파노씨, 어쩜 이일이 스테파노씨를 더 강건하게 해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의 눈빛은 이미 차가워질대로 차가워져있었습니다.

 

우리는

좋은 일에만 너그러워지는데 익숙해져 있는 지도 모릅니다.

 

-그만 두시오!

 가만히 생각해보니...내가 어머니를 뿌리치고

 천주교에 입교해서 그런 것 같소!

 

그럴수록 냉정할 필요가 있었지만

그는 그렇게 되지를 않았습니다. 여기저기 돈을 꾸러다니고...

꿔주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닥치는대로 원수로 대하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가슴아픈 일입니다.

얼마 되진 않았지만 저 역시 가진 게 없었기에

충족하게 보탤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나름대로 느낀 바가 컸습니다.

해서... 다니는 회사를 정리하고 가급적 주님의 곁으로 가기로 결심을 굳혔습니다.

성당 근처에 세탁편의점을 내고

틈나는 대로 기도의 생활을 강화해 나갔습니다.

진정 치열한 기도생활을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자주 교회에 의지를 해서인 지 지금은 연변선교를 떠나신 잔다크수녀님,

조도미니코신부님도 자주 오셔서 기도를 해주셨습니다.

-바오로 형제님, 그래요...분명히 형제님을 주님은 쓰실날이 있으니

좋은 날을 기다리세요.하시는 말씀은 제게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명예와 성공을 쫓던

지난 날은 마치 흐르는 뜬구름과도 같았습니다.

그동안 제 자신이 얼마나 허망한 세속의 멍애속에 갇혀 있었던가...

 

정부관리들과

호형호제하며 지내던 세월을 생각하면 쓴 웃음이 났습니다.

모든 것을 털어버리고 저는 동네 아낙네들에게 최대의 친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간들을 자랑으로 삼기 시작했습니다.

틈틈히 스테파노씨를 찾아 기도했지만 좀처럼 그는 회심을 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돈을 벌어 재기한다는 것은 욕심이라니까...스테파노씨가 성실하니까 언젠가는 다시 진정한 풍족을 누리게 될겝니다>

저는 그에게 가슴아픈 충고를 했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생활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도록 하세요...

 어려운 일이 있으면 기도를 하세요...다만, 주님 감사합니다.라고 말예요

 그러면 어느틈엔가...마음안에 작은 기쁨의 강물이 생긴다니까요...

 원망은 주님을 모독하는 것입니다.누굴 원망하지 마세요.

 기쁨도,고통도 주님이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되면 그렇게 괴롭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제 경험담이었습니다.

 저를 지켜봤던 스테파노씨도 제 마음을 아는지라 더이상  반박하지는 못했습니다.

 

사실입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행과 불행이라는 것이

세속의 잣대로만 보아서 그렇지...그렇게 분별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주님안의 진실한 기쁨은 고통을 품어 안는 변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고통이나 불만,원망...고독.절망감같은 것은

우리 인간 스스로가 붙들고 놓지않는 교만과 욕심때문에

생기는 것일 겝니다.

 

그래서 주님의 대행자이신 신부님께

모든 것을 의지하고 믿고 기도하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예수님이 그러하셨듯이

신부님도 우리에게 그러하실 것이란 믿음을 굳게 가지라고 말입니다.

 

2년이란 세월이 지났지요.

제가 세들어 있던 집에서 월세를 더 올려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기가막힌 일이었습니다.

IMF라고 모두들 졸라매던 시기에 집주인은

-나도 살아야겠소.

라며 계약서를 다시 작성하자고 들이닥친 것입니다.

그 때 불현듯 스테파노씨가 생각이 나서 천호동으로 그를 찾아갔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스테파노씨의 아버님이 돌아가셨습니다.

밤을 새우며 이런 저런 얘기를 했지요.

어떤 것이 진실한 우리의 삶일까?

제 처지를 말하고 스테파노씨도 순명할 것을 권했습니다.

 

저는 모대학재단에 다니는 집주인의 요구대로

자랑스러웠던 세탁소를 접었습니다.

동네사람들이 이젠 어디서 세탁을 하느냐고 농을 걸어왔습니다.

<더 좋은 분들이 나타날 것입니다>

저는 이제 잘 웃습니다.웃고 싶을 때 웃는 것도

은총임을 뒤늦게 깨달었던 것입니다.

저는 진실로 세탁소를 하면서 지낸 시간들이 더없이 고맙습니다.

성경도 많이 읽고 ...붓으로 성경을 필사해보기도 하고...

책도 읽고..그림도 그리고....어쩌면 평소에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주님이 모두 마련해주신 것이 아니었나...하는 생각을 합니다.

고마운 일이었지요.   

때를 맞춰선 지... 제 본당신부님이 저를 부르셨습니다.

마침 자리가 났는데 열심히 일을 해보라고....

지금 열심히 신부님의 명을 따르고 있습니다.

 

더 고마운 일은

스테파노씨가  방황을 끝내고

동대문시장에 조그만 점포를 얻은 것입니다.

스스로 1.5평 인생이라고 자조했지만

스테파노씨는 물론

스테파노씨 어머니의 표정도 다시 부드러워졌음이

저는 얼마나 고마웠는 지 모릅니다.

이미 그의 부드러워진 눈빛에서는 아무런 욕심이 없음이 느껴집니다.

밤을 새워 장사를 하고 낮동안은 정신없이 자야하는

그런 생활이라고 엄살을 부리지만...

저는 스테파노씨도 이제 주님의 뜻을 헤아리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감지합니다.

 

+찬미예수님,

저는 기도를 잘하지 못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일은 <주님,감사합니다>라는 말 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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