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금)
(백) 부활 제4주간 금요일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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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안식일이든 안식일이 아니든, 죄인이든 의인이든 상관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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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애 [ji5321] 쪽지 캡슐

2019-01-22 ㅣ No.126986

 



안식일이든 안식일이 아니든,

죄인이든 의인이든 상관없습니다!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말썽꾸러기,

사고뭉치, 장난꾸러기, 가출왕이었던

한 아이가 생각납니다.

처음에는 그런 아이의 행동이

정말이지 이해가 안갔습니다.

행동 하나 하나가 미웠습니다.

왜 이런 녀석과 인연이 닿았지?

하고 억울해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아이 아버지의

장례식을 같이 치르면서,

아이에 대해서 좀 알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기구한 운명을 타고 났더군요.

저라도 그런 성장 환경에서 자랐으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갓난 아기 때부터 마치 탁구공처럼

이리 넘겨지고 저리 넘겨지면서,

산전수전 다겪고, 눈칫밥을 먹으며

그렇게 성장했더군요.

상처 뿐인 아이의 삶 속으로

조금 들어가보니,

제 안에 특별한 변화가 생겼습니다.

그 뒤로 아이의 문제 행동들이

더 이상 제게 문제로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그 아이가 아무리 잘못하고

사고를 쳐도 괜찮았습니다.

그저 모든 게 안타깝고,

안스럽고, 측은하게 여겨졌습니다.

그저 안아주고, 달래주고,

등 두드려줘야 할 연민의

대상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이 땅에 오신 예수님께서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를 향한 그분의 눈빛은

연민의 정으로 가득합니다.

우리의 이 심각한 결핍과 죄,

끝도 없는 방황 앞에 너무나

안타까워 눈물을 흘리십니다.

어떻게서든 가까이 다가가서

따뜻이 위로해주고,

안아 주고, 치유해줘야겠다는

생각으로 간절합니다.

안식일이든 안식일이 아니든

상관없습니다.

밤이든 낮이든 상관없습니다.

사고뭉치든 모범생이든

상관없습니다.

죄인이든 의인이든 상관없습니다.

그저 기회 닿는대로,

단 한명이라도 더 도와주고

구원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합니다.

이렇듯 우리 인간을 향한

용광로보다 더 뜨거운 주님 사랑이

마치 무거운 쇠사슬 같았던 안식일

규정을 완전히 녹여 버리신 것입니다.

지금 생각하니 우리 민족의

고유한 전통 안에도 조상들이

절대로 양보하지 못했던 요소들이

꽤 있었습니다.

돌아가신 부모를 비롯한

조상들을 위한 제례 의식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집안의 가세가 무너져내리는데도

제사만큼은 어떻게 해서든 지냈습니다.

이를 무시할 때는 근본도 없는

집안이라며 말들이 많았습니다.

저희 집에서도 제사만큼은

철두철미하게 지냈는데,

나이가 좀 들어서는 골백번도

더 절을 하면서

지금 내가 뭐하고 있는건가?

이게 지금 무슨 의미가있는가?’

투덜거렸습니다.

회의감에 뒤돌아서서

혼자 실소를 터트리기도 했습니다.

유다 전통 안에서

안식일 규정이 그랬습니다.

그들은 안식일 규정을 지키는데

목숨을 걸었습니다.

그 어떤 희생을 치르는 한이

있더라도 충실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법 규정의 준수,

어느 정도여야 했었는데,

그들은 해도 해도 너무 했습니다.

사실 그 어떤 법이든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공동선을 위해서, 더 인간다운

삶을 위해 안식일 규정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런데 유다인들은

율법이 또 율법을 낳고,

지극히 세밀해진 규정에

목숨을 걸다보니,

결국 율법의 노예가 되고 말았습니다.

사람이 율법을 지배해야 하는데,

율법이 사람을 옭아매게 되었습니다.

비본질이 본질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비인간적 율법주의에

예수님께서는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미셨습니다.

보란듯이 안식일 규정을 어기십니다.

어긴 것을 넘어,

법도 아닌 것으로 여기셨기에,

깡그리 무시해 버린 것입니다.

그로 인해 야기된 유다 지도층

인사들의 반발은

만만치 않은 것이었습니다.

만천하에 보란듯이, 노골적으로

안식일 규정을 어기는 예수님의 모습에

그들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습니다.

예수님과 그들 사이의 골은

점점 깊어만 갔습니다.

마침내 노기등등해진 그들은

살기를 품고 노골적으로 예수님을

살해하려고 마을 외곽 벼랑 끝까지

몰고가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께서는

누가 뭐라든 상관없이,

당신의 길을 꿋꿋이 걸어가셨습니다.

안식일이든 아니든, 한 인간 존재를

살리는 일을 계속해나가셨습니다.

우리 각자를 향한

강한 연민의 정과 강렬한 구원 의지

때문에 그러하셨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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