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토)
(백) 부활 제4주간 토요일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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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6.“그 뜻이 감추어져 있어서 이해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 양주 올리베따노 이영근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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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문숙 [moon6388] 쪽지 캡슐

2020-09-26 ㅣ No.141023

 

게시글 본문내용

루카 9, 43-45(연중 25 토)

 

예수님께서 거룩한 변모를 이루신 다음, 산에서 내려와 더러운 영에 들린 아이를 고치시자 사람들이 예수님께서 하신 모든 일을 보고 놀라워합니다. 그런데, 정작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당신의 수난을 예고하십니다.

“사람의 아들은 사람들의 손에 넘겨질 것이다.”(루카 9,44)

 

제자들은 이 말씀을 알아듣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제자들이 우매해서만은 아니었습니다.

“그 뜻이 감추어져 있어서 이해하지 못하였던 것이다.”(루카 9,45)

 

그렇습니다. 그 뜻이 감추어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뜻이 감추어져 있어, 아무리 알아들으려 해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니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믿음으로 받아들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러기에 말씀은 믿음의 순명이 아니고서는 그리고 사랑의 마음이 아니고서는 따를 수가 없나 봅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말합니다.

“하느님이 너에게 바라시는 것은 말이 아니라 마음이다.”

 

<성경>을 읽다 보면, 때로는 성경본문이 나에게 아무 말씀도 안 할 때도 있고, 전혀 알아들을 수 없을 때도 있습니다. 불투명한 말이나 난해한 구절을 마주할 때도 있습니다. 곧 말씀이 뜻을 감추고 침묵할 때가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말씀의 침묵은 우리의 대화가 단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침묵으로도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또한 우리를 텅 빈 상태로 머무르게 하기도 하지만, 바로 그것을 통하여 우리를 가르쳐주고, 성경 본문에 철저히 복종해야 함을 깨우쳐주기도 합니다. 또한 성경을 읽는 동안 그분을 기다리도록 도와주고, 우리 힘만으로는 이해할 수도 기도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깨우쳐줍니다. 또 우리를 훨씬 능가하는 분 앞에 서 있다는 의식과 함께 사랑의 자세를 깨우쳐주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말씀을 알아듣지 못한 채로도 사랑의 마음, 순명과 믿음으로 응답하고 따르도록 인도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말씀을 따르고 나서야, 우리는 말씀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그래서 사막의 마카리오는 이렇게 말합니다.

“여러분은 이해할 수 있는 분량에 만족하고 그것을 실천에 옮기도록 애쓰시오.

그리하면 이해되지 않은 채 남아 있던 바가 여러분의 영에 밝히 드러날 것입니다.”

 

결국, 우리가 들은 말씀을 비록 알아듣지 못한다 하더라도, 알아듣지 못한 채로 말씀하신 분에 대한 믿음으로 살라는 말씀입니다. 곧 신비를 살라는 말씀입니다.

실존주의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이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인생은 풀어야 하는 숙제가 아니라, 살아야 할 신비이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성으로 이해하는 바를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신비를 믿음으로 살아갑니다. 곧 삶은 풀라고 주어진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서 당신께 오라고 주어진 선물입니다. 그러기에, 말씀, 혹은 삶은 품고 살아야 하는 선물이요, 그것을 통하여 그것을 주신 분을 만나야 하는 신비라 할 수 있습니다.

이토록, 우리가 참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은, 바로 그분과의 만남의 신비를 사는 일입니다. 이처럼, 우리는 그 뜻이 감추어져 있어서 이해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죽음으로서 만나게 되는 신비를 믿음으로 살아갑니다. 사람의 아들이 사람의 손에 넘겨져 죽음으로써 되살아나셨듯이, 오늘 우리도 형제들의 손에 넘겨져 죽음으로써 되살아나는 부활신비의 삶을 살아야 할 일입니다. 아멘.

 

 

 

 

-오늘말씀에서 샘 솟은 기도-

 

그 뜻이 감추어져 있어서 이해하지 못하였던 것이다.”(루카 9,45)

 

주님!

믿음으로 살아가게 하소서!

그 뜻이 감추어져 있어 이해하지 못해도 신비를 살아가게 하소서.

죽음에 넘겨져 되살아나는 부활의 신비를 살게 하소서.

죽어 사라져 되살아나는 사랑을 살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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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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