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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권리 외치던 언론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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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희 [moses1009] 쪽지 캡슐

2007-11-09 ㅣ No.211

알권리 외치던 언론 어디로 갔나
 
2007년 11월 06일 (화) 21:55:51 편집위원회 webmaster@journalist.or.kr
 
“삼성이 차명계좌를 만들어 50억 원대의 비자금을 관리했다. 유력 검사들에게 명절 때마다 5백만~2천만 원씩 돌렸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직접 로비 방법을 지시했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발행 사건 때는 증인을 조작하고 재판부에 30억 원을 건네려 했다.”

김용철 변호사가 폭로한 내용이다. 하나같이 대한민국을 뒤흔들만한 매거톤급 폭발력을 지니고 있다. 김 변호사는 검사 출신이며 삼성그룹 법무팀장까지 지냈다. 폭로의 신빙성이 높다는 것은 언론사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언론은 김 변호사의 1차 폭로 뒤 무서울 정도로 침묵했다. 정부의 취재지원선진화방안에 대해 국민들의 ‘알 권리’를 주장하던 언론이 아니었던가. 일등신문을 자처하며 목소리를 높이던 조선 중앙 동아는 완전히 입을 다물었다. ‘국민의 알 권리’라면서 신정아씨 알몸 사진까지 게재했던 문화일보도 오십보 백보였다.
여기서 언론의 보도 태도를 한번 되돌아보자. 10월29일 김용철 변호사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을 통해 삼성그룹의 비자금 조성 사실을 폭로했다. 전직 구조조정본부 간부 이름으로 된 차명계좌로 50억 원대의 비자금을 만들었다는 내용이다. 자신의 통장에도 거액이 들어왔다 빠져나갔고, 통장 사본까지 증거로 제시했다. 삼성의 해명을 백번 수긍한다고 해도 이는 적어도 금융실명제 위반에 해당한다. 국내 제일가는 대기업의 범법 행위에 국내 최고 언론매체들은 어떻게 다루었을까?

한겨레를 제외한 나머지 신문들의 보도 태도는 한마디로 비상식을 넘어 몰상식적이다. 경향신문과 서울신문, 문화일보가 2면 기사를 취급했고, 조선 중앙 동아 등 나머지 신문은 사회면에 짤막하게 보도했다. 1면 머리기사를 비롯해 3면부터 7면까지 무려 5개 면을 할애한 한겨레와 대조적이다.

김종구 한겨레 편집국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각자 판단에 따라 쓰는 것이지 다른 신문과의 비교는 의미가 없다”면서도 “만약 청와대 전직 비서관이 내 계좌에 비자금 50억 원이 들어있다고 폭로했다면 사정이 어떠했을까”라고 말했다. 옳은 말이다. 만약 그랬다면 모든 신문들은 1면 머리기사에 관련 기사를 몇 개씩 내보냈을 것이다. 그래야 했다. 그것이 언론의 의무이자 책임이고, 상식이다.

지난 5일 김 변호사의 2차 폭로 때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기자회견 첫머리에 언론의 보도태도를 질타했다. 툭 하면 ‘알 권리’ 운운하는 언론 아니었던가. 언론도 더는 침묵할 수 없었던지 보도 양태가 달라졌다.

하지만 그것은 절묘한 물타기였다. 때마침 나온 삼성그룹의 25쪽짜리 반박 자료가 근거였다. 한겨레를 뺀 나머지 신문들은 지면을 절반씩 할애해 한쪽은 김 변호사의 주장을, 또다른 한쪽은 삼성의 반박 문건을 ‘중계’했다. 검찰은 증언이 나오고, 증거가 나왔는데도 수사를 미적대고 있다. 그러나 언론은 이런 검찰에 날을 세우지 않았다. 무딘 칼로 살짝 끄적대는 정도다. 검찰이 김 변호사 폭로의 중심에 있는데도 말이다. 특검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은 이래서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어느 언론도 이를 지적하지 않고 있다.

김 변호사가 폭로한, 이건희 회장이 직접 지시했다는 문건에는 언론에 대한 로비 방식도 언급돼 있다. 삼성은 언론사의 ‘돈줄’이다. 광고로 신문사 경영을 쥐락펴락할 수도 있다. 언론이 권력의 그늘에서 벗어난 것처럼 자본의 손아귀에서도 벗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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