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5일 (일)
(백) 부활 제6주일(생명 주일)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

防空식별구역 확대 선포 이후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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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13-12-10 ㅣ No.2782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정진영/경희대 교수·국제학

62년 만에 우리나라의 방공(防空)식별구역(KADIZ)을 확대하는 조치를 정부가 확정, 8일 발표했다. 중국이 동중국해에 자국의 ADIZ를 선포한 지 15일 만의 일이다. 지난 수십 년 간 여러 차례에 걸쳐 추진했지만 주변 강대국들의 반대로 성공하지 못했던 일을 이번에는 성공적으로 해냈다.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이 모처럼 국민적 환호를 받을 수 있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중국의 부상과 일본의 우경화로 요동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중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이 날로 강대해지고 있고, 이에 맞선 미국과 일본의 동맹이 강화되고, 일본의 우경화와 군사 대국화도 가속화하고 있다. 이러한 정세 속에서 우리나라는 과연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하는 질문이 그러한 걱정의 핵심이다. 계속해서 미국 편에 설 것인지, 중국편을 들 것인지, 일본과의 계속되는 관계 소원(疏遠)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등이 종종 제기되는 질문이다.

그런데 이번 KADIZ 확대 조치는 우리나라의 대외전략과 관련된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해준다.

우선, 한반도 주변의 강대국들이 경쟁하고 대립하는 국면에서도 대한민국의 목소리를 낼 수 있고 국익을 챙길 수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종종 우리가 처한 상황을 샌드위치나 새우에 비유하며 크게 근심하는 경향이 있다. 고질처럼 신세타령을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커졌고 국제관계는 100년 전보다 문명화했다. 주변 강대국들이 대한민국을 집어삼키려 경쟁하기보다 우리를 자국의 편에 두고 싶어한다. 우리에게 러브콜을 보낸다. 이를 잘 이용하면 오히려 우리가 강대국들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도 하고 지렛대 역할도 할 수 있다. 우리 국익을 추구할 수 있는 틈새도 있다.

또, 우리의 주장은 국제법과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규범에 기반해 설득력을 가져야 한다. KADIZ 확대안은 홍도와 마라도 부근의 영공을 포함하고 이어도 남단의 우리 비행정보구역(FIR)과 일치한다. 제3국이 봐도 매우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이에 비해 기존의 일본 ADIZ는 한·중 양국의 이익을 크게 침해한다. 최근 중국이 선포한 ADIZ는 이에 대한 반발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중국은 이어도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음으로써 우리의 반발을 사고 있다.

끝으로, KADIZ 확대 조치는 국익에 부합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잘 반영한 선택이다. 대외정책이 항상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고 추진될 수는 없다. 때로는 당시의 많은 국민이 반대하더라도 국익을 위한 지도자의 확신과 의지로 추진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지도자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신뢰는 지도자가 국익 우선의 원칙을 확실히 갖고 행동으로 보여줄 때 만들어진다.

KADIZ 확대 선포는 성공적으로 추진됐다. 그러나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다. 확대된 KADIZ를 우리가 실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하고, 중국의 CADIZ 및 일본의 JADIZ와 중첩되는 데서 오는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 ADIZ를 둘러싼 대립을 한·중·일 3국이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는 계기로 전환시켜야 한다.

우리는 유동적인 동북아 정세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고 이런 와중에 국익을 최대한 실현해야 한다. 현상(現狀)을 유지하려는 미국과 변경하려는 중국 양쪽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우리의 이익을 주장하고 챙길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를 지킬 수 있는 군사력과 대외정보력을 갖춰 나가야 하고, 국제사회의 규범을 잘 활용해야 하며, 국내적으로 대외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 신뢰를 키워가야 한다. 그러면 대한민국 외교도 휴대전화나 한류(韓流)처럼 세계 속에서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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