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일)
(백) 부활 제5주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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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3-10-15 ㅣ No.5713

10월 16일 연중 제28주간 목요일-루가 11장 47-54절

 

"너희 율법 교사들은 화를 입을 것이다. 너희는 지식의 열쇠를 치워 버렸고 자기도 들어가지 않으면서 들어가려는 사람마저 들어가지 못하게 하였다."

 

 

<품위유지>

 

요즘 세상을 향해 눈길을 돌릴 때마다 기본적인 도리나 일반적인 상식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음을 확인하게 되어 씁쓸함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세상에 어떻게 저럴 수가?" "정말 저래도 되는 건가?" 하는 탄식을 하루에도 여러 번씩 하게 됩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기본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현상으로 여겨집니다.

 

다시 한번 기본을 회복하는 일, 상식을 지켜나가는 일이야말로 우리가 노력해야할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든 나만은 기본을 지키겠다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기본적으로 해야할 일들을 기꺼이 하는 것,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하는 일, 직분이나 나이에 걸맞게 살아가는 일, 이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일이며, 세상을 지탱하는 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복음을 낭독하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예수님께서 그토록 신랄하게 질책하시는 대상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었기 때문입니다.

 

제게 주어진 가장 기본적인 임무마저 등한시하면서 형제들에게 가차없는 비판의 화살을 날리는 제 모습을 보곤 합니다.

 

"너희는 화를 입을 것이다. 너희는 견디기 어려운 짐을 이웃에게 잔뜩 지워 놓고 자기는 그 짐에 손가락 하나 대지 않는다. 너희는 화를 입을 것이다. 너희는 어디 가든 환대 받으며 특별대우를 당연시하는구나! 너희는 화를 입을 것이다.

 

너희의 본업은 봉사요, 희생인데 언제나 군림하고 봉사 받는 데만 익숙해 있구나! 너희는 화를 입을 것이다. 너희가 성목요일 만찬미사를 빼고 언제 한 번 신자들의 발을 씻어준 적이 있느냐? 너희는 화를 입을 것이다. 너희는 겉으로는 그럴 듯 해 보이지만 속에는 착취와 사악이 가득 차 있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망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별빛처럼 영롱한 삶을 엮어 가는 참성직자, 참수도자들, 너무도 훌륭한 평신도들께서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 소수의 의인(義人)들이 이 험난한 세상을 떠받치고 있는 것입니다. 드높은 가을하늘처럼 맑고 향기로움으로 우리 모두의 가슴을 정화시켜주시는 의인들이 있기에 세상은 그나마 돌아가는 것입니다.

 

수도생활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함께 걸어가는 동료들의 모습을 바라보게 됩니다. 어떤 형제의 삶은 자꾸만 흐트러지려는 제 삶을 늘 정화시켜 줍니다. 대쪽같이 곧은 사람, 청빈지도(淸貧之道)를 비롯한 수도서원을 목숨처럼 귀하게 여기는 형제들이 있습니다.

 

저같이 적당주의가 아니라 목숨을 걸고 원칙을 지키며 철저히 헌신하고 몸바치는 형제들, 옆에서 지켜보기가 답답해 보일 정도로 원칙에 충실한 형제들의 삶을 바라 볼 때마다 큰 부끄러움과 동시에 그 형제들이야말로 "교회를 지탱하고 있는 보루"임을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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