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일)
(백) 부활 제5주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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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곱빼기와 짬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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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3-11-04 ㅣ No.5875

11월 5일 연중 제31주간 수요일-루가 14장 25-33절

 

"너희 가운데 누구든지 나의 제자가 되려면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버려야 한다."

 

 

<짜장면 곱빼기와 짬뽕>

 

중국 음식점에 들어설 때마다 늘 느끼는 갈등이 한가지 있습니다. 쫄깃쫄깃한 짜장면 곱빼기를 시킬 것인가? 아니면 국물이 얼큰한 짬뽕을 시킬 것인가? 하는 갈등입니다.

 

이런 갈등은 저만 느끼는 감정이 아니었습니다. 같이 들어간 한 아이는 홀서빙하는 분이 오셔서 주문 받는 그 짧은 순간(1분도 채 안 되는)에도 마음이 서너 번은 왔다 갔다 했습니다.

 

창피하게 한 사람이 한꺼번에 짜장면 곱빼기와 짬뽕 두 그릇을 모두 시켜 먹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아쉽지만 한 가지를 선택하면 다른 한 가지는 포기해야 하는 것이 세상사는 기본 이치인 듯합니다. 이번에 짜장면 특유의 쫄깃쫄깃하고 구수한 맛을 보고 싶다면 짬뽕은 포기를 해야 하지요.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를 향한 사랑이 지극히 충만하신 분, 그래서 언제나 우리의 부족함을 당신 자비로 채워주시는 분이 우리의 하느님이시지만, 다른 한편으로 하느님은 우리를 향한 욕심이 많으신 분이십니다.

 

그분은 우리의 마음 전체를 원하시는 분, 우리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으신 분이십니다. 우리의 마음이 갈라져서 이쪽에 몇%, 저쪽에 몇%, 하느님께 몇% 같은 신앙, 당신이 아닌 다른 대상에 더욱 마음이 쏠리는 신앙을 원치 않으십니다.

 

우리의 하느님은 매사에 확실하신 분, 그래서 이것도 저것도 아닌 적당 주의를 원치 않으십니다. 차지도 뜨겁지도 않은 미지근한 신앙을 탐탁지 않게 여기십니다.

 

일부가 아니라 전부를 원하십니다. 적당함이 아닌 확실함을 원하십니다. 우리의 살 전체를 당신께 투자할 것을 요청하십니다.

 

이런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마음은 오늘 복음 한 구절을 통해서도 잘 파악할 수 있습니다.

 

"너희 가운데 누구든지 나의 제자가 되려면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버려야 한다."

 

기억하십시오! 크게 버리면 반드시 크게 얻을 것입니다. 전부를 걸면 전부를 얻을 것입니다. 크게 비우면 크게 느낄 것입니다. 크게 포기하면 크게 채워질 것입니다.

 

세상의 달콤한 맛을 하나도 포기하지 않으면서 감미로운 하느님 체험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욕심입니다. 한번에 짜장면 곱빼기와 짬뽕을 다 먹겠다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보다 큰 가치관이자, 보다 우선적 대상인 하느님을 선택하기 위해서 다른 한쪽-세상의 쾌락과 유희-에 대한 포기는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포기도 적당한 포기, 잔머리 굴리며 하는 포기가 아니라 완전한 포기, 100% 포기가 중요합니다.

 

크게 포기한 만큼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실 상급 역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클 것입니다. 크게 비운만큼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실 선물은 더욱 값진 것이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미로운 체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온전히 하느님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 하느님의 맛을 안 사람들의 얼굴을 한번 보십시오. 이 세상 그 어떤 달콤한 쾌락도 그런 표정을 짓게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오직 하느님만이 주실 수 있는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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