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 (토)
(백) 부활 제5주간 토요일 너희는 세상에 속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았다.

KBS 스페셜 - 대한민국은 외국투기자본의 천국인가

스크랩 인쇄

김경선 [inuit-] 쪽지 캡슐

2011-09-26 ㅣ No.1497

 

 

 

 

 

언론의 외환은행관 론스타  관련 보도는 문제의 핵심에서 항상 벗어나 있다.

감정적이고 선정적이기만 할 뿐 문제의 해결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민족주의 담론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먼저 투기자본이라는 말부터 살펴보면

대부분의 언론이 흔히 투기자본을 외국 자본과 동의어로 쓴다.

외국 자본은 투기적이고 국내 자본은 그렇지 않다는 근거 없는 이분법이 깔려 있는 것이다.


과연 자본을 투기적인 자본과 투기적이지 않은 건전한 자본으로 나눌 수 있을까?

외국자본은 모두 투기자본이고 국내자본은 모두 선한 투자자본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모든 자본은 본질적으로 투기적이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매각해 벌어들이게 천문학적인 시세차익은

과연 부당하게 많은 것일까.

론스타는 2003년 9월 외환은행에 1조3834억 원을 투자했다.

그 무렵 외환은행이 부실은행이었는가를 놓고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론스타는 정부의 승인을 얻어 합법적으로 투자를 했고 그 시세차익을 챙긴 것이다.

 

애초에 헐값 매각이었을 수도 있지만

그것은 매각을 승인해준 정부의 잘못이지 론스타의 잘못은 아니다.

싸게 사들여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해서 무작정 비난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일부 언론에서는 심지어 론스타를 놓고 '먹튀'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세금을 내지 않고 튄다는 의미가 담겨있는 것이겠지만 굳이 론스타 입장에서 이야기하자면

론스타는 세금을 내지 않는 게 아니라 낼 이유가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벨기에는 이중과세 방지협약을 맺고 있기 때문에 벨기에에 본사를 둔 론스타,

더 정확히는 론스타 펀드 4호의 자회사, LSF-KEB홀딩스는

우리나라에 주식으로 번 돈에 대한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

벨기에에만 세금을 내면 되는데 정작 벨기에는

주식을 비롯해 자본 이득에 대한 세금을 거의 받지 않는 나라다.

결국 합법적으로 우리나라와 벨기에, 어디에도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다.

 

론스타가 벨기에를 경유해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고

그 무렵  정부 관료들도 론스타가 세금을 내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냉정하게 말하면 이제 와서 우리 정부가 론스타에게 세금을 받아낼 방법은 거의 없다.

 

민족주의나 국수주의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으로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

우리에게 잠깐이나마 위안을 줄 수는 있겠지만 그런 태도는 동시에 문제의 본질을 은폐한다.

 

론스타는 딱히 착하지도 나쁘지도 않다. 문제는 론스타가 아니라

이들이 엄청난 이익을 챙기고도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고 떠날 수 있는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시스템에 있다.

 

론스타뿐만 아니라 제일은행의 대주주였던 뉴브리지캐피털이나

한미은행의 대주주였던 칼라일펀드와 JP모건 컨소시엄 역시

우리나라 정부에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았다.

모두 조세회피 지역을 통해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들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에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

이들에게 은행의 경영권을 넘겨줬을 때부터

이미 세금 받기를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는 이야기다.

 
외국 자본이 많은 돈을 벌었다거나 세금을 내지 않는다거나

아무리 목청 높여 비난해봐야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국부 유출을 염려한다면 애초에 외국 자본에게 주식 시장을 개방하지 말았어야 했다.

시장을 개방한 이상 이들이 주식을 사고팔아 돈을 벌어가는 걸 막을 방법이 없다.

그렇게 벌어들인 이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받을 방법도 없다.

국부 유출이니 '먹튀'니 하는 논란은 그야말로 아무런 해답도 없는 감정의 배출일 뿐이다.

 

문제가 있다면 게임의 룰을 바꿔야지

룰을 지키고 있는 게임 참가자들을 비난해봐야 소용이 없는 것이다.

 

론스타의 경우부터 설명하면 진짜 문제는

세금을 내지 않는 외국계 사모펀드에

은행의 경영권을 넘겨줬다는 것이다. !

 

냉정히 말하면 국부는 이미 유출됐다.

1999년에는 제일은행을 팔아넘겼고

2000년에는 한미은행을 팔아넘겼다.

그리고 2003년에 외환은행을 팔아넘겼다.

외환은행을 노리고 있는 국민은행이나 하나은행 역시 지배적인 대주주가 없을 뿐

과반수 이상의 지분을 외국인 투자자들이 확보하고 있다.

냉정히 말하면 외환은행의 대주주가 누가 되더라도

국부 유출이라는 과거의 사실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은행 매각의 역사는 1999년 제일은행의 경우로 거슬러 올라간다.


법에서는 사모펀드의 은행 소유를 금지하고 있는데

우리는 정부 소유의 은행을 벌써 세 번이나 사모펀드에 팔아 넘겼다.

우리는 론스타를 탓할 게 아니라

정부 관료의 무지와 무능력, 그리고 도덕적 해이를 탓해야 한다.

 

소버린이나 헤르메스의 경우도 문제의 핵심은 재벌의 취약한 지배구조와 방만한 경영,

그리고 경영진의 비도덕성에 있었다.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주가는 여전히 저평가된 상태로 남아있을 것이고

소버린을 내보내도 또 다른 소버린이 오게 돼 있다.

소버린은 외국 자본이었지만

앞으로는 국내에서도 얼마든지 소버린의 역할을 하는 주주들이 나타날 수 있다.

 

그게 게임의 룰이다. 여기에는 선도 악도, 호도 오도 없다.

 

가장 극단적인 사례는  KT&G 사태다.

 KT&G는 독점적 사업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소유구조만 민영화됐다.

그 이익은 모두 주주들에게 돌아갔고 특히 그 대부분을 외국인 주주들이 챙겼다.

독점의 정도는 다르지만 KT나 포스코, 국민은행, 한전 등

비슷한 시기에 민영화한 공기업들이 모두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다.

지배 주주가 없는 이들 민영화한 공기업들은 언제라도 KT&G처럼 경영권 위협에 놓일 수 있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외국 자본과 국내 자본의 차이에 있지 않다.


외국 자본에 맞서려면 감정적인 분노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들은 법적으로 아무런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

합법적으로 세금을 안 냈을 뿐 도덕적으로 비난 받을 부분도 없다.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분노할 게 아니라

이들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과 게임의 룰을 문제 삼아야 한다.

외국 자본의 선악을 따질 게 아니라

국내외를 막론하고 자본의 투기적 속성을 폭넓게 경계해야 하고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국민연금과 론스타는 어떻게 다른가.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본질적으로 거의 같다.

문제의 핵심은 자본의 투기적 속성과 탐욕이다.

우리는 론스타를 비판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공적 연금의 금융화를 경계하고 비판해야 한다.

정부의 무분별한 자본시장 육성 정책을 비판해야 하고

좀 더 근본적으로 주식양도 차익에 대한 전면 과세를 요구해야 한다.

그게 론스타를 막는 본질적인 해법이다.

 

더 본질적인 대안은 장기적으로 금융의 공공성을 확보할 제도적 장치를 만들고

은행에 사회적 책임을 강제하는 것이다.

또 다른 론스타를 막는 것,

그리고 누가 대주주가 되느냐와 무관하게

은행이 제 역할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 더 시급한 문제다.

 

 

건전한 자본 또는 자본의 양심을 기대하거나 요구할 게 아니라

필요하다면 자본을 통제하고 규제해야하는것이다.

우리는 론스타와 소버린을 비난할 수는 있지만 이들을 막을 수는 없다.

이게 우리가 딛고 있는 시장의 현실이다.

시장을 버릴 수 없다면 시장과 시장의 시스템을 끊임없이 비판해야 한다.

어설픈 민족주의나 국수주의는 본질을 흐트러뜨릴 뿐이다.

 

 

자본의 탐욕과 맞서 싸워야 하는 시대다.

외국 자본이나 투기 자본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과 게임의 룰이 문제고

더 구체적으로는 이 시스템을 장악하고 있는 권력과 자본의 결탁이 문제의 본질이다.

 

 

글출처:  월간 '인물과사상' 5월호 

 

 

-----------------------------------------------------------

 

 

론스타와 같은 사모펀드는  은행 인수자격이 없었음에도 인수할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이것을  재경부와 금감원의 경제관료들이 나서서 성사되도록 도왔다는것.

이것이 론스타게이트의 본질이자 핵심이며 외환은행 이전의

한미은행과 제일은행 매각사건의 본질이다.

 

 

그 사건의 주역들은 IMF를 거치면서 신자유주의 금융 세계화를 학습하고

자본 시장과 결탁해 자신들의 기득권을 확대, 강화해 왔다.

정권이 바뀌어도 결코 바뀌지 않으며

경제정책의 입안과 집행, 시장 감시에 이르기까지

모든 조직을 장악하고 헤게모니와 운영원칙을 세습하고 있다.

특히 재정경제부 출신 관료들은 낙하산 인사를 통해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위원회, 심지어 감사원까지

거의 모든 경제 유관기관과 민간 금융기관들까지 점령하고 있다.

경제 관료들의 전횡이 대의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지경까지 된것이다.

 이제는  '누가 대한민국을 움직였으며 지금도 움직이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심각하게 던져봐야 할 때이다.


 

 

■    외환은행 '프로젝트 나이트'

 

 론스타 펀드가 외환은행의 경영권을 넘겨받는 과정을   면밀히 살펴보자

론스타와 외환은행, 정부 당국을 둘러싸고 제기됐던 숱한 의혹들이

아직까지 조금도 밝혀지지 않았다.

잘못된 역사는 뒤늦게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반듯이 책임을 져야만 한다.

그래야 같은 실수를 막을 수 있다.

 

 

▣   장면 1. 2003년 7월 21일. 외환은행 이사회.

 


이날 이사회는 상반기 이익 현황과 중기 경영계획을 보고하는 자리였다.

그해 상반기 외환은행의 업무이익은 4434억원, 당기순이익은 1592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SK네트워크(당시 SK글로벌)의 부실에 따른 충당금 1063억원과

하이닉스반도체 주식 평가손실 2363억원 등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외환은행은 이사회에 제출한 수정 경영계획 자료에서 업무이익 목표를

당초 계획 1조1800억원에서 9776억원으로,

당기순이익 목표는 3천억원에서 859억원으로 낮춰잡았다.

 

주목할 부분은 이강원 당시 외환은행장의 태도다.

이 전 행장은 이날 이사회에서 실적 호전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최근 영업이 부진하다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순이자 이익은 10.2%가 늘었고 수수료 이익도 지난해까지만 해도

1~2% 정도 늘어나는데 그쳤는데 올해는 25%나 늘었습니다.

올해 860억원의 이익을 계획하고 있는데 세금을 포함하면 2천억원 수준입니다.

지난해 110억원, 세금 감안해 1천억원 수준의 이익에 비교하면

올해 들어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특히 그해 외환은행의 부실 규모와 전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부분이 나중에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하게 되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상반기 대손충당금을 2960억원으로 잠정 집계하고

1년 전망을 8467억원으로 잡았다. 최악의 경우 9875억원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는 단서가 붙었지만

이는 감독당국이 충당금 적립비율을 높여잡을 경우다.

이사회는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이날 이사회는 수정된 전망에 따라 자기자본비율(BIS) 목표를

10.3%에서 10.0%로 낮춰 잡았다.

보통 자기자본비율이 8% 미만이면 부실금융기관으로 간주하는데

금융감독원은 10% 이상을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 무렵 외환은행은 아슬아슬하게 금감원의 기준을 맞추고 있었지만

딱히 부실금융기관이라고 볼 수는 없는 상태였다.

오히려 2002년 말 9.3%와 비교하면 눈에 띄게 실적이 호전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전 행장은 회의 끝 무렵에 "자본 적정성 확보 차원에서 론스타 건을 추진하고 있다"고 짧게 언급했다.

 "단순한 외자유치냐 아니면 경영권을 넘기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결정된 것이 없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   장면 2. 2003년 7월 22일.

김진표 부총리,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

 

공교롭게도 바로 그 다음날, 김진표 당시 경제부총리 및 재정경제부 장관은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외환은행의 지분을 론스타에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론스타가 물밑작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충분히 알려져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이날 김 전 부총리의 발언이 처음이었다.

 

"은행 경영진과 주주가 은행 정상화를 위해 외국 투자자를 맞아들이는데 동의했습니다.

수출입은행 소유의 외환은행 지분 32.5%의 전부 또는 일부를

론스타에 매각하는 내용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앞뒤 상황을 맞춰보면 김 전 부총리의 이날 발언은 분명한 월권이다.

무엇보다도 그때는 론스타가 금융기관의 대주주가 될 수 있느냐는 자격 논란이

금융감독위원회 내부에서도 정리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김 전 부총리의 이날 발언 이후로 외환은행의 매각은 기정사실화한다.

재경부가 매각과정에 주도적으로 개입한 흔적은 이 발언 전후에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   장면 3. 2003년 7월 25일, 금감위 은행감독과 보고서.

 

 

사흘 뒤 금감위 은행감독과에서는 '외환은행 외자유치 관련 검토'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작성된다.

첫 페이지에 '대외보안'이라는 도장이 찍혀 있는 이 보고서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이미 2002년 12월부터 론스타와 비밀준수 협약을 추진하고 외자유치를 추진해왔다.

2003년 5월에는 실사가 끝났고 6월에는 투자제안서가 들어왔다.

이 보고서에는 "가격은 상당부분 합의확약을 요청했다"는 대목도 눈에 띈다

"론스타가 대주주 자격요건에 관한 감독당국의 구두가 이뤄졌으나

기타 조건 등은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적혀 있다. .

 

금감위의 관심은 역시 론스타가 금융기관의 대주주가 될 자격이 있느냐였다.

먼저 은행법 시행령에 따르면 외국인이 국내 금융기관의 주식을 10% 이상 확보하려면

기본적으로 금융회사거나 금융지주회사여야 한다. 론스타는 여기에 모두 해당되지 않는다.

다만 은행법 시행령의 예외 규정에 따르면

'부실금융기관 정리 등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요건을 갖추지 않아도 주식을 초과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외환은행은 그 전에도 그 이후에도 한번도 부실금융기관이 아니었다.

의혹은 여기에서 비롯한다.

금감위는 외환은행의 부실을 과장해 모호한 법 조항에 꿰어 맞추고 있다.

이 보고서는 "외환은행은 부실금융기관에 해당되지 않으나 잠재부실 규모 등을 고려할 때

경영여건이 지속적으로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을 내린다.

이에 덧붙여 "1999년 뉴브릿지에 넘어간 제일은행도 한때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바 있지만

매각 당시에는 부실금융기관이 아니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부실금융기관이 아니라도 예외승인이 가능하다는 논리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   장면  4. 2003년 8월 27일. 외환은행 이사회.

 

 

한달 뒤 외환은행은 이사회를 열고 론스타와 외자유치 계약을 체결하기로 결정한다.

론스타는 일찌감치 금감위의 승인을 기정사실화하고 움직였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존 페트릭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을 비롯해 론스타가 추천한 5명의 사외이사가 선임됐다.

금감위의 승인 결정이 나기도 전에 이미 론스타에게 경영권이 넘어갔다는 이야기다.

이사회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 전 행장은 "론스타의 대주주 자질 논란은 옳지 않다"면서

"이번 외자유치 협상은 전문적이면서 원활하고 합리적으로 이뤄진 딜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장면  5. 2003년 9월 3일. 금감위에 보낸 재경부의 공문.

 

 

론스타와 재경부의 손발이 탁탁 들어맞는 것도 놀랍다.

론스타는 9월 2일 김앤장법률사무소를 통해 금감위에 주식초과보유 승인신청서를 낸다.

그리고 그 다음날 재경부는 금감위에 아래와 같은 공문을 보낸다.

 

"한국외환은행은 8월 27일 론스타펀드와 외자유치 계약을 체결했는바,

이번 외자유치가 소기의 성과를 얻어 한국외환은행의 조속한 경영정상화가 이뤄지고

한국수출입은행의 한국외환은행에 대한 출자자금이 회수될 수 있도록

은행법 제 15조 및 동법 시행령 제8조에 따른

동일인의 주식보유한도 초과 승인을 적극 검토해주시기를 바랍니다. 끝."

 

금감위 입장에서 이 공문은 재경부의 압력으로 받아들여질 소지가 충분하다.

재경부는 론스타의 자격 여부를 묻고 있는 게 아니다.

론스타의 주식초과보유 예외승인을 검토해달라고 노골적으로 금감위에 주문하고 있다.

 

 ▣   장면 6. 2003년 9월 5일. 금감위 임시간담회.

 

 

금감위는 재경부의 공문을 받은 이틀 뒤 임시 간담회를 소집한다.

이날 회의에서는 금감원 은행검사1국에서 작성한

'외환은행의 경영 전망'이라는 자료가 중점 논의된다.

 

금감원은 이날 중립적과 비관적, 두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는데 이에 따르면

외자유치에 실패할 경우 BIS 비율이 각각 9.3%와 6.2%까지 떨어지게 된다.

9.3%라면 굳이 외자유치나 경영권 매각까지 갈 것도 없지만 6.2%라면 심각한 상황이다.

금감원의 결론은 이렇다.

 

"잠재부실을 반영해 충당금을 추가 적립하면

BIS 비율이 최저 6.2%까지 떨어질 수 있다.

이 경우 한도소진으로 인한 영업기반 악화 등으로 건전성이 크게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잠재부실'이라는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립적 시나리오의 경우 금감원이 잡은 잠재부실은 외환카드의 당기순손실 4천억원과

SK네트워크의 충당금 48%, 하이닉스 평가손실 2364억원 등이다.

그러나 하이닉스의 평가손실의 경우 이미 상반기 실적에 반영이 끝난 부분이다.

게다가 하이닉스의 경우 주가가 계속 뛰어오르고 있었고

하반기에는 평가손실이 아니라 평가이익을 반영해야 할 상황이었다.

금감원의 시나리오는 애초부터 전제가 잘못돼 있었다.

 

하이닉스 뿐만 아니라 외환카드와 SK네트워크의 부실 부분도 이미 상반기에 반영됐거나

하반기 경영계획에 포함돼 있는 상태였다.

두달 전 외환은행 이사회는 이를 모두 감안하고도 BIS 비율 목표를 10.0%로 잡은 바 있다.

금감원은 추가부실 6205억원과 출자주식 감액손실 3306억원 등 9654억원의 추가 충당금이 필요하다면서

 최악의 경우 이 비율이 6.2%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외환은행 이사회는 하반기 추가 부실을 2706억원에서 많게는 4114억원으로 잡았는데

금감원은 최대 1조7천억원으로 잡고 있다.

금감원은 이에 대한 아무런 근거자료도 설명도 하지 않았다.

금감위 회의록에 따르면 위원들 가운데 그 누구도 이 부분을 문제 삼지 않았다.

이날 회의에서 외환은행은 이 최악의 시나리오에 근거해

부실금융기관에 준하는 급박한 상황으로 포장됐다.

론스타는 당당하게 외환은행의 주식 51%를 확보할 권리를 얻게 됐다.

 

 

▣   장면  7. 2003년 9월 26일, 금융감독위원회 회의.

 

 

그리고 그달 말, 금감위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주식취득을 승인하는 안건을 최종 심의한다.

이날 회의에서는 미국의 은행지주회사법이 문제가 됐다.

외환은행은 미국에 지점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대주주가 되면

이 법에 따라 미국 정부의 감독을 받게 되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미주지점을 폐쇄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자 위원 가운데 누군가가 나서서 이를 해명한다.

"론스타가 국민정서 및 브랜드 파워를 감안해 2년간 유예기간을 달라고 변호사를 통해

미국 금융당국을 설득하고 있습니다.

또 제한된 범위에서 미주지점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금감위 위원이 론스타의 입장을 대변하고 나서는,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실명이 기록돼 있지 않아 정확히 누구의 발언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

이날 회의록의 몇 장면을 더 옮겨본다.

위원들은 거의 모두 론스타 편에 서 있었다.

 

- 론스타가 2년 동안 유예기간을 달라고 했다는 건 2년 안에 팔고 떠나겠다는 거 아닌가.


"투자계약서에 2년 동안 팔지 말라는 조항을 넣었다. 장기투자를 하겠다는 서약서도 받았다."

 

- 론스타가 얼마나 건전하고 도덕적인가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부실채권 매입과 부동산 취득, 기업 인수 등 3개 사업부문에 투자를 하는 기업이다.

구체적인 운영실적은 알아보기 어렵다."

 

- 외국 자본이 제조업과 금융업에 동시에 투자하는 것 문제가 있지 않나.


"은행법에 규제 장치가 있으니 걱정할 것 없다."

 

- 론스타는 투자구조가 왜 이렇게 복잡한가.


"조세회피 목적이라고 한다."

 

- 론스타의 의사결정 주체가 누구인가 알 수 없다.


"최종적으로 LSF-KEB홀딩스라는 펀드가 외환은행을 인수하게 된다."

 

결국 이날 금감위 위원들은 론스타의 실체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론스타의 지분 취득을 승인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이야기다.

2년 안에 주식을 팔지 못하도록 계약을 맺었지만

그 이후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도 이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론스타의 투자목적이 단기차익실현에 있다는 건 분명했지만

금감위로서는 이를 승인하지 않을 명분이 없었다.

외환은행 매각은 이미 재경부 차원에서 결정돼 내려왔고 론스타는 일찌감치 일을 저지른 뒤였다.

금감위에게는 그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최종 승인하는 요식적인 절차만 남겨져 있었다.

 

 

▣   외환은행 부실 추정 근거 밝혀야.

 

 

결국 논란의 핵심은 과연 당시 외환은행의 매각이 은행법 시행령의 예외규정, '

부실금융기관 정리 등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됐느냐다.

무엇보다도 금감원은 1조7천억원에 이르는 외환은행 부실 추정의 근거를 밝혀야 한다.

명확한 근거가 없거나 부실 추정이 잘못됐다면 론스타의 외환은행 주식초과보유 승인 또한 무효가 된다.

자료를 만들었던 금감원 은행감독1국 백재흠 국장은 "근거 없이 자료를 만들 수는 없다"면서

"근거는 얼마든지 제시할 수 있지만 자세한 내용은 국정감사나 검찰 조사에서 밝히겠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나이트(Project Knight)'라는 제목의 씨티그룹 내부자료가 공개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2003년 4월 15일에 작성된 이 자료는 외환은행의 임원들이

론스타의 주간사인 씨티그룹에 외환은행의 경영현황을 설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자료에서 외환은행은 외자유치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에도

 최하 9.25% 이상의 BIS 비율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역시 금감원의 비관적 전망과는 꽤나 거리가 멀다.

 

여러 정황 근거들을 종합해보면 외환은행의 매각은

결국 이강원 전 행장과 재경부의 작품이었다고 볼 수 있다.

외환은행 이사회는 매각이 성사단계에 이를 때까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고

금감위는 철저하게 재경부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일단 금감원이 외환은행의 부실을 실제보다 과장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 이유가 일부 시민단체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검은 거래' 때문인지 아니면 외자유치를 통해

외환은행의 자산 건전성과 수익성을 높이려는 선의의 의도 때문이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어느 경우에도 그 과정에서 금감위가 법 조항을 자의적으로 확대 해석해 적용했고

결국 매각이 불법이고 원천 무효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의혹의 핵심은 금감위가 아니라 금감위의 배후다.

과연 누가 이렇게 무리수를 둬가면서 매각을 추진했느냐가 밝혀져야 한다.

금감위의 움직임을 보면 이 전 행장과 함께 재경부의 고위 관료가

직간접적으로 개입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

 

 

■ 론스타 게이트, 그 거대한 음

 

 

 2003년 9월 외환은행의 부실이 정말 심각한 상황이었을까.

 재경부와 금감위는 왜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넘겨주지 못해서 안달을 했을까.

굳이 예외규정을 적용하면서까지 무리수를 둬야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1999년 제일은행과 2000년 한미은행, 2003년 외환은행에 이르기까지 도대체

이 은행들을 판 사람은 누구고 산 사람은 또 누구일까.

외환은행 불법매각 사건은 정부 관료와 금융권, 투기자본, 로비스트들의

끈적끈적한 네트워크가 만들어낸 추악한 머니 게임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실체를 밝혀낼 여덟가지 퍼즐을 하나하나 살펴보자.

 

▣  퍼즐 1. 론스타와 김&장, 그리고 이헌재 전 부총리의 관계.

 

 

외환은행 불법 매각 사건을 둘러싼 모든 의혹의 중심에 이헌재 전 재정경제부 장관(부총리)가 있다.

외환은행이 론스타에게 넘어가던 무렵 이헌재 전 부총리는 김&장법률사무소의 고문으로 있었다.

그리고 김&장은 론스타의 법률대리인이었다.

이른바 이헌재 사단이라고 불리는 재경부 인맥이 론스타와 만나는 지점이 바로 김&장이었던 것이다.

이헌재 전 부총리의 인맥은 재경부뿐만 아니라 금융감독원과 금융감독위원회,

그리고 금융권 곳곳에서 발견된다.

 

먼저 이강원 당시 외환은행장은 이헌재 전 부총리와 광주 서중 선후배 사이다.

외환은행 매각을 결정하는 과정에 주도적으로 개입했던 정부 관료들,

변양호 당시 재경부 금융정책국장과 김석동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1국장 등도

모두 이헌재 사단의 핵심 멤버로 불리는 사람들이다.

 

변양호 전 국장은 김&장이 금감위에 주식 초과보유 승인신청서를 넣은 바로 다음날

금감위에 공문을 보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그는 론스타가 일본에서 4천억원의 세금을 탈루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뒤에도

 "외국에서 있었던 일이므로 국내 사정과는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금융기관의 대주주 적격성 문제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외환은행의 대주주였던 수출입은행의 이영회 행장도 역시 이헌재 전 부총리와 가까운 사이다.

이 전 행장은 재경부 기획관리실장 출신으로 재경부 시절 이 부총리의 오른팔 역할을 했다.

수출입은행은 주당 6479원에 사들였던 주식을 5400원씩에 넘겼다.

콜옵션을 감안하면 수출입은행의 손실은 2483억원에 이른다.

이 전 행장은 그 뒤 아시아개발은행 사무총장으로 옮겨갔다.

 

 

▣  퍼즐  2. 금감위도 움직이는 김&장의 영향력.

 

 

은행법은 금융기관이나 금융지주회사가 아닐 경우 금융기관의 대주주가 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사모펀드인 론스타는 애초에 자격이 안 됐다는 이야기다.

다만 은행법 시행령에서는 부실금융기관 정리 등 특별한 사유가 있을 경우

예외를 인정하도록 돼 있는데 금감위는 이 조항을 끌어들여 외환은행 매각을 승인해줬다.

외환은행은 부실금융기관이 아니었지만 부실금융기관 정리 등의 특별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주목할 부분은 금감위가 이런 예외 조항을 적용한 것이 처음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1999년 7월 제일은행을 뉴브리지캐피털에 넘겨줄 때나

2000년 7월 한미은행을 칼라일펀드에 넘겨줄 때도 금감위는 비슷한 조항과 논리를 끌어들였다.

뉴브리지나 칼라일 역시 론스타와 마찬가지로 법적으로 금융기관의 대주주가 될 자격이 없었지만

금감위는 이를 허용해줬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모두 김&장에게 법률자문을 맡겼다는 것이다.

 

김&장과 금감위의 관계를 추측하게 하는 자료도 발견됐다.

2000년 6월 금감위 내부 보고서를 보면 금감위가 김&장의 법률 자문을 인용한 부분이 있다.

당시 쟁점은 크게 두 가지였는데 첫째는 JP모건이 직접 주식을 취득하지 않고

다른 투자회사를 내세워 주식을 취득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것.

두 번째는 금융기관이 아닌 칼라일이 JP모건과 공동 출자해 은행을 인수해도 좋은가 하는 것이었다.

 

김&장의 정계성 변호사 등은 첫 번째에 대해서는 외국계 금융기관의 관행을 감안해 인정 가능하다고,

두 번째에 대해서도 금융기관이 아닌 자의 은행 지배를 방지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기 때문에

 역시 인정 가능하다고 견해를 밝힌다. 금감위는 이를 근거로 칼라일의 한미은행 인수를 승인해준다.

실제로 한미은행의 인수 주체는 칼라일이었고 JP모건은 들러리만 섰을 뿐이지만

금감위는 이를 알면서도 눈감아 준 것이다.

 

 

▣  퍼즐  3. 삼정KPMG와 진념 전 부총리, 이강원 전 행장의 관계.

 


론스타와 진념 전 부총리의 관계도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진념 전 부총리는 2002년 10월 론스타의 회계법인인 삼정KPMG의 고문으로 임명됐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인수한 직후인 2003년 11월, 기존 회계법인과 계약을 해지하고

삼정KPMG와 계약을 체결해 눈길을 끌었다.

계약기간 만료 이전에 회계법인을 바꾸는 경우가 흔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업계 4~5위 수준이던 삼정KPMG는 외환은행을 고객으로 맞으면서 단숨에 업계 2위 수준으로 급부상했다.

 

주목할 부분은 진 전 부총리의 인맥이다. 먼저 이영회 당시 수출입은행장과의 관계가 눈길을 끈다.

기자는 그 무렵 진 전 부총리가 이 전 행장을 여러 차례 찾아가 만난 사실을

행장 비서실을 통해 확인한 바 있다. 개인적인 만남이었을 수도 있지만

수출입은행이 외환은행의 대주주였고 핵심 열쇠를 쥐고 있었다는 점에서

그냥 넘기기 어려운 부분이다.

게다가 이 전 행장은 진 전 부총리가 부총리로 재직하던 무렵 임명된 사람이다.

진 전 부총리는 이강원 당시 외환은행장과도 연결된다.

 IMF 외환위기 직후 기아자동차 회장으로 일하던 그 무렵

이 전 행장은 계열사인 기아포드할부금융의 사장으로 있었다.

금융권 경력이 없었던 그가 외환은행장으로 발탁되는 과정에서

진 전 부총리의 영향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전 행장은 전윤철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과는 서울고 동문이고

행장 추천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정문수 당시 외환은행 이사와는

아시아개발은행에서 함께 일하기도 했다.

 

 ▣  퍼즐 4. 뉴브리지와 칼라일, 론스타의 관계.

 

 

제일은행을 사들였다가 스탠더드챠터드은행에 팔아넘겨 1조1510억원을 벌어들인 뉴브리지와

한미은행을 사들였다가 씨티은행에 팔아넘겨 7017억원을 벌어들인 칼라일.

그리고 외환은행을 사들였다가 국민은행에 팔아넘겨 4조 5008억원을 벌어들이게 될 론스타,

이 펀드들의 관계도 주목된다.

 

먼저 뉴브리지와 론스타는 뿌리가 같다.

 뉴브리지의 지분 70%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텍사스퍼시픽그룹의 데이비드 본더만 회장은

론스타의 공동 창업자이기도 하다.

박병무 뉴브리지 코리아 대표는 "두 사람이 업무적으로 서로 조언을 주고 받는 것은 물론이고

사적으로도 막역한 친분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둘 다 미국 텍사스주에 본사가 있고 석유재별과 연기금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칼라일과 론스타는 아예 혈연관계로 연결된다.

론스타 코리아의 대표였던 스티븐 리와 칼라일의 이사로 있는 제이슨 리는 친형제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슨 리는 칼라일이 아시아 부동산 시장에 투자하기 위해 설립한

 칼라일아시아리얼이스테이트의 대표이기도 하다.

스티븐 리는 하버드대 경영학 석사 출신으로 30대 초반에 론스타 본사 서열 3위까지 오른 인물이다.

제이슨 리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다.

공교롭게도 이 펀드들은 모두 매각 주간사로 모건스탠리를 선정했다.

 

법률대리인도 모두 김&장이다. 이들 모두 금융기관의 대주주가 될 자격이 안 됐지만

금감위는 굳이 예외조항을 적용해가면서 이들에게 은행을 넘겨줬다.

제일은행과 외환은행을 50% 이상 사들일 때 드래그 얼롱 조항을 집어넣은 것도 똑같다.

드래그 얼롱은 나중에 최대주주가 주식을 팔면 2대와 3대주주까지

같은 조건에 주식을 팔아야 하는 조항이다.

드래그 얼롱 조항 때문에 제일은행은 100% 외국인 소유 은행이 됐고

외환은행의 대주주였던 론스타는 14.1%의 지분을 더 사들여 시세차익을 2483억원이나 늘릴 수 있었다.

 

 ▣  퍼즐  5. 박태준과 김병주의 정치권 인맥.

 

 

칼라일의 한국 인맥으로는 김병주 MBK파트너스 대표를 빼놓을 수 없다.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사위인 그는 칼라일아시아 대표를 지냈다.

김병주 대표와 스티븐 리는 하버드대 MBA 동문이기도 하다.

언론 접촉을 거의 하지 않는 그는 2001년 <파이낸스아시아>와 인터뷰에서

한미은행 인수 비화를 밝힌 바 있다.

 

이 인터뷰에 따르면 금감위가 대주주 자격을 문제 삼자

김 대표는 장인인 박태준 당시 국무총리를 비롯해

금감원과 재경부 인사들을 상대로 광범위한 로비를 벌였다.

박 전 총리는 금융산업에 필요하다면 외국인이라는 게 무슨 문제냐는 입장이었고

이헌재 당시 금감위원장은 주식 보유한도를 면제해주거나 관계법령을 개정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김 대표는 "한국 경제의 트로이카 3명의 동의를 얻어냈다"고 밝히고 있다.

 

1998년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칼라일 고문 자격으로 방한했을 때

이헌재 당시 금감위원장이 그를 면담한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부시 전 대통령은 한미은행 인수를 앞둔 2000년 6월에도 제주도에서 열린

칼라일아시아 고문 회의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 회의에는 피델 라모스 전 필리핀 대통령과

제임스 베이커 전 미국 국무부 장관 등이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한국측 참석자는 공개되지 않았다.

박태준 명예회장을 따로 만난 것만 알려졌을 뿐이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이날 서울발 기사로 칼라일이 한미은행을 인수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윤영각 삼정KPMG 대표이사가 박태준 명예회장의 첫째 사위라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론스타와 삼정KPMG, 정치권을 연결하는 인맥이 여기에서도 발견되는 것이다.

 

뉴브리지나 칼라일, 론스타가 모두 같은 경로로 들어왔을 거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자금 출처가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이들의 국내 진출은

모두 동일한 네트워크를 활용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특히 그 과정에서 스티븐 리 등의 '검은머리 외국인'들이 주도적으로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

 

 

▣  퍼즐  6. 로비스트 김재록의 마당발 인맥.

 

 

김재록씨는 이 퍼즐의 가장 중요한 조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김희완, 최규선 등과 함께 우리나라 3대 로비스트로 불리던 사람이다.

그가 대표이사로 있었던 아더앤더슨에는 진념 전 부총리를 비롯해

열린우리당 강봉균 의원(당시 KDI 원장)과 김진표 교육인적자원부 장관(당시 재경부 차관),

정건용 당시 산업은행 총재 등의 자녀들이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1997년 법정관리 상태에 있던 기아자동차 산하 기아경제연구소에서 홍보이사로 재직중이던 무렵

진념 당시 기아그룹 회장과 인연을 맺은 바 있다.

이밖에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나 이용근 전 금감위원장,

민주당 제2정책조정위원장을 지낸 강운태 전 의원, 팽동준 전 예금보험공사 이사,

백용호 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매각소위 위원 등이

아더앤더슨 한국지사의 총회장 또는 고문 등으로 일한 바 있다.

 

김씨는 김대중 대통령 선거캠프에서 일했던 경력을 살려

정부 관료들과 광범위한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는 사람마다 형님이라고 부르면서 어느 정도 가까워지면

술자리에 불러내 인맥을 과시하곤 했다고 전해진다.

김씨는 3월 24일 영장실질심사에서

"이헌재 당시 금감위원장에게 은행장 인사와 관련 청탁을 넣은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  퍼즐  7. 재경부 관료들의 회전문 현상.

 

 

정부 관료들, 특히 재경부 관료들의 회전문 현상도 주목할 만하다.

회전문 현상이란 정부 관료와 로펌, 회계법인, 금융권 등이

인맥을 주고받으면서 서로 밀고 당기는 현상을 말한다.

재경부와 금감원, 금감위의 회전문은 이미 자연스러울 정도다.

국정감사 때면 서로 '우리'라고 부르는 것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재경부 인맥은 금감원, 금감위는 물론이고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심지어 감사원까지 포진해 있다. 공기업뿐만 아니라 증권회사나 보험회사, 신용정보회사에서도

주요 요직은 모두 재경부 인맥이 독식하고 있다.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의 비서관과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 등을 지낸 우병익씨는

KDB론스타의 대표로 옮겨가기도 했다.

이 회사는 론스타와 산업은행이 합작해 만든 구조조정 전문 회사인데 2004년에 정리됐다.

이 회사는 KDB파트너스로 이름이 바뀌었고 여전히 우씨가 대표로 있다.

론스타는 자산관리공사에도 손을 뻗쳤다.

 

IMF 외환위기 직후 부실채권을 헐값에 사들였던 론스타는

아예 심광수 당시 자산관리공사 부사장을 론스타코리아의 회장으로 영입하기에 이른다.

심 회장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외환은행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을 만큼 론스타의 한국 진출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회전문 현상의 중심에는 김&장이 빠질 수 없다.

김&장은 이헌재 전 부총리뿐만 아니라 최경원 전 법무부 장관과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윤동민 전 법무부 보호국장, 김회선 전 법무부 기획관리실장 등

쟁쟁한 검찰 출신 법조계 인사들을 영입해 왔다.

 

국무조정실장 출신의 한덕수 부총리 역시 김&장의 고문으로 활동한 적이 있다.

이밖에도 원봉희 전 재경부 금융총괄국장, 전홍렬 전 금감원 부원장, 현홍주 전 주미대사,

김병일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구본영 전 경제협력개발기구 대사, 서영택 전 건설부장관,

한승수 전 외교통상부 장관, 황재성·이주석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최병철 전 국제조세관리관 등이

김&장을 거쳐갔거나 재직 중이다.

 

 

김&장 출신이 외환은행 경영진으로 합류하기도 했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인수 직후인 2003년 12월, 김&장의 김형민 자문위원을

외환은행의 상무로 전격 발탁하기도 했다.

이근영 전 금융감독위원장이 법무법인 세종의 고문으로 옮겨간 것도 주목할 만하다.

세종은 김&장과 함께 칼라일의 법률자문을 맡았던 곳이다.

칼라일의 한미은행 인수를 최종 승인하는 자리에 있었던 사람이

칼라일을 대리했던 곳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  퍼즐  8. 이헌재 사단과 모피아 게이트?

 

 

뉴브리지의 제일은행 인수 때부터 살펴보면 이헌재 전 부총리는 끼지 않은 곳이 없다.

여기에는 스티븐 리와 제이슨 리 형제를 비롯해 김재록 등의 국내외 로비스트,

그리고 정치권과 재경부, 금감원, 금감위, 금융권에 걸친 광범위한 인맥,

김&장과 삼정 KPMG라는 국내 유수의 법무법인과 회계법인이 연루돼 있다.

그리고 이 모든 네트워크와 회전문 현상의 중심에 이헌재 전 부총리가 있는 것이다.

 

외환은행 불법 매각 사건을 론스타 게이트가 아니라

굳이 모피아 게이트라고 부르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새삼스럽게 이헌재 사단이 다시 주목받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번에 외환은행을 론스타에게 사들인 국민은행의 강정원 행장 역시

이른바 이헌재 사단의 핵심 멤버로 분류되는 사람이다.

 

김재록씨가 고문으로 있던 인베스투스글로벌의 대표로 있는 오호수 전 증권업협회 회장 역시

이 전 부총리와 막역한 사이다. 이밖에도 하나은행 서근우 부행장이나 박해춘 LG카드 사장,

정기홍 서울보증보험 사장, 이성규 전 국민은행 부행장, 이성남․이덕훈 금융통화위원,

황영기 우리금융지주 회장, 이강원 한국투자공사 사장,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등이

이헌재 사단의 멤버로 거론된다.

당신이 만약 외국계 사모펀드를 운영하는 사람이고

우리나라에 들어와 은행을 인수하려고 한다면 누구를 먼저 접촉해야 할까.

그 답은 너무나도 분명하다.

 

 

정부 관료와 금융권, 투기자본, 법무법인과 회계법인을 가장한 로비스트들의

이 끈적끈적한 네트워크를 차단하고 도려내지 못하면

앞으로도 수많은 은행과 기업들이 팔려나갈 것이다.  

 

 

 

-------------------------------------------------------------------------------------
 


■   미국 군수자본 칼라일, 한미은행을 덮치다.

 


2000년 9월 한미은행이 칼라일펀드에 넘어가게 된 과정도 의혹투성이다.

한미은행은 그해 당기순손실이 3960억원에 이를 만큼 경영상황이 좋지 않았고

그만큼 자본 확충이 절실했다.

 

 

칼라일은 그해 3월 금융감독위원회에 한미은행 주식을 사들이겠다고 신청을 냈다가 거절당했다.

역시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걸렸던 것이다. 칼라일은 사모펀드였을 뿐 금융기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해 9월 칼라일은 금융기관인 JP모건을 앞세워 금융감독위원회 승인을 받아낸다.

JP모건과 50 대 50으로 투자를 하겠다고 한 것이다.

한미은행이 주식예탁증서를 발행하면 칼라일과 JP모건 컨소시엄이 이를 인수하는 방식이었다.

발행규모는 4559억원, 주당 발행가격은 6800원이었다.

이 컨소시엄은 한미은행 지분 36.6%를 차지해 최대주주가 됐고

덕분에 한미은행의 자본금은 1조500억원에서 1조5000억원으로 늘어났다.

 

 

문제는 JP모건이 들러리만 섰을 뿐 실제로 인수주체는 칼라일이었다는 것이다.

JP모건을 내세워 편법으로 금융감독위원회의 승인을 받아냈다는 이야기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펀드들의 지분 구성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가장 지분이 많은 펀드는 16.3%를 보유한 KAI(한미은행 투자펀드)였는데

이 펀드는 칼라일과 JP모건이 반반씩 투자한 게 맞다.

 

 

문제는 나머지 지분인데, 채드윅과 프리웨이라는 펀드가 각각 3.6%를 보유한 것을 비론해

스칼렛이 3.4%, 이글이 2.5%, 코란드가 1.0% 등 9개 펀드에 분산돼 있었다.

이 펀드들은 모두 페이퍼컴퍼니로 칼라일이 의결권을 갖고 있었다.

칼라일은 공공연하게 홈페이지에서 이들 펀드와의 관계를 밝히기도 했다.

이게 가능했던 것은 4% 미만의 보유 지분은 금융감독원에 신고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었다.

이들 페이퍼컴퍼니의 지분에 대해 아무런 통제권도 갖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JP모건은 전체 지분 36.6% 가운데 8.2%만 보유하고 있었고

나머지 28.4%는 칼라일의 몫이었다는 이야기다.

 

 

표면적으로는 칼라일과 JP모건이 반반씩 투자한 걸로 돼 있지만

이미 칼라일이 한미은행의 대주주가 돼 있었던 것이다.

한미은행 투자 구조를 잘 살펴보면 JP모건이 아니라

JP모건코세어2호라고 돼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JP모건의 세계적 명성만 믿고 투자를 허락했지만

사실은 JP모건이 만든 또 하나의 사모펀드였을 뿐이다.

김용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만약 금융감독위원회가 이런 사실을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았다면 당장 의결권을 제한시키고 지분 매각 명령을 내렸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칼라일은 1987년에 설립된 사모펀드다.

칼라일이라는 이름은 창립 멤버들이 모였던 칼라일 호텔에서 따온 이름이다.

자본금은 162억달러, 본사는 미국 워싱턴에 있다.

지미 카터 대통령의 정책 보좌관을 지냈던 데이비드 루벤스타인이 창립 멤버고

IBM 회장을 지냈던 루이스 거스트너 등도 이곳에서 회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미국은 물론이고 중동이나 유럽의 부호들 300여명이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는데

주로 군수산업에 투자하고 평균 투자수익률이 34%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칼라일의 임원진 구성 역시 매우 흥미롭다.

제임스베이커 전 미국 국무장관을 비롯해 존 메이저 전 영국 총리,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오사마 빈 라덴의 이복형인 샤피크 빈 라덴도 핵심 멤버다.

이밖에도 아서 레빗 전 미국 증권거래위의장, 토마스 맥라티 전 백악관 비서실장,

루이스 텔레즈 전 멕시코 에너지 장관 등이 활동하고 있다.

퀀텀펀드의 조지 소로스도 1억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 부시뿐만 아니라 조지 부시 현직 미국 대통령도 칼라일의 투자회사에서 사장으로 일한 경력이 있다.

이들이 오사마 빈 라덴 가문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왕족과 친밀한 사이라는 사실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군수산업에 투자하는 펀드답게 칼라일은 이라크 전쟁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 부시는 칼라일 고문 자격으로 이라크를 여러차례 방문했고 우리나라에도 두 차례 다녀간 바 있다.

칼라일의 한미은행 인수에도 미국 정치권의 영향력이 작용했을 거라는

의혹이 떠도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아버지 부시는 1998년 칼라일 이헌재 당시 금융감독위원장을 면담한 것을 비롯해

2000년 6월 제주도에서 열렸던 칼라일아시아 고문회의에서는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당시 국무총리 등을 만나기도 했다.

칼라일이 한미은행 인수를 발표한 것은 바로 그 무렵이었다.

박태준 전 총리는 칼라일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었고 김병주 칼라일아시아 회장은 그의 사위다.

 

 

주목할 부분은 칼라일이 동원한 광범위한 인맥이다.

칼라일의 법률자문은 김&장법률사무소와과 법무법인 세종이 맡았는데

그해 8월 금융감독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김&장과 세종의 법적 해석이 떡 하니 인용돼 있다.

자회사를 통해 투자하는 외국 금융기관의 관행 등을 고려할 때

이 컨소시엄의 한미은행 인수는 법적으로 타당하다는 논리였다.

칼라일이 내세운 주장을 금융감독위원회가 아무런 비판 없이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이야기다.

 

 

더 흥미로운 것은 칼라일의 한미은행 인수를 최종 승인했던

이근영 당시 금융감독위원장이 퇴직 후 세종으로 옮겨간 것이다.

금융감독위원회와 김&장과 세종, 그리고 칼라일의 유착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김병주 회장은 장인인 박태준 전 총리뿐만 아니라

이헌재 당시 금융감독위원장, 재정경제부 이종구 금융정책국장 등을 상대로

광범위한 로비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1년 8월 '파이낸스아시아'가 김병주 회장과 한 인터뷰는 당시 상황을 짐작케 한다.

당시 금융감독위원회에서 JP모건 지분 50%만 받아오면 허락해주겠다는 소문이 떠돌았던 것도

이런 맥락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한국 경제의 트로이카 3명 모두의 동의를 얻어냈습니다.

그들은 모두 우리에게 동일인 주식 보유한도를 면제해주거나

관계 법령을 개정하겠다는 의사를 보여줬습니다."

 

 

칼라일은 결국 JP모건이라는 들러리를 내세워 한미은행을 인수하는데 성공한다.

칼라일은 이렇게 사들인 주식을 2004년 5월 주당 1만5500원에 씨티은행에 넘겨

7017억 원의 시세차익을 거두고 빠져나갔다.

 

 

뉴브리지와 칼라일이 각각 제일은행과 한미은행을 인수하는 과정을 비교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제일은행이나 한미은행이나 경영 현황이 그리 좋지 못했던 건 사실이다.

특히 제일은행의 경우 추가 출자를 하지 않으면 부도를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뉴브리지나 칼라일의 대주주 자격인데

금융감독위원회는 제일은행의 경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돼 있기 때문에

뉴브리지 같은 사모펀드가 경영권을 넘겨받을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한미은행은 부실금융기관도 아니었고

더구나 칼라일은 금융기관과는 거리가 먼 군수산업에 투자하는 사모펀드였다.

누가 봐도 금융기관의 대주주가 될 자격이 없었지만

칼라일은 JP모건을 내세워 50 대 50으로 투자하겠다고 금융감독위원회를 설득했다.

그런데 정작 JP모건의 투자비율은 전체 투자금액의 4분의 1밖에 안 됐던 것이다.

금융감독위원회와 한국 정부를 속인 것이다.

결국 제일은행에서 잘못 꿰어진 첫 단추의 여파가 한미은행과 외환은행에까지 계속 이어진 것이다.

 

 

론스타는 JP모건 같은 들러리를 내세우지도 않고 단독으로 외환은행을 인수했다.

외환은행은 부실금융기관이기는커녕 오히려 실적이 눈부시게 개선되고 있는 상태였다.

주목할 부분은 정부가 2000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사모펀드의 은행 인수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는 것이다.

그해 5월 조흥은행이 미국계 투자펀드 서버러스에서 5억 달러를 유치하기로 전략적 제휴를 맺었을 때도

금융감독위원회는 은행법의 대주주 적격성 조항을 들어 반대했다.

 

 

5억달러면 14% 지분을 확보할 수 있었는데 금융감독위원회는 법에 따라

4% 미만인 1억4000만 달러까지만 가능하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

금융감독위원회는 칼라일의 한미은행 인수도 같은 이유로 완강히 반대해왔다.

그런데 그해 6월 아버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다녀간 뒤로 상황이 반전된 것이다.

그때부터 금융감독위원회의 원칙은 마구 흐트러졌다.

 

 

 글출처: 이정환 님의 " 투기자본의 천국, 대한민국"

미디어오늘: 경제 관료 못 잡으면 대한민국에 진보는 없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61647

미디어오늘: 초국적 자본과 권력의 결탁, 방치해도 되나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84822

 

 

 

 

 



1,584

추천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