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일)
(백) 부활 제5주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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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날 밤 울었다...(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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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우진 [joyro] 쪽지 캡슐

2001-03-07 ㅣ No.2064

나는 수도회 안에서 살아오면서

종신 서원(쉽게 말해서 평생토록 딴 맘 안먹고

수도원 밥 먹겠다고 하느님께 약속하는 것..*^^*)을 하기 전에

나에게 참으로  시련의 시기가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어렵고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10여년을 수도회 안에서 살아 온 난

"내가 과연 수도원에서 일 평생을 살 수 있을까? "

하는 의심에 빠졌던 것이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 살아야 하는 나의 삶은

나에게 너무도 커다란 도전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하지만 날 더욱 힘들게 했던 것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너무도 모질고, 급하고, 냉정하고,

그야말로 단순, 무식, 과격의 표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 나를 돌아볼 때 마다 나는 너무도 힘들고 괴로웠다.

마치 죽을 위기에 처한 듯 혼란스러웠고

나 자신이 미웠다. 너무도 싫었다.

 

그렇기에 매일의 일상 안에서 의무로 했던

기도와 묵상! 자아 성찰의 기회는 나를 너무도 괴롭혔다.

"아 나는 성소가 없나 부다!"

 

거기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동체 원장님과의 어려움은

날 미치도록 울게 만들었다.  수 많은 고백 성사를 해도, 굳은 다짐을 해도 해결이 될 수 없었다.  그래서 난 " 내가 잘못한 것이 아냐!  그분의 부족함 때문이야! 그분도 인간인데.." 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면 그럴 수록 그분과의 관계는 더욱 어려워졌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그분을 피하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넌 수도원을 나가면 잘 살거야!" "나가는 것이 어때? "라는 말은

나에게 얼마나 큰 상처로 다가왔는지 모른다.

 

그 날밤 난 불꺼진 성당에 앉아 어금니를 깨물고 울었다.

참으로 처절한 기분이었다.

얼마나 울었는지 나도 모르겠다.

 

그리고 성체 안에 계신 주님께 이런 말씀을 드렸던 것 같다.

 

"주님, 맞습니다!  제가 잘못했져!  누굴 탓하겠습니까?"

"맞습니다. 제가 실수했던 것이고, 제가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으려 몸부림 쳤던 거예요! 그분을 미워할 필요가 뭐 있겠습니까?  

하지만 그분이 용서가 잘 안되니 미치겠습니다.  나 어떡해요?"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 뭉클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수도원에 살면서 이렇게 절실하게, 겸손하게, 솔직하게

하느님께 나의 맘을 드렸던 적은 없었던 것같다.

 

난 오늘 독서에서 에스델이라는 왕후가 드렸던 기도를 읽으면서

날 새롭게 만들었던 그 날밤을 떠올려본다.

 

얼마나 절실했을까?

 

글쎄 난 기도라고 하는 것이 아름다운 언어로 포장된 그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늘 독서에 등장하는 에스델 왕후처럼

자신의 처지에서 느껴지는 솔직한 맘을 그분께 드리는 것 !

그것이 바로 기도의 한 모습이 아닐까?

 

난 그분께 무엇을 가지고 메달릴 것인가? 생각해볼 일이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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