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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鄭 추기경 교황 선종 1주기 미사 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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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홍보실 [commu] 쪽지 캡슐

2006-04-02 ㅣ No.119

"한알의 밀알이 되신 교황님 닮아 생명 존중하는 사회 만들어야"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鄭鎭奭) 추기경은 2일 낮 12시 명동성당에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선종 1주기 추모 미사를 집전했다.

정 추기경은 미사 강론에서 "밀알이 땅에 떨어져 자신을 희생하고 죽을 때, 많은 열매를 맺고 새로운 생명을 맺는다"며 생명의 신성한 가치를 강조했던 교황을 추모했다.

또한 "오늘날 우리 사회는 생명을 경시하고 파괴하는 죽음의 문화가 만연하고 있다"고 우려하며 "신자들이 먼저 세상속에서 생명의 존엄성을 증거하고 사랑과 희생을 실천하자"며 생명관련 교회 문헌 읽기 등을 통한 실천 방법을 제시했다.

이날 미사에는 염수정(廉洙政)주교, 김운회(金雲會)주교, 조규만(曺圭晩)주교, 사제단과 신자 1천여 명이 참석했다.


다음은 미사 강론 전문입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선종 1주기 추모 미사 강론(全文)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 우리는 우리나라를 특별히 사랑하셨고 종교를 초월하여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던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선종 1주기 추모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작년 오늘, 교황님의 선종 소식을 듣고 전 국민이 애도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제가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추기경 서임을 받고 귀국해서 첫 번째로 봉헌하는 공식미사를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선종 1주기 추모 미사로 봉헌할 수 있게 된 것은 큰 은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제가 추기경에 서임될 수 있도록 많은 기도해주시고 성원해주신 신자 여러분과 우리 교구 사제단에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마지막 분단국가인 한반도의 화해와 통일에 깊은 관심을 보이셨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84년과 1989년 두 차례 한국을 방문하셨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리신 교황님은 곧바로 무릎을 꿇고 엎드려 한반도 땅에 입을 맞추시며 “순교자의 땅, 순교자의 땅”이라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실제로 두 번에 걸친 교황님의 방문으로 우리 한국 가톨릭 교회는 엄청난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이처럼 교황님과 우리나라는 깊은 인연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대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역사상 가장 많은 해외순방을 하셨습니다. 특히 교황님은 5대양 6대주, 심지어 포탄이 쏟아지는 전쟁터에 이르기까지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 망설이지 않고 찾아 나섰던 화해와 평화의 사도였습니다.

그분은 “성직자의 진정한 의무는 사람들과 함께 삶을 나누는 데 있다. 그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가야 하며 그들과 함께 해야 한다” 며 직접 찾아가는 사목을 강조하셨습니다.

실제로 교황님은 26년 동안 102회의 해외순방을 통해 131개국, 600여 도시를 방문했습니다.

교황님께서 가장 관심을 가지셨던 부분은 인간의 자유와 생명을 수호하는 문제였습니다. 공산국가인 폴란드인으로 살아오면서 독일의 나치와 공산주의를 경험했던 교황님은 인간의 존엄성이 무시되고 자유를 빼앗긴 상황이 얼마나 비참한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분은 교황 즉위 후 첫 번째 회칙을 통해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스도를 통해 인간은 자신의 존엄성을 깨닫게 되었다”고 천명하셨습니다. 이처럼 교황님의 관심은 교회적 차원에만 머물지 않고 인간과 세상을 향해 항상 열려 있었습니다.


특별히 교황님은 출생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인간 생명의 신성한 가치를 강조하셨습니다. 그분은 “모든 생명은 그 존재 자체로 아름답고 모든 가치에 우선해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 하셨습니다.

요한 바오로 2세 전 교황님과 베네딕토 16세 현 교황님 두분의 주된 공동 관심사는 ‘사랑’인데 이 사랑은 곧 ‘생명’입니다. 사랑에서 생명이 나오고, 사랑으로 생명이 유지되고, 사랑에로 생명이 귀착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사회는 생명을 경시하고 파괴하는 죄와 죽음의 문화가 만연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기적인 욕심과 물질적 유혹에 쉽게 빠져 생명의 존엄성과 가치를 잊고 살아갑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죄와 죽음의 문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생명 존중 사상을 바탕으로 자신을 사랑하고 그리고 이웃을 진정으로 사랑해야 합니다.


이 사랑은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이 말씀하신 “땅에 떨어져(요한 12,24)죽어 많은 열매를 맺는” 밀알 하나의 마음입니다. 밀알이 되는 것이 자기 희생이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밀알이 땅에 떨어져 자신을 희생하고 죽을 때, 많은 열매를 맺고 새로운 생명을 맺습니다.

이런 사랑이야말로 세상을 악에서 선으로 어둠에서 빛으로 죽음에서 생명으로 우리를 변화시킬 것입니다.

우리 신자들은 세상속에서 생명의 존엄성을 증거하고 사랑과 희생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생명 존엄성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을 올바르게 알아야 합니다. 올바르게 알지 못하고는 올바르게 행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교황님께서 1995년에 반포한 회칙인「생명의 복음」을 비롯하여, 생명윤리와 생명의 존엄성에 관한 가르침을 담은 교회 문헌을 교우 모두가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신자들이 먼저 생명 존엄 사상을 배우고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려고 노력할 때 우리 사회가 좀 더 맑고 밝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가톨릭 교회는 그동안 강조해 온 낙태반대 운동, 사형제폐지 운동 등을 계속해야 합니다. 또한 생명을 살리기 위한 방법으로 성체줄기세포 연구 지원, 장기기증 운동, 골수기증 운동과 국내 입양운동을 더욱 활발히 전개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우리 사회에 심각한 세대간의 갈등, 계층간의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서 상대방도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지닌 귀중한 존재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리스도께서 모범으로 보여주셨던 가난한 이와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일을 우선적으로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자신보다는 상대방의 입장을 존중하고 화해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화해와 공존의 바탕은 상대방도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귀한 생명임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먼저 우리에게 조건 없이 용서하신 것처럼 우리도 서로 용서하고 상대를 받아들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용서는 하느님 사랑의 가장 큰 증거가 됩니다. 진정한 용서는 인간의 능력이 아니라 하느님의 은총으로 가능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용서와 사랑은 자신과 가정과 그리고 사회와 국가간에도 이루어져야 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십시오.”

세상을 떠나면서 하신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이 말씀을 우리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의 행복을 기원하신 이 말씀은 우리 모두가 감동적으로 받아들인 말씀이고, 교황님이 성인의 반열에 올라가셨음을 뜻한다고 공감했던 말씀입니다. 우리도 삶을 마감할 때 "나는 행복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면 생을 올바르게 살았다는 증거가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세상안에서 생명을 존중하고 사랑을 나누는 모범을 실제로 보여야 합니다. 사랑을 위해 땅에 떨어져 썩는 한 알의 밀알처럼 산다면 교황님께서 말씀하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황님의 선종 1주기를 맞아 교황님이 우리에게 원하셨던 행복한 삶을 살고 우리 생활에서 생명 존중의 삶을 실천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느님의 은총을 구해야 하겠습니다.


“주 하느님, 평생 동안 주님만을 위해 봉사했던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을 당신 품에 받아주시고 성인들의 반열에 들게 하소서. 아멘.”


2006년 4월 2일 명동성당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 정진석 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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