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금)
(백) 부활 제4주간 금요일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우리들의 묵상 ㅣ 신앙체험 ㅣ 묵주기도 통합게시판 입니다.

하느님의 나라와 민족 [사순 제2주간 금요일]

스크랩 인쇄

김기욱 [hamgge] 쪽지 캡슐

2015-03-06 ㅣ No.95055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1,33-43.45-46

그때에 예수님께서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에게 말씀하셨다.

33 “다른 비유를 들어 보아라. 어떤 밭 임자가 ‘포도밭을 일구어 울타리를 둘러치고 포도 확을 파고 탑을 세웠다.’ 그리고 소작인들에게 내주고 멀리 떠났다.

34 포도 철이 가까워지자 그는 자기 몫의 소출을 받아 오라고 소작인들에게 종들을 보냈다. 35 그런데 소작인들은 그들을 붙잡아 하나는 매질하고 하나는 죽이고 하나는 돌을 던져 죽이기까지 하였다. 36 주인이 다시 처음보다 더 많은 종을 보냈지만, 소작인들은 그들에게도 같은 짓을 하였다. 37 주인은 마침내 ‘내 아들이야 존중해 주겠지.’ 하며 그들에게 아들을 보냈다.

38 그러나 소작인들은 아들을 보자, ‘저자가 상속자다. 자, 저자를 죽여 버리고 우리가 그의 상속 재산을 차지하자.’ 하고 저희끼리 말하면서, 39 그를 붙잡아 포도밭 밖으로 던져 죽여 버렸다. 40 그러니 포도밭 주인이 와서 그 소작인들을 어떻게 하겠느냐?”

41 “그렇게 악한 자들은 가차 없이 없애 버리고, 제때에 소출을 바치는 다른 소작인들에게 포도밭을 내줄 것입니다.” 하고 그들이 대답하자, 42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성경에서 이 말씀을 읽어 본 적이 없느냐?

‘집 짓는 이들이 내버린 돌, 그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네. 이는 주님께서 이루신 일, 우리 눈에 놀랍기만 하네.’

43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하느님께서는 너희에게서 하느님의 나라를 빼앗아, 그 소출을 내는 민족에게 주실 것이다.”

45 수석 사제들과 바리사이들은 이 비유들을 듣고서 자기들을 두고 하신 말씀인 것을 알아차리고, 46 그분을 붙잡으려고 하였으나 군중이 두려웠다. 군중이 예수님을 예언자로 여겼기 때문이다.


오늘 복음말씀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성전에서 가르치실 때 그 가르침의 권한을 문제 삼는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에게 하신 말씀이다. 이에 앞서 예수님은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셨는데, “저분이 누구냐?” 하고 묻는 물음에 군중이 “저분은 갈릴래아 나자렛 출신 예언자 예수님이시오.” 하고 대답하였다.(마태오 21,11)

예수님의 십자가 처형, 그리고 나중에 제자들이 로마와 지중해에서 펼치는 기독교 선교의 역사를 생각하면 이 소작인 비유의 줄거리 이해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 

또 얼핏 보면 예수님에 대한 지도자와 군중의 태도가 대립적인 것 같지만, 군중도 예수님을 예언자로 여김으로 그분이 참으로 누구이신지 몰랐다는 점에서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과 다를 바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중에 이들 모두가 한입으로 바라빠를 선택한다. 그러니까 이 비유의 소작인 교체는 지도자와 군중, 지배자와 피지배자, 왕과 백성 사이의 권력 문제와 무관하다.

이런 맥락에서 나의 주목을 끄는 것은 ‘민족’이라는 단어이다. ‘민족’은 그냥 ‘사람들’ 다른 말로 ‘군중’이 아니다. 민족은 국가적 영토와 통치권은 갖지 못할 수 있지만 적어도 고유한 역사와 언어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공동체이다. 나라를 잃고 나라가 갈리는 아픔의 역사를 공유할 수 있는 고유한 언어를 가지고 있는 우리 민족이 좋은 예이다.

라자로의 비유에서 개인의 사후 세계가 궁금한 사람은 율법에 계시된 하느님의 뜻을 알고 따르는 것이 낫다고 읽은 것처럼, 소작인의 비유에서 하느님의 나라는 사람들에게 개별적으로 맡겨지는 것이 아니라 민족의 공동 과제로 주어진다고 읽는다. 그리고 그 민족들은 이 땅의 주인이 아니라 하느님의 소작인들이다.


주님 감사합니다.





590 0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