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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교 바오로 형제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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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요하 [jiyoha] 쪽지 캡슐

2004-03-23 ㅣ No.63887

 

†. 사랑·평화

 

 

신문교 바오로 형제님.

안녕하신지요.

 

일전에 제게 좋은 글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제게 큰 위안과 격려가 되는, 그래서 저에게는 더없이 귀중한 말씀이 되었습니다.

언젠가도 한번 제게 격려를 베풀어주신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제 한글문서의 ’가톨릭 굿 뉴스’ 방을 잘 찾아보면 신 형제님의 과거 글이 보관되어 있을 텐데….

 

신 형제님의 글을 고맙게 읽고도 감사한 마음을 일찍 표해 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요즘 제가 너무 바쁘게 사는 것 같습니다.

몸이 두세 개 정도 된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어느 교구의 노인 신부님께서 올해 고희(古稀)를 맞아 출간하실 자서전의 원고를 받아서 제가 가필해 드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워낙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하는 일이어서 진도가 더딘 편입니다. 이 달 초에 시작해서 이 달 말까지 마칠 계획이었는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 일을 마치는 대로 ’사명대사’ 이야기 800매를 5개월 안에 써야 합니다. 어느 출판사에서 한국 역사인물 102명(102는 ’백의민족’을 상징)에 대한 역사소설 102권을 동시에 출간하는, 총 예산 20억 원을 투입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저도 그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사명대사 이야기를 맡았는데, 제가 본디 불교 공부가 약해서 불교 공부를 병행하면서 그 작업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작업에 대한 중압감이 큽니다.

 

우리 태안 본당의 ’40년사’를 집필하는 일도 틈틈이 해나가고 있습니다. 자료 수집, 인터뷰, 원고 청탁 등의 갖가지 소소한 일들을 병행하면서 집필 작업을 하려니 이 또한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다음달에 새 성전 건축 착공을 하게 돼서, 성전건축 관련 사항들도 자세히 포괄하여 성전건축이 끝나는 시점에서, 아니면 새 성전 축성봉헌식 이후에 40년사를 출판했으면 하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만, 본당 신부님께서는 금년 9월에 일단 출판을 해야 한다고 하셔서 제 고민이 적지 않은 상황입니다.

 

여기에 갖가지 40주년 기념 사업들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일들에도 적잖이 신경과 노고와 시간을 기울여야 합니다.

 

고향에 몸을 놓고 사는 죄로 지역사회의 현안들에 대해서도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형편입니다. 최근 근흥면 정죽리 안흥항 해안 골프장 건설과 관련하여 발생한 두야리 퇴뫼산 훼손 문제 때문에, 그리고 3·12 의회쿠데타와 관련하여 활발하게 움직이는 지역 시민단체들의 활동에도 일정 부분 신경을 쓰고 있는 상황입니다.

 

저녁에도 평일미사 참례 후 레지오 쁘레시디움 모임, 40주년기념행사준비위원회 모임, 성가대 연습 등으로 계속 분주합니다. 해마다 사순절에는 성삼일 예절과 예수부활대축일에 대비하여 성가연습에 박차를 가하게 되는데, 이번 주부터는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저녁 성가연습을 하게 됩니다.

 

성가연습은 내 생활의 매우 중요한 활력소입니다. 하루종일 정신노동과 이런저런 일들 속에서 스트레스를 잔뜩 받고서도 저녁에 성당에 가서 미사를 지내고 성가연습을 하노라면 모든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느낌이곤 합니다.

 

일이 너무 많은 상황 속에서 요즘에는 오후 등산을 한 시간으로 줄였습니다. 그런데도 산에 못 가는 날이 자꾸 생겨나고 있습니다. 심각한 성인병들을 안고 사는 처지여서 매일의 등산은 내게 참으로 중요한 일인데….

 

때로는 아무 일에도 신경 쓰지 않고, 이리저리 시간 뺐기지 않고 오로지 내 소설 창작에만 전력 투구하며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럴 수 있는 여건이 너무도 그립고, 그렇게 살고 싶은 소망이 절절히 사무쳐서 눈물을 흘린 적도 있습니다.

 

지금 내가 떠 안고 있는 모든 일들을 어떤 모양으로든 완결을 하고, 우리 본당의 성전건축 사업도 완료되고, 저희 집도 새 아파트로 이사를 하게 되면, 모든 일을 정리하고 오로지 제 소설 작업에만 전념하는 생활을 할 계획입니다. 그게 정 어려우면 고향을 탈출해서라도….

 

현재의 작가적 비중이야 어떻든 작가명색을 걸치고 있으니, 나이 한 살이라도 더 먹기 전에 내 본업에만 충실하려는 뜻이지요.

 

인터넷 게시판에 잡문 쓰는 일도 줄일 생각으로 한동안 ’가톨릭 굿 뉴스’ 게시판에도 글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국회의 대통령 탄핵 사태―’3·12 의회쿠데타’ 때문에 다시 글을 올리기 시작한 거지요. 이 작업 또한 당분간은 좀더 진행이 될 것 같습니다.

 

’3·12 의회쿠데타’를 접하는 순간 저 쿠데타 세력들로서는 감히 도저히 생각도 할 수 없는 진정한 약사 발전에 대한 큰 희망을 감지했던(그리하여 「3월 12일, 오늘은 슬프고도 기쁜 날」이라는 글을 썼던) 내 직관을 나는 스스로 신뢰하고 확신합니다. 우리나라엔 정녕 희망이 있습니다. 참으로 오묘한 작용에 의해서 역사 발전의 큰 계기가 마련되었음을 다시 한번 굳게 믿습니다. 기필코 모든 올바르지 못한 것들은 앞으로 점점 힘을 잃게 되고 소멸의 길을 가게 될 것입니다.

 

 나 스스로 더욱 희망을 갖고, 더욱 충실한 정의감과 애국심을 합일시키며 힘차게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엊그제 글에서도 언급을 했지만, 제가 제 종교의 울타리 안에서, 즉 이 ’가톨릭 굿 뉴스’ 게시판 안에서 김은순 김지선 이윤석 정규환 형제와 함께 홍위병으로(홍위병 5인방)으로 불리게 된 것을 저는 기쁘게 생각합니다. 나를 그렇게 부르는 사람들은 그게 더없이 적절하고 효과적인 모멸이 될 것으로 생각들을 하겠지만, 나는 오히려 그런 모멸을 기쁘고 즐겁게, 더 나아가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이미 내 아이들은, 이제 겨우 중·고생인 그 어린아이들조차 아빠가 홍위병으로 불리는 현상을 아주 재미있어 한답니다. 중국 문화혁명 당시의 홍위병의 실체와 본질을 명확히 알려고 한 아이들입니다. 그 말이 한국 수구 세력에 의해 멋대로 사용되는 왜곡 현상과 가치 전도, 난센스의 전모를 그 어린아이들도 꽤 너르게 파악하고 있는 거지요.

 

 우리는 젊은 사람들을 무시해서는 안됩니다. 어린것들이라는, 철없는 것들이라는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됩니다. 그들은 앞으로 이 나라를 떠메고 이끌어갈 사람들입니다. 세상을 변화시켜 가고 있는 주체들입니다.

 

 나이 먹은 사람들은 젊은이들을 향해 너희들이 뭘 알아? 하지말고 배울 건 배워야 합니다. 우리의 역사는 늘 젊은이들에 의해서 발전되어 왔음을 상기해야 합니다. 나이 먹어 갈수록 새로운 가치관에 눈을 뜨고 진지하게 성찰을 해보려는 자세, 그 겸허함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미덕일 것입니다.

 

 4월 15일, 제17대 국회위원 총선 때 중국 북경에서 살고 있는 이윤석 형제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잠시 귀국할 계획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투표 후에 다시 한번 태안에 와서 백화산을 꼭 한번 함께 오르기로 했습니다.

 

 그때 홍위병 동지들이 함께 왔으면 싶습니다. 홍위병으로 지칭된 다섯 명 외로도 이 게시판 안에 수두룩한 많은 홍위병들과 홍위병 ’부류’들이 최대한 모였으면 싶습니다. 신문교 바오로 형제님도….

 

 만발한 진달래가 사람을 환장하게 만드는 백화산에서 사면 팔방의 그림 같은 풍광을 보며 하느님을 느끼고, 그 축복의 시간 속에서 모두 함께 막걸리 잔을 부딪쳤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막걸리는 제가 얼마든지 준비해놓을 수 있으니까요. 그때는 나도 막걸리 한 대접 벌컥벌컥 목구멍 꽉 차게 마실 수 있을 것 같고….

 

 처음에는 그저 신문교 바오로 형제님께 고맙다는 말과 함께 간단히 안부 인사나 적으려고 했는데 절로 글이 길어지고 말았습니다.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좀더 충실한 애국심과 정의감, 하느님 신앙을 잘 합일시키는 생활을 잘 이어가시기를 빕니다.

 

 주님 안에 평화 *^^*

 

 

 (040322)

 충남 태안읍 샘골에서 지요하 막시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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