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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머리로 아이들에게 가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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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안 [baetnom] 쪽지 캡슐

2004-04-16 ㅣ No.65659

"빈 머리로 아이들에게 가지마라."

지금은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서 일하고 계시는 도요한 신부님께서

신학교를 준비하는 지원자 형제들에게 자주 하시던 말씀이다.

신학교의 공부는 사실 무지 어렵다.

신학교를 입학했느니 이지 신부가 되는것은 시간 문제라고 처음에는 생각했다.

그러나 신학교를 졸업하고 사제가 된다는것은 산너머 산이요, 강너머 바다였다.

그전까지 했던 공부는 조족지혈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역시 신학교의 초년생들에게 가장 큰 벽은 언어이다.

라틴어라는 지리산을 넘으면, 희랍어라는 에베레스트가 나타단다.

산을 넘었다. 싶으면 히브리어라는 태평양을 만났다.

 

다행히 우리 수도회에서는 지원자들은 신학교가 개강하기 3개월 전부터

서울 대림동 수도원에 모여 겨울학교라는 시간을 갖는다.

이 시기에 우리 수도회에 대한 공부와 전례, 신학교에서 배울 언어와

젊은이들과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어 개강을 하고 한달이 지나면

예습했던 범위를 넘어서 진도가 나아가게 된다.

이때부터 언어시간은 지옥이나 다름없다.

머리가 어느정도 있는 사람이나 생전 듣도 보다 못한 사람이나

언어를 공부하는 것이지,

오로지 한글만이 최고의 글이며, 세종대왕을 최고로 위대한 분으로

아는 나에게는 언어수업은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한마리 어린 양의

마음이었다.

수업시간에 매번 교수 신부님은 한 사람씩 불러서 읽기를 시키셨다.

그 시간에 걸리지 않고 넘어가면 그 시간을 감사하였다.

 

그러나 젊은이들에게 절대로 빈머리로 갈 수는 없었다.

시험이라는 단두대가 매 학기마다 두번씩 기다리고 있었다.

시험을 망치면 학점이 안나오고, 학점이 안나오면, 신학교를 떠나야 하고,

신학교를 떠나면 수도원을 나가야 하는것이 현실이었다.

수도원이 내 삶의 전부였기에....

젊은이들을 위해서 사는것이 행복일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난 공부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주어 동사 단어의 뜻도 잘 모르는 나에게 신학교의 언어를 통과하는것은

거의 불가능하였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것은 책을 모두 외우는 것이었다.

도화지와 명암지를 이용하여 그 안에 오직 한 문장만을 적었다.

그렇게 만들어서 차속이나, 화장실이나, 어디서나 시간만 나면

외우는 것이었다.

첫 글자만 나오면 바로 해석이 가능하도록 무조건 외웠다.

결국 난 라틴어와 희랍어 책 4권을 모두 외웠다.

히브리어는 글자의 특성상 완벽하게 외울 수는 없었다.

지금은 기억도 안나지만...

그렇게 해서 난 신학교에서 언어를 마쳤다.

 

"빈멀리로 아이들에게 가지마라"

이말로 난 살레시오회에 남기위해

내가 생각하기에도 무지막지한 일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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