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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배봉균님의 <아쿠장과 살쿠지 다리>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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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요하 [jiyoha] 쪽지 캡슐

2004-05-17 ㅣ No.67030

 

배봉균 선생님의 글을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상당히 공부도 됩니다.

많은 글을 복사해서 내 한글문서 안에 저장해 놓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런저런 일에 참고를 할 수도 있겠기에….

 

이번 <아쿠장과 살크지 다리>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많은 것을 알 수 있어서 고마운 마음도 컸습니다.

 

그런데 한명회(韓明澮) 이야기 부분에서 제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습니다.

제 머리에 떠오르는 얘기가 배봉균 선생님의 글에는 없기에 한번 소개를 하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제 기억을 재생시켜 주신 배봉균 선생님께 감사 드리며, 한명회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 보태 드리겠습니다.    

 

****

 수양대군이 왕위를 찬탈하는 데에 가장 큰 힘이 되어 주었던 한명회는 그 후 일등공신으로 현달하여 부귀영화를 물리도록 누린 뒤 한강 가에 정자를 지어 압구정((鴨鷗亭)이라 이름하고 늙마의 여유를 즐겼지요.

 

 70년대 현대아파트 분양 부정 사건으로 온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동네 ’압구정동’도 한명회의 그 정자 이름에서 유래한 지명이고….

 

 압구정을 중심으로 한강의 뱃길을 오르내리며 한유를 즐기던 한명회는, 마포나루 아래 서강에 이르자 제 흥에 겨워 강가의 정자에 시를 한 수 지어 붙이니 그 내용은 이러하였지요.

 

 靑春扶社稷

 白首臥江湖

 젊어서는 사직을 붙들었고

 늙어지니 강호에 누웠도다

 

 그 후 당대 제일의 저항시인 매월당 김시습(梅月堂 金時習)이 정처 없이 강가를 헤매다가 우연히 그 정자에서 한명회의 시를 보았지요.

 

 매월당은 구역질이 치밀어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매월당은 그 자리에서 붓을 들어 불들부(扶)자를 망할망(亡)자로, 누울와(臥)자를 더러울오(汚)자로 고쳐주고 침을 뱉으며 돌아섰습니다.

 

 그렇게 한명회의 시를 매월당이 두 자를 고쳐놓으니 이런 시가 되었습니다.

 

 靑春亡社稷

 白首汚江湖

 젊어서는 사직을 망쳐놨고

 늙어지니 강호를 더럽힌다

****

 

 이것이 어찌 옛시인의 비판이기만 할까요.

 

 저는 글을 짓고 세상을 살아가면서, 내 비록 큰 문재(文才)는 아니더라도 내 삶의 강을 더럽히는 글은 결코 쓰지 않으려는 뜻을 되새길 때마다 이 일화를 떠올리곤 합니다.

 

 또 한번 기억을 재생시켜 주신 배봉균 선생님께 거듭 감사 드립니다.

 

 

 (040517)

 충남 태안읍 샘골에서 지요하 막시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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