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8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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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아들을 오늘 군대에 보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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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stefanokim] 쪽지 캡슐

2004-05-18 ㅣ No.67070

 

벌써 백일을 맞아 피터팬과 나탈리아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찬수의 의젓한 모습과

오늘 오후 2시에 군대로 떠나보낸 내 아들 그레고리오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가만히 생각해봅니다.

 

어렸을 적엔 그 복스럽게 잘 생긴 얼굴로 주변 엄마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는 여학생들이 줄줄이 따라 다닌다는 입소문이 떠돌았습니다.

그런 소문이 들려올 때마다 아비의 가슴은 철렁 가라앉았습니다. 얘가 장차 어찌 될꼬!

 

오늘 빡빡 깎은 머리를 한 그 애가 나라의 부름을 받고 306보충대에 입소하였습니다.

덥다고 반 팔 티셔츠 한 장만을 걸치고 집을 나선 그 애를 두고 오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요즘 날씨가 유난히 변덕스러운데 오늘 밤 기온이 뚝 떨어져 감기라도 들면 어쩌나!    

제 어미가 좀 따뜻하게 입으라고 잔소리를 했건만 들은 척 만 척 하던 그 놈이 한편으론 야속하고 한편으로는 부모마음을 그렇게도 몰라주나 싶어 괘씸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아들의 마지막 인사가 아직 눈에 선합니다. 전국 여러 곳에서 몰려 든 1,800여 장정들과

송별나온 그 부모들, 남녀 친구들이 연병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아버지 어머니 앞에 큰 절을 올리던 대견한 모습이... 주위의 어느 장정도 그런 인사를 올리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 다. 내 아들이 언제 이처럼 의젓해졌단 말인가?  늘 미덥지 않아 걱정뿐이었 는데...  

  

그런데 여자친구는 하나도 보이지 않고, 아들의 중학교시절 단짝 친구 셋이 부대앞까지 환송나와 주었더군요. 대학생들인데 수업도 희생해 가면서 이렇게 와 주다니. 고마운 친구들!

 

제가 물었습니다.

 

"너희들 시내에서 벌써 여러차례 송별식을 했을텐데 수업까지 빼먹으며 이렇게 멀리까지 올 필요가 있겠니?"

 

한 친구가 대답하였습니다.

 

"민형이가 외로울거잖아요"

 

"나는 홀로 입영하였었는데..."

 

27년전 내가 입영하던 기억을 떠올리며 나도 모르게 새어나온 말이었습니다.

아들이 독서는 멀리한채 그 친구들과 마냥 어울려 다니며 논다고 원망하던 때가 엊그제 일처럼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의리있는 친구들을 둔 아들이 정말 외롭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상 늘 외로운 사람은 내가 아니었을까 하는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나는 왜 오늘 휴가까지 내어 가면서 다 큰 녀석을 군부대까지 데리고 갔을까?

그 녀석의 초·중·고·대학 입학식이나 졸업식에는 한 번도 참석하지 못했는데...

 

그건 너무나 갑작스레 당하는 충격이 그만큼 컷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어느 날 갑자기

군대에 간다고 선언해 버리다니... 주말마다 집에 올 수 있다는 카투사가 있고, 육군보다는 복무하기가 수월하다는 공군도 있고, 같은 육군이라 해도 여러가지 특기병제도도 있다고 하던데 야전군으로 입대하다니... 육군사병 생활을 경험한 아비로서는 무엇하나 도움이 되어 주지 못한 데 대한 안타까움과 섭섭함, 그리고 고생을 감내해야 할 녀석의 애처로운 처지에 대한 동정심이 나로 하여금 다 큰 놈을 승용차에 태워 나르게 했나 봅니다.     

 

아내와 단 둘이 저녁상을 앞에 두니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딸 아이는 아직 학교에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어두컴컴한 아들의 빈 방을 바라보니 비로소 그 애를 군대에 보냈다는 것이 실감났습니다.

사랑하는 딸을 시집보낼 때의 심정이 이러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 봅니다.  

 

거실 장식탁자에 놓인 붉은 카네이션 꽃바구니가 오늘은 외롭게 보입니다.

아들 녀석이 지난 어버이날 제 어미에게 바친 선물이었습니다. 근래에 처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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