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3일 (금)
(녹) 연중 제29주간 금요일 너희는 땅과 하늘의 징조는 풀이할 줄 알면서 이 시대는 어찌하여 풀이할 줄 모르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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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 행차 길에 오르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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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요하 [jiyoha] 쪽지 캡슐

2004-05-30 ㅣ No.67472

 

*이 글은 제가 오늘 새벽에 피붙이 겨레붙이 인연붙이 등 20여 명에게 보낸 ’가족공동체 메일’ 입니다.

 

 참고로 재미있게 보실 분들도 계실 것 같아 여기에 올려봅니다.

 저는 지금 천안에 머물고 있습니다. 딸아이의 원룸에서 자고 내일 새벽에 태안으로 돌아갑니다.

 

 *(6일 주일을 기대합니다.)

 

 

 

                           안성 행차 길에 오르기 전에  

 

 

 

†. 사랑·평화 (오소서, 성령님. 새로 나게 하소서)

 

 

 오늘은 ’성령강림대축일’일세. 성령에 의해 사도들이 복음을 전파하기 시작한 날, 즉 예수님께서 세우신 그리스도교회가 성령에 의해 활동을 시작한 날일세.

 

 나와 새롬엄마는 오늘 아침미사를 지내네. 4대 축일 중의 하나인 성령강림대축일에 교중미사가 아닌 아침미사에 참례해보기는 처음일세.  

 

 어제 저녁 특전미사부터 오늘 저녁미사까지 우리 본당에서는 ’주교회의 사회복지담당’ 황용연 신부님이 오셔서 미사를 지내시네. 만주 연변지역에 30만 평의 땅을 빌려서 해마다 감자농사를 지어 북한 동포들을 돕는 일을 몇 년 전부터 해오고 계시는데,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으신 것 같네. 신자들에게 그런 사업의 의의와 어려운 실상을 설명하시고 도움을 요청하시는 것 같네.

 

 나는 몇 년 전 여름에 <대전가톨릭문우회> 행사 관계로 가족과 함께 금산 적벽강에 갔을 때 황 신부님을 처음 뵈었네. 즐겁게 술자리를 함께 한 적이 있지. 교구 사회복지국에서 발행하는 <나눔의 샘>이라는 월간 간행물에 내가 2년 동안 무료 원고를 드려서 신부님이 무척 고마워하신다는 말씀도 들었고….

 

 원래는 천안에서 오늘 저녁미사에 참례할 생각이었으나 황용연 신부님이 오신다는 말을 듣고 한번 뵙기만이라도 해야 도리가 될 것 같아서 오늘 아침미사에 참여하고 먼길 나들이를 하려는 것일세.        

 

 미사를 지내고 7시쯤 출발해서 천안 새롬이 원룸 앞에다 차를 놓고, 10시에 복자여고 앞에서 고만기 교수님과 만나 고 교수님 차로 안성으로 갖기로 했네. 내가 주례를 할 장대영 박미명씨의 결혼식은 안성 궁전웨딩홀이라는 곳에서 12시에 열리네.

 

 결혼식 후 천안으로 돌아와서 어제 학교 종교부 행사로 일행 12명과 함께 광주 살레시오수도원에 간 새롬이가 오후 서너 시쯤 돌아온다고 하니 함께 주일 오후 시간을 보내고 우리 부부는 내일 새벽에 돌아올 예정일세.

 

 오늘 내 주례로 결혼식을 올리는 장대영 박미명 두 사람을 위해서 어제 오전에 ’축복 기도시’를 하나 지었네. 오늘 주례사를 할 때 낭독할 시이네. 이 시는 다음 번 메일에 소개하겠네.

 

 어제 낮에는 초등학교 동창 친구 여혼 피로연에 참석해서 수많은 동창들과 만나서 잠시나마 함께 어울렸네. 나이가 점점 늘어가면서 초등학교 동창 친구들과 만나는 일이 더욱 반갑고 즐거워지는 것 같네.

 

 오후에는 가족 모두 덕산온천에 가서 목욕을 했네. 10년하고도 수년을 이어오고 있는 덕산온천 가족 목욕 행사에 우리 딸이 빠지는 것이 또 아쉽고 서운했네. 앞으로는 아들녀석도 빠지게 되고, 종래에는 우리 부부만 남게 되겠지만…. 그때는 얼마나 허전하고 지난날이 그리울 것인지…. 생각하면 지레 눈물이 나올 것만 같네.

 

 요즘은 서산 해미간 4차선 큰 도로를 버리고 2차선 도로를 이용하네. 몇 년이 지나면서 그 도로에 대한 그리움 같은 것이 문득 작용한 탓일세. 옛날 그 도로를 이용할 때는 귀밀리 ’범죄 없는 마을’을 지나는 것도 즐거웠고, 마을 어귀 다리를 통과할 때는 재미있는 일이 있었네. 다리 못미처 낮은 둔덕 길에 적당한 굴곡이 있어서 그 지점을 좀 빠른 속도로 통과할 때는 차가 한 순간 붕 떠오르곤 했지. 그때마다 그게 그렇게 재미있는지 우리 두 아이가 깔깔깔 웃곤 했지. 아이들의 그 웃음소리 때문에 나는 일부러 속력을 더 내서 그 지점을 통과하곤 했고…. 아이들 웃음 때문에 어른들도 한바탕 웃게 되고…. 정말 재미있었네.

 

 그런데 어느덧 아이들이 훌쩍 커서 고등학생 중학생이 된 데다가, 이제는 그 길의 그 지점도 달라져 버렸더군. 그 굴곡에 아스콘을 덧입혀서 전혀 차가 솟는 현상이 없더군. 그게 좀 아쉽지만 그래도 옛날 우리 아이들의 깔깔거리는 웃음을 떠올리며 그 지점을 통과하는 것이 무척 즐거운 기분을 갖게 하는 것 같네. 10여 년 동안 ’범죄 없는 마을’이라는 정부 수여 간판을 계속 내걸었던 해미면 귀밀리의 그 전통이 어느덧 중단된 것도 아쉽기는 하지만…. 신호등도 중간에 단 하나만 있는 한적한 이 2차선 길을 앞으로 계속 이용할 생각일세. 새롬엄마도 그 길을 좋아해 주니….

 

 돌아오는 길에 해미성지에 들러 물긷는 공사를 했네. 오늘 천안에 가면서 다시 물긷는 일을 하지 않으려고, 천안에 가지고 갈 물(새롬이 원룸과 주인댁에 드릴 물)도 미리 길었네.

 

 그런데 사제관과 수녀원과 사무실에 물을 드리려고 성당에 갔을 때 최 스텔라 수녀님이 반색을 하시면서 특전미사 주송 봉사를 부탁하시더군. 미사 시작 20분 전인데도 주송 봉사자가 오지도 않고 연락도 되지 않는다고…. 나는 상황이 좋지 않고, 올해부터는 전례위원도 아니고 해서, 또 오는 길에 가까이에 사는 여성 봉사자가 집에 가는 것도 보았고 해서 거절을 했네. 수녀님의 부탁을 거절해 보기는 난생 처음이어서 영 마음이 편치 않네. 오늘 아침미사에 가서 수녀님께 어제 죄송했다는 말씀이라도 드려야 할 것 같네.  

 

 엊그제(28, 금요일)에는 두 가지 특기할 만한 일이 있었네. 하나는 사촌 둘째 형님 댁을 찾은 일과 어머니의 여권 기간을 연장한 일.

 

 오전에 구미식육점에서 소족 하나와 쇠고기 2근을 사 가지고 주공아파트 형님 댁을 갔네. 지난 23일 고희연 행사 때 준비해 간 축의금(20만원)을 아무도 받지 않아서 29일 진짜 생신을 하루 앞두고 8만6천원을 들여 소족과 쇠고기를 사다 드린 것일세.

 

 내가 웹상에 발표한 <조카님의 고희연에 참석하신 내 선친>이라는 글과 지난 24일에 내 피붙이 겨레붙이 인연붙이들에게 보낸 메일을 프린트하고, 내 글이 실린 <원자력문화> 5월호와 <성모기사> 6월호를 한 권씩, 그리고 고희연의 모습을 담은 사진 20여 장도 함께 갖다 드렸네.

 

 형님과 형수님이 어찌나 고마워하고 기뻐하시는지…. 둘째 형님과 형수님도 셋째 형님 내외분처럼 천주교 신앙을 가지시게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하며 한참 얘기를 나누고 돌아왔네.

 

 그리고 군청으로 가서 어머니의 여권 기간을 연장하는 일을 했네. 두 가지 서글픈 마음이 있었네.

 

 그 일을 하기 위에 27일 어머니를 모시고 사진관에 가서 다시 사진을 찍었는데, 현상된 그 사진이 너무도 정직하게 팔순 넘은 노인의 모습을 담고 있더군. 건강한 듯 보이면서도 너무도 확실한 고스라진 노인의 모습에 한 순간 가슴이 아릿해지는 통증 같은 것을 느꼈네.

 

 어머니의 여권을 처음 취득한 때는 지난 1998년 가을. 나 혼자 문인 명색 덕에 마카오로 호주로 돌아다니는 것이 죄스러워서 그 해 가족 모두의 여권을 만들었지. 그 후 나와 한결이는 필리핀에도 갔다오고, 또 어머니를 제외한 가족 모두 지난해 여름 백두산에도 갔다오고 했건만 아직 어머니는 한 번도 외국 나들이를 해보시지를 못했네. 고작 1999년 2월 새롬엄마 봄방학 때 제주도 구경을 시켜드린 일밖에는 없고….

 

 일단은 심하게 언걸 먹은 험난했던 세월 탓이기도 하지만, 그게 다 내 무능과 불효를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니 어머니께 늘 죄스러운 마음이 여간 아니었네.

 

 그래서 올 여름방학 때 중국을 한번 모시고 갈 생각이네. 국가보훈처 지원으로 국가유공자 가족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중국 북경과 만리장성을 구경할 수 있는 3박 4일 정도의 상품이 있는데, 어머니를 모시고 가족 여행을 해보려는 것이네. 경비 마련은 매월 해가고 있고….

 

 그 무렵에 어머니의  건강 상태는 어떠실지, 여행사에서 곤란해하지는 않을지 염려가 없지는 않지만, 그때를 대비해서 일단 어머니의 여권 기간 연장 신청을 한 것일세.

 

 요즘 이런저런 일로 지출이 많아서 새롬엄마 통장은 0이 기록되었네. 27일 BC카드회사(농협)에서 잔액 60여 만원을 몽땅 가져가 버렸는데, 그래도 결제가 다 안된 모양일세. 20여 만원을 덜 가져간 듯. 그랬다고 글쎄 그 날로 카드 사용이 중지되어 버렸네. 어제 덕산온천에 가서 카드를 내밀었다가 무안한 꼴을 당했네. ’충남교육사랑카드’라는 이름의 새롬엄마 교원용 카드인 데도 그렇게 카드 사용 중지 조치가 칼날 같아서 너무 야박한 느낌이었네.

 

 내 통장을 넣어보니 다행히 <원자력문화> 고료가 와 있더군. 그런데 놀랍게도 14매 원고료가 285,800원. 정말 깜짝 놀랐네. 나는 고료가 장당 1만5천원인 줄 알았는데, 2만원도 넘는다는 계산이었네. 장당 2만원 고료를 받아보기는 정말 이번이 처음이었네.

 

 <원자력문화> 편집부가 나에게서 좋은 인상을 받은 것 같은데, 앞으로 종종 청탁을 해주었으면 싶네.

 

 그 돈을 찾아서 우선 어제 성당에 물통을 찾으러 갔을 때 교무금 이 달치 10만원과 성전건립기금 5만원, 성소후원회비 1만원, 사회복지기금 1만원을 해결했네. 하느님께 바치는 돈은 매월 1일 아니면, 새롬엄마 월급날 바치곤 했는데, 이번 달도 돈을 찾아 교무금 통장 안에 넣어두고도 열흘이 넘도록 깜빡 잊었고, 또 우선 다른 급한 일에 쓰는 등의 불상사가 있었네. 하느님께 죄송한 마음 크네.

 

 그나저나 6월 1일 새롬이 원룸 월세금과 학교 적금과 용돈 합 45만원을 보내려면 <충남예술>에서 고료가 와야 할 텐데….

 

 새벽에 꽤 일찍 일어났는데도, 금세 날이 밝았네. 잠시 밖에 나가 동네의 가로등 방범등들을 끄고 들어와서 이 편지를 전송하고, 그리고 곧 성당에 가야 할 시간이네.

 이만 줄이네.

 

 

 (040530)

 충남 태안읍 샘골에서 지요하 막시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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