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3일 (금)
(녹) 연중 제29주간 금요일 너희는 땅과 하늘의 징조는 풀이할 줄 알면서 이 시대는 어찌하여 풀이할 줄 모르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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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불짜리 생일 수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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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미숙 [shwang] 쪽지 캡슐

2004-05-31 ㅣ No.67497

       

     

       

            1950년대, 은행들은 고객 아닌 사람들을 유치하기 위한 수단으로 개인용 수표를 만들어 홍보용으로 발송했다. 당시 여덟 살이던 나는 글자를 쓰고 읽게 된 것을 자랑하고 싶어 부모님께 내 수표를 만들어 달라고 졸라댔다.

       

      우리 가족들은 특별한 기념일이면 부모님과 형제, 친구들로부터 주로 선물을 받았으나 그 외 친척들로부터는 현금이 든 카드를 받곤 했다. 카드 속에 들어있는 1불, 5불, 10불 또는 20불짜리 빳빳한 지폐는 사랑한다는 표시이기도 했다. 그래서 은행에서 홍보용으로 보낸 그 수표를 사용해 나도 누군가에게 사랑을 표시하고 싶었다. 내가 직접 만든 카드에 온통 화려한 색으로 시를 써서 가짜 수표와 함께 선물로 보냈다. 받는 이에 대한 내 애정을 표현하는 금액을 써서 주었는데 오빠들에게는 주로 1불을 주고 부모님께는 수천 불, 내가 제일 좋아한 하워드 삼촌에게는 백만불짜리 수표를 선물했다.

       

      1958년 7월 어느 주일 저녁, 하워드 삼촌의 생일 파티가 있었다. 삼촌은 내가 만든 카드를 열어 그 안의 글을 읽고 동봉한 수표를 한참 동안 들여다보았다. 그리고는 식탁 건너편에 앉아 있던 나에게 웃으면서 고맙다고 말했다. 그런 후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수표를 집어 넣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 수표를 쓸 일이 있을 때까지 지갑에 넣어 둘께."

       

      35년이 지난 어느 날 아침, 나는 바로 그 식탁에 앉아 여전히 똑같은 미소를 머금고 있는 하워드 삼촌과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한결같은 삼촌의 목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지난 35년 간의 추억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어쩌면 이 순간이 암으로 투병하고 계신 삼촌과 이런 얘기를 나누는 것도 마지막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방사능 화학 요법은 효과가 없었고 삼촌의 몸에 암은 계속 퍼지고 있었다. 방사능 치료를 받으며 생긴 구토 증세가 사라져 삼촌은 식사도 다시 할 수 있었고 줄었던 몸무게도 조금 회복되었다. 그 곳에 앉아 옛 추억을 나누면서 앞으로도 이렇게 즐거운 방문이 계속 되리라고 자신을 다독였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이번이 삼촌과의 마지막 작별 인사가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커피 잔을 내려놓으며 삼촌이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다. 지갑을 열고, 접혀진 푸른색의 낡은 종이 한 장을 꺼내며 삼촌이 내게 물었다. "이 수표 기억 나지?" 내가 삼촌의 생일날 선물한 백만불 짜리 수표였다. 삼촌은 지난 35년 동안 지갑이 여러 번 바뀌었는데도 그 수표를 버리지 않고 간직하고 있었다.

       

      "삼촌, 아직도 은행에서 현금으로 바꾸지 않으셨어요?" 내가 농담을 했다. "아직 쓸 일이 없었거든. 앞으로 필요할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 조금만 더 갖고 있을 생각이다." 그 수표를 다시 지갑에 넣으며 삼촌이 말씀하셨다.

       

      그날 오후 나는 삼촌과 작별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고 그로부터 나흘 뒤 삼촌은 돌아가셨다.

       

      장례식이 끝난 얼마 후 퇴근해서 집에 와 보니 식탁 위에 소포가 하나 와 있었다. 포장을 보니 발신인 주소가 숙모님 댁이었다. 소포를 열자 작은 상자가 나오고 삼촌의 필체로 쓰인 편지가 있었다.

       

      "이제 내게는 필요없는 이 수표를 네게 돌려주마. 사랑한다. 하워드 삼촌으로부터."

       

      삼촌은 그 수표를 액자에 넣어 마지막 선물로 다시 내게 주신 것이었다. 일생 동안 백만불보다 훨씬 더 큰 사랑을 베풀어 주신 하워드 삼촌에게 감사를 드린다.

       

      < 사랑하는 가족에게 읽어 주고 싶은 이야기 중에서 >

       

              저도 제 어린 조카들이 제 생일 날과 성탄 절에 보내 준 편지와 카드들을 보관하고 있답니다. 크레파스와 색 연필등으로 비뚤 비뚤 크고 적은 글씨들과 추상적인(?) 그림들로 가득 채워진 낙서 카드(?)를 받을 때마다 백만 불 아니 그 이상의 선물을 받은 듯 기뻤었던 기억들이 있습니다. 이 글을 읽으며 저 역시 제 삶속에서 제게 백만불 이상의 사랑과 친절을 베풀어 주신 주님과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리고 싶습니다. 은혜롭고 평화 가득한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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