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격려 국민대회서 쏟아진 말
적색 쿠데타가 진행되고 있다.
최소한, 23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국군격려 국민대회’에 참석한 1천여명의 인식은 그랬다.
이들은 대형 트럭에 무대를 설치했다. 무대 위에는 “국민은 국군보호 국군은 국민보호”라는 대형 펼침막이 걸렸다. 펼침막에는 또 “우리는 국군장병 여러분을 믿습니다”라고도 작게 쓰였다. 행사의 주최는 ‘반핵반김국권수호국민협의회’. 펼침막 아래 60~80대의 참가자들은 더러 군복을 입었고, 때로 대형 태극기를 흔들었다. 이들은 행사 줄곧 “옳소”, “맞습니다”를 외쳤다.
무대에는 군복을 입은 서정갑 대령연합회 회장이 먼저 올랐다.
“지금 총성없는 적색 쿠데타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국군을 무력화시키는 쿠데타가 조직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의 발언은 길었고, 박수는 자주자주 터져나왔다.
서 회장에 이어, 전 서울시장인 <미래한국> 김상철 사장이 발언에 나섰다.
“간첩활동을 하고 빨치산 활동을 한 사람을 민주화운동자라고 말하는 의문사위는 반드시 해체되어야 합니다”
“한총련·전대협, 이들을 조직하고 북한과 연계된 활동을 하면서 연락총책으로 있던 그들을, 의문사위는 채용해서 우리의 4성 장군을 심문하고 기무사 사령관에게 다섯번이나 소환장을 보냈습니다”
“우리 국군의 위상을 훼손시키고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훼손한 의문사위는 반드시 해체되어야 합니다”
무대 아래에 앉아 있던 참가자들은 다시 외쳤다. “옳소”.
월남전에 참전했다는 김용배(56)씨는 대형 태극기를 흔들었다. 그는 “조중동이 무너지면 대한민국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누군가 외쳤다. “노무현 하야하라고 하세요. 국민의 적입니다.”
이번에는 ‘대한민국안보와 경제살리기 국민운동본부장’ 김한길 목사의 발언 차례였다.
“좌익·친북세력들은 이미 무너진 공산주의를 이 나라에서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 마수의 배후에 김정일이 있습니다. 이들과 연계해서 이 나라를 적화시키려는 세력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유 대한민국을 무너뜨리려는 세력은 반드시 꺾어놓아야 합니다”
“반드시 심판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의문사위는 반드시 해체되어야 합니다”
다시 박수가 터져나왔다. 참가자들은 더러 “적색 쿠데타, 국군은 분쇄하라”는 피켓을 들고 있었다. 그 옆에는 송두율 교수의 얼굴사진에 크게 ‘X’표를 한 피켓을 들고 있는 참가자도 있었다. 소령으로 예편했다는 윤오중(64)씨는 “우리나라가 위태롭다. 개혁을 한답시고 나라가 헷갈리고 근본이 무너지고 있다. 국군이 매도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만원 시스템클럽 대표도 단상에 올랐다.
“…마지막 발악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겼습니다. 앞으로 주눅들지 말고 눈여겨본 빨갱이에 침을 뱉고 따귀를 때려주십시오”
“김정일은 인간이 아니라 밀로세비치보다도 못한 백정입니다. 백정을 가만두면 안됩니다”
“김정일의 목숨은 3개월 밖에 버티기 힘듭니다. 김정일이 죽으면 남한의 좌익세력들은 뿌리없는 나무가 되어 자연스럽게 고사합니다”
지씨는 구호를 함께 외치기를 제안했다.
“김정일의 목숨은 3개월이다”
지씨가 목청을 높이는 동안, 무대 옆에서는 ‘월간조선’을 팔고 있었다. 수북히 쌓여있던 책은 끊이지 않고 팔려나갔다. 월간조선 조갑제 편집국장도 행사를 지켜봤다.
지씨의 발언 뒤,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사람들’ 봉태영 대표가 목소리를 높였다.
“친북비호 盧는 각성하라”는 피켓을 든 참석자가 귀를 기울여 들었다.
“의문사위는 남파간첩, 빨치산까지 민주인사로 만드는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이 정권은 엽기적인 정권입니다.”
“어떻게 의문사위를 규탄하는 것이 색깔론이란 말입니까?”
“북한을 규탄하면 수구로 몰리고, 단 한마디도 못하는 사람들은 진보로 여겨지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자유민주주의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지만, 믿고 의지할 데가 없습니다”
“친북좌익세력 척결을 위해 두 주먹 불끈쥐고 일어섭시다”
봉씨는 “친북세력 박멸하라”고 외치고, 무대를 내려왔다.
이어 민병돈 전 육사교장이 올랐다. 무대 위에 놓은 모금함에는 1~5만원씩 성금을 내는 발길이 이어졌다.
“김정일 일당과 남한 내부의 좌익들이, 그들이 하려고 하는 통일의 걸림돌이 국군이라고 보고 있는 것입니다. 좌편향, 친북적인 세력이 국군을 미워하는 이유 입니다”
“국군은 외교관이 아닙니다. 북이 NLL을 넘어오는데 ‘쏠까말까’ 물어봅니까? 까부셔야 합니다”
“국군이 김정일의 기쁨조야?”
“국군은 국민과 함께 앉아서 보고만 있지 않을 것입니다.”
참가자들은 다시 “맞습니다”라고 외쳤다. 또 누군가 외쳤다. “다시 탄핵해”라고.
박세직 전 국회의원도 박수를 받으며 무대에 올랐다. 박씨는 “대한민국 국군 만세!” 3창을 제안했다. 참석자들도 소리높여 외쳤다. “대한민국 국군 만세!”
탈북자도 마이크를 잡을 기회가 왔다. 지난 99년 남한으로 넘어온 탈북자 김성민씨가 나섰다. 무대 아래서 “환영합니다”라며 박수가 터졌다.
“북한에서 듣던 ‘미국놈 내쫓아라’, ‘우리민족끼리 통일하자’는 똑같은 말을 광화문에서 듣고 혼란스럽습니다”
“김일성 이기고 이 나라를 지켜온 노병들에게 감사하기 위해 나왔습니다”
“나는 대한민국을 사랑합니다”
발언자는 주로 50대 이상이었지만, 20대도 있었다. 인터넷에서 ‘무한전진’이라는 카페를 운영하는 20대의 박창규씨도 소리쳤다.
“송두율이 집행유예를 받았습니다. 말이 되는 상황입니까?”
신혜식 인터넷 <독립신문> 대표도 드디어 마이크를 잡았다.
“(청와대를 가리키는 듯) 저 파란 지붕이 빨간지붕이 되지 않게 막아야 합니다”
멀리 강원도 고성에서 온 박길복씨도 무대 가운데 섰다.
“대한민국 국군의 편에 설 것인가? 악마 김정일의 편에 설 것인가?”
“청와대를 미사일로 폭파시키면 살 수 있습니다”
“국군에게 김일성 동상과 주석궁을 폭파하도록 명령해야 합니다”
“김대중을 척결하고 노무현은 작살내지 않으면 편안하게 잘 수가 없습니다”
A4 용지만한 미국 성조기를 흔들던 사람은 이번에도 박수를 쳤다. 박수를 치던 권윤희(69)씨는 “송두율이 어떻게 나오나? 빨치산이 장성을 취조할 수 있나? 말이 되나? 노무현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누군가 소리쳤다. “박정희 대통령 1등, 1등이다”.
오후 4시께 행사가 마무리에 접어들었다. 다시 서정갑 대령연합회 회장이 무대에 올랐다.
“민주시민 여러분, 눈물 겹도록 감사합니다”
이어 참가자들은 서씨의 제안대로 군가를 불렀다. 제목은 ‘전우여 잘가라’.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참가자들이 만세를 외치며 행사를 끝냈다.
“자유대한민국 만세!”
“우리 국군 만세!”
글·사진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