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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여권이 한국의 근·현대사에 대한 재평가, 더 구체적으로표현하면 ‘근·현대사 청산작업’에 착수한 모양이다.
노무현대통령이 간첩을 민주투사로 규정했던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저 멀리 친일논쟁에서부터 유신정권, 5·6공 정권 등 근·현대사와 관련해 역사적 쟁점이 됐던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다룰 ‘국가적 사업’을 언급하더니 이에 집권당이‘진실과 화해 그리고 미래위원회’라는 거창한 이름의 기구를 띄우면서 합창했다.
말이 ‘진실과 화해 그리고 미래’이지 그의도가 역시 뻔히 들여다 보인다. 정치권력을 잡으면 국민이 살아온 역사조차 자기네들의 ‘전리품’으로 생각해 이리 저리 꿰맞추고 자르고 붙일 수 있다는 이 오만한 발상이 21세기 대한민국 하늘아래에서 버젓이 집권당의 ‘작품’으로 등장하고 있다.
정당이란 정치권력을 획득하기 위해 모인 집단이라는 것은 기초적인 상식에 가까운데, 그 조직원들이 모여 역사적 쟁점을 정리하고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소도 웃을 노릇이다. 그야말로 정략,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여당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인종차별 정책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고 전 국민을화합의 장으로 이끌었던 ‘진실과 화해위원회’를 벤치마킹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지금 국민이 모를줄 알고 말 장난을 하고 있는가?
한나라당이 대한민국의 국가 정체성과 역사적 정통성에 대해 공세를 취하고 있으니 “그래 해볼테면 해보라”는 식의 발상에서 나온 것 임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정권이 대여섯번 바뀔 정도로 이미 30여년의 역사가 되어버린 ‘유신시절’을 끄집어내 독재권력의 부당성을 외치고 있고, 친일파청산도 양에 차지 않은듯 ‘동학농민혁명군 명예회복법’까지 다루겠다며 전선(戰線)을 넓히고 있다. 역사조차 정권을 잡은 세력의 전유물이라는 착각에 빠져 정치인의 손으로 재조명할 수 있다는, 그 역사 앞에 겸허하지 못한 발상에 놀랄 뿐이다.
정작 일본과의 과거사에 대해서는 ‘묻지 않겠다’고 봐주고, 중국의 고구려사 날조·왜곡에 대해서는 침묵하다가 이제서야 ‘시정요구’ 운운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에서는 이렇게 역사를 다시 들쑤시고 있다. 노골적으로 ‘보복’하겠다고 말하는 것이 더 겁을 주는 효과가 큰 것이지, 이렇게 눈가리고 아웅하듯하면 겁을 먹을 사람도 없다.
경제가 이 모양인데 머리 속이 ‘역사 유희’ 생각으로만 가득차 있는 여권을 보면 나라가 정말 걱정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