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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 연중 제15주간 월요일 나는 평화가 아니라 칼을 주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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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역 기간 동안 소일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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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요한 [johnpark] 쪽지 캡슐

2004-08-10 ㅣ No.69831

+하늘 높은 곳에서는 천주께 찬미
 
박 성현 형제님께서 별일 아닌 일로 3개월 복역을 하고 왔다고
하시어 생각나는 일이 있습니다. 
 
예전에 민주화 하시며 양심수로 복역하시든 분들이 그기간 동안
성서공부를 열심히 하여 영세를 받는다든지
또는 다른 공부를 하여 본인의 학력에 걸맞지 않게 상당한 수준의
지식을 습득하는  경우가 그것입니다.
 
지난 4월경 이곳 사정이 어려울때 예전에 이 게시판에 계시다가 떠난
한 자매님이 이멜을 주셔서 다음카페에 있는 중견 가톨릭 교우들이 모여 있는
한 싸이트에 들려 줄 것을 부탁 받고 답답한 마음도 풀겸
그곳에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이곳에 눈팅을 하며 실제로 글은 (대부분 꼬리글이지만) 그곳에 쓰곤 했습니다.
그곳은 이 자유게시판과는 분위기가 다릅니다.
 
우선 모두 본명이 아닌 필명을 씁니다. 그리고 대부분 정치나 사회 문제보다는
자신의 주변 이야기 생활하는 이야기를 "삶의 내음"이라는 방에 올립니다.
 
그리하여 저는 복역기간동안 스 옛날 민주 투사처럼 특별히 공부 한것은 없지만
"천진암"이라 불리는 그 카페를 다니며 열심히 읽었던... 또 마음에 위로가 되었던
글들이 있어 가끔 소개 해 드릴까 합니다. 
 
어차피 저야 글솜씨가 없는 사람이니까요^^.
 
 
 
경숙이 언니
번호:16103 글쓴이: 네잎클로버 메일메신저 친구 추가무선메시지
조회:87 날짜:2004/07/27 12:05

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우리 동네 시장에서 제일 큰 반찬가게를 하던 시동생 천씨네를 도와주며
혼자 된 엄마와 함께 살던 경숙이 언니는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

동생이 없던 언니는 나를 친동생처럼 예뻐해 주었는데, 동네 아줌마들은

그 집을 천주쟁이라고 불렀다.

 

가끔 그 집에서 밥을 먹을라치면, 모든 식구들이 성호를 긋고 뭐라 중얼중얼 기도를 하는 동안
나는 맛있는 반찬들을 주욱 둘러보며 침을 꼴깍 삼키기에 바빴다.
천주쟁이가 뭔지는 잘 모르지만, 그 집 식구들을 보면 남들과 다른 어떤 단단한 힘이 느껴지곤 했다.

 

시장에서 장사를 하지만, 욕도 하지 않고 사람들과 싸우는 법도 없었고
성이 천씨라 사람들에게 무시를 당하며 살아도 환하게 웃는 그들의 모습에서
어린 나의 눈에도 왠지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어떤 힘이 느껴지곤 했었다.

어느 날, 경숙이 언니는 내 손을 잡고, 동네 골목 안쪽 허름한 어떤 집으로 데리고 갔는데,
거기엔 어떤 젊은 아저씨가 아이들을 모아놓고 노래도 부르고 뭔가를 열심히 가르치고 있었다.
목에 하얀 테를 두른 까만 옷을 입은 아저씨가 하는 말에는 나는 전혀 관심도 없이,
문 쪽에 놓여진 사탕 바구니에만 자꾸 눈길이 가곤 했었다.


 

언니는 주기도문을 외우면 영세를 받을 수 있다면서 날더러 열심히 외우라고 했지만,
뜻도 모른 채 외우는 주기도문은 재미가 하나도 없었다.


몇 주가 지나, 그 아저씨 앞에 불려 나가 주기도문을 외우고 나니
이제 너도 영세를 받을 수 있다며 언니는 나보다 더 좋아하였다.

몇 주 후 일요일 아침, 예쁘게 세수하고 기다리라는 언니 말에
나는 어머니에게 머리를 곱게 두 갈래로 땋아, 빨간색 리본을 달아 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런데, 9시에 데리러 온다던 언니는 10시가 지나고 11시가 지나 오후가 되어도 오지 않았다.
언니 집에 가 볼 생각은 못하고, 언니가 오기만을 기다리던 나는 밤이 되자 언니를 잊어 버렸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동네 아줌마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저런... 불쌍해서 어떻해...
착하고 참 의젓한 아이였는데...

이른 아침, 친척 집에서 집으로 돌아오던 언니는 버스에서 내리다,
서둘러 출발하는 버스에 부딪치며 중심을 잃고 그만 뒷바퀴에 머리를 크게 다치고 말았단다.
의식 없이 중환자실에 있다는 말에도, 어린 나는 그 뜻이 지닌 의미를 알지 못했다.

으응... 언니가 아프구나... 다 나아서 오면, 그날 왜 안 왔느냐고 물어 봐야지...

철이 없던 나는 그렇게 언니와 마지막 인사도 못 나눈 채, 영영 이별을 하고 말았다.

종교에 별다른 관심 없이 살아가던 내가 스무 해 중반을 훌쩍 넘어,
친구들 꽃꽂이 전시회 장식으로 쓰기 위해 신부님 제의를 빌리고자 명동성당을 방문하였다.

 

그리고, 어린 시절 나를 가르쳤던 그 아저씨가 바로 신부님이었고
그곳이 허름한 공소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 잊고 있었던 경숙이 언니는 기억의 저편에서 그리움으로 다시 살아 나와
결국 그 해 겨울 나를 주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나게 만들었다.

나는 경숙이 언니에게 참 많은 빚을 지고 산다.
따뜻한 사랑과 보살핌, 주님에게로의 초대....

 

언니의 작은 씨앗 하나가 나와 친정 어머니를 이끌었고, 친정 식구들 모두와
아버지 형제 가족들을 이끌었고, 친구들과 이웃들과 내가 다니던 회사 빌딩 청소부 아줌마를 주님께 이끌었다.

한 알의 겨자씨가 땅에 떨어져 이토록 수많은 열매를 맺게 될 줄을 경숙이 언니도 알고 있었을까...

언니야... 니, 그거 아나?
언니는 죽은 게 아니라 향기로운 꽃으로 활짝 피어 난기라....

사랑한다, 언니야... 그리고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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