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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라라 자매님들께 축복을 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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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요하 [jiyoha] 쪽지 캡슐

2004-08-11 ㅣ No.69850

 

                                               글라라 자매님들께 축복을 드리며




오늘(8월 11일)은 글라라 성녀 축일입니다. '글라라'라는 세례명을 가진 자매님들의 영명축일이지요.

글라라 성녀님을 주보(수호) 성인으로 모시고 있는 자매님들이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게시판 가족 자매님들 중에도….

우선 오늘 영명축일을 맞으신 박난서 안은정 자매님을 비롯한 모든 글라라 자매님들께 축하 인사를 드립니다.

오늘은 제 아내의 영명축일이기도 합니다. 개신교(감리교) 신자였던 제 아내가 저와 결혼하기 위해 1986년 12월 어느 날 우리 태안 성당 사제관에서 특별히 혼자 영세를 받을 때 주보 성인으로 글라라 성녀를 택한 데에는 작은 사연이 하나 있답니다.

제 아내의 생일은 음력으로 7월 19일이지요. 우리네 중년 세대는 대개 생일을 음력으로 지내는데, 나는 당시 아내의 7월 19일 생일이 양력인 줄 알았지요. 그래서 7월 19일 가까이에 축일이 있는 성녀님들을 찾다보니 글라라 성녀님과 만나게 되더군요.

또 내가 전에 살았던 남문리 옴팡집의 바로 이웃집에서 사는 누님을 내 아내의 대모님으로 삼았는데, 그 대모님의 세례명이 글라라여서 좀더 쉽게 글라라 성녀를 선택할 수 있었지요.

해마다 아내의 영명축일과 생일 중에서 하나를 택해 아내와 우리 가정을 위한 축복미사를 봉헌하곤 했지요. 영명축일과 생일 중에서 가족이 함께 평일 저녁미사에 참례할 수 있는 요일과 만나는 날을 택해….

올해는 아내의 영명축일이 수요일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수요일은 우리 본당이 평일미사를 저녁에 지내는 날입니다. 방학인 요즘에는 아들녀석이 학원에도 가지 않으니, 천안에서 방학도 없이 공부하는 딸아이를 제외하고는 가족 모두 저녁미사에 참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찌감치 오늘 수요일 저녁미사에 아내와 우리 가정을 위한 축복미사를 봉헌하려고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내를 위한 축복미사를 봉헌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까닭이 있는 일입니다. 그 사연을 소개하자면, 지난 7월 26일 32명의 피붙이 겨레붙이 인연붙이 및 친지들에게 보낸 내 '가족메일'의 한 대목을 우선 소개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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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평화 (오소서, 성령님. 새로 나게 하소서)

★오늘은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부모 성 요아킴과 성녀 안나 기념일'일세. 다시 말해 우리 어머니의 영명축일.

오늘 아침 미사에는 규애엄마도 참례했네. 구갑회씨가 평일 아침미사에 참례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 물론 스스로 잠을 깨고 일어난 것은 아니고 내가 깨워준 덕분이지만, 늦잠을 아쉬워하지 않고 선뜻 일어난 것은 정말 놀라운 일….

오늘은 3만원씩 두 장의 예물봉투를 준비하여 두 가지 지향으로 미사를 봉헌했네. 하나는 오늘 영명축일을 맞으신 어머니를 위한 축복미사, 또 하나는 폐암이라는 중병으로 병원에서 임종이 임박한 규애엄마의 한 친구(공주사대부고 동창)를 위한 생미사.

일찍이 천주교 신자가 되었으나 오랫동안 신자생활을 하지 않은 그 친구를 위해 규애엄마가 미사예물봉투에 적은 지향은 "000(요안나)가 병상에서 하느님 신앙을 회복하고 신부님을 청해 종부성사를 잘 받고 선종하기를…"이었는데, 신부님은 그냥 간단히 "아무개의 쾌유를 비는 생미사입니다."라고 미사 지향을 알리셔서 아쉬운 마음이 없지 않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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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병상의 친구를 위해 지난 7월 26일 미사를 봉헌했던 아내는 이틀 후인 28일에는 서울 강남성모병원에 가서 문병을 하고 왔지요. 개신교 계통 직장 관계로 잠시 개종을 했던 그 친구가 다시 천주교로 돌아와서 원목 신부님으로부터 종부성사를 받은 사실에 대해서는 다행스러워 하면서도, 아내는 임종이 가까운 그 친구의 처지를 몹시 안타까워하더군요.

어제 아내는 하루종일 우울한 기색이었습니다. 오전에 그 친구의 임종 사실을 전해 들었기 때문이지요. 공주사대부고 15회 여자동창회의 총무로 수고하는 아내는 서울과 대전 천안 등지의 동창들에게 전화를 하더군요. 그 친구의 죽음을 알리며 가능하면 문상을 가라는 내용이었지요.

그런데 아내는, 자신은 그 친구가 임종하기 전에 문병을 하고 왔으니 문상은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문상을 하지 않는 대신 그 비용으로 연미사를 봉헌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문상을 하는 것보다 연미사를 지내주는 것이 진실로 그 친구를 돕는 일이라는 뜻이었습니다.

나는 아내의 뜻대로 미사예물을 준비하여 세상 떠난 그 친구를 위해 어제 연미사를 봉헌했습니다. 그리고 아내의 영명축일인 오늘은 아내를 위한 생미사를 봉헌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요즘 이런저런 일로 지출이 많아서 미사예물 지출을 좀 줄이려는 뜻이었습니다. 그 대신 음력 7월 19일 아내의 생일에는 미사를 봉헌하기로 했습니다. 그런 내 뜻에 아내가 고마워하는 마음으로 동의를 해주었습니다.

지출이 좀 많더라도, 어제와 오늘 연이어 두 번 미사를 봉헌하는 일이 물론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그렇게 하고픈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찍이 예정되었던 아내의 영명축일 축복미사를 뒤로 미루고 그 대신 세상 떠난 친구를 위해 연미사를 봉헌하는 것에 어떤 희생과 양보의 뜻이 결부되고 좀더 의미가 살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나는 아내의 축복미사를 위해 준비했던 미사예물을 봉투에서 꺼내어 연미사를 청하는 예물봉투 안에 넣었습니다.

내가 결코 부자는 아니로되 아내의 영명축일 미사봉헌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몹시 궁색한 처지는 아닌데도 너무 쩨쩨한 짓이 아닐까 싶어 잠시 쓴웃음이 나왔지만….

아무튼 오늘이 아내의 영명축일임에도 아내를 위한 축복미사를 봉헌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일단은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입니다. 그렇지만 내 마음이 그다지 무겁지는 않습니다.

축복미사는 봉헌하지 않기로 했지만, 오늘 영명축일을 맞은 아내에게 이 게시판을 통해 축하를 보냅니다.

아울러 오늘 영명축일을 맞은 이 게시판의 모든 글라라 자매님들께도 축복을 드립니다.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늘 기쁘고 보람찬 나날 이루시기를…!!


(040811)
충남 태안읍 샘골에서 지요하 막시모 합장 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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