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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가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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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04-08-26 ㅣ No.70406

 

 삶을 살아가면서 초대하지 않은 불청객들을 종종 만나게 됩니다.

환절기에 찾아오는 감기가 그렇습니다. 모기도 부르지 않았는데 용케 찾아옵니다. 그런가하면 컴퓨터에 바이러스가 찾아오기도 합니다. 원하지 않는 수많은 메일들이 우편함에 쌓이곤 합니다.  분명 초대하지는 않았지만 불쑥불쑥 우리를 찾아오는 불청객들입니다.


 본당에 있을 때 가끔씩 손님들이 올 때가 있었습니다.

전에 있던 본당의 교우 분들이 오실 때도 있었고, 길을 가다가 성당이 있어서 기도하기 위해서 오신 분들도 있었고,  군인을 면회 왔다가 성당에 오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런가하면 그리 반갑지 않은 분들이 찾아올 때도 있었습니다. 성당에 와서  구걸하시는 분도 더러 계시고, 약주를 드시고 하소연하러 오시는 분도 계시고, 물건을 팔러 오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성당을 찾아오는 분들 모두에게 같은 마음으로 대해야 하는데, 돌아보면 그렇지 못할 때가 많이 있었습니다.


 본당을 떠나 다른 곳에서 일을 하면서 문득 자리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사전을 찾아보니 크게 3가지 정도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첫째는 공간이나 지역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물 좋은 자리, 경치 좋은 자리, 길가 자리 등 좋은 자리는 제 값보다 더 주어야 얻을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금은 명동에 살고 있는데 제가 사는 자리는 평당 1억이 넘어 선다고 합니다.


 둘째는 사람이 눕거나 앉는 물건을 이야기합니다. 돗자리, 이부자리 등. ‘아버님 자리 봐 드려라.’ 라는 말은 주무실 수 있도록 이불을 깔라는 뜻입니다.


 셋째는 별이 지나가는 길을 뜻하기도 합니다. 흔히 별자리라고 말을 합니다. 이 말은 서열을 뜻하기도 합니다. 아랫자리, 윗자리, 낮은 자리, 높은 자리 등으로 말하곤 합니다.

직책을 뜻하기도 합니다. 회장 자리, 부장 자리, 국회의원 자리 등 의전을 담당하는 사람은 그 자리에 순서를 정할 때 신경을 쓰게 됩니다. 흔히 자리다툼이란 말도 합니다.


 마르코 복음 10장에서 제베대오의 아들 야고보와 요한은 예수님께 이런 말을 합니다. ‘선생님께서 영광의 자리에 오르실 때 저희를 하나는 오른편에 하나는 왼편에 앉게 해 주십시오.’ 같은 내용이 마태오 복음 20장에서는 야고보와 요한의 어머니가 부탁하는 내용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낙하산’이란 말이 있습니다. 실력도 능력도 없는데 높은 사람의 줄을 타고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 오게 되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사람이 있으면 조직은 생동감을 잃게 되고 때로 무너지게 됩니다. 그런 낙하산에 대한 기대가 예수님 시대에도 있었나 봅니다.


 물론 예수님께서는 야고보와 요한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 오른편이나 왼편 자리에 앉는 특권은 내가 주는 것이 아니다. 그 자리에 앉을 사람들은 하느님께서 미리 정해 놓으셨다.’낙하산은 없을 것이라고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그러면서 예수님께서는 어느 자리에 있던지 그 자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의 자세와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씀하십니다.


‘세상에는 높고 귀한 사람이 많다. 그러나 하느님은 당신의 오묘함을 겸손한 사람에게만 드러내신다.’(집회 3,20) 저는 이 말을 이렇게 생각하고 싶습니다. 높고 귀한 자리도 많지만 하느님은 겸손한 사람에게만 당신의 오묘하심을 드러내신다.


 예수님께서는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사람은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사람은 높아질 것이다.’이제 곧 서울 대교구는 의정부 교구에 속한 신부님들을 인사이동을 통해서 정식으로 보내게 됩니다. 150여명의 신부님들이 의정부 교구로 자리를 옮기게 됩니다.


 서울 대교구에 남는 신부님들이나 의정부 교구로 가시는 신부님들이나 자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자기를 높이기보다는 낮추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함께 하시면서 구원은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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