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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본당 신부님 - 어른만을 위한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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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남 [cellasam] 쪽지 캡슐

2004-09-11 ㅣ No.70977

저는 서울의 한 본당에서 중고등부의 주일학교 교사를 하고 있는 청년입니다.

저희 본당은 작아서 주임 신부님 한 분만 계십니다.

저희 본당의 중고등부 주일학교는 학생들도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 본당은 청소년을 위한 미사가 없습니다.

신부님이 한 분이시기 때문에 어른을 위해, 청소년을 위해 미사를 준비하시기 힘드시기 때문입니다.

저희 신부님은 왜 어른들이 몇 명 안되는 학생들을 위해 청소년 미사를 하고 청소년 성가를 불러야 되느냐고 큰소리로 말씀하십니다.

청소년 미사가 있을 때는 열심하지 않던 학생들이 왜 우린 우리를 위한 미사가 없냐고 묻습니다.

저희 신부님은 여름 방학 학생들을 위한 어떠한 행사에도 탐탁치 않아 하시거나 반대하십니다.

그래서 저희 본당 학생들은 여름 방학 어떠한 행사도 하지 못합니다.

저희 신부님은 교사들에게 학생들을 모으려고 애쓰지 말라 하십니다.

학생들 바쁜데 무슨 교회에서까지 학생들을 위한 일들을 만드냐시며 걱정해 주십니다.

여름 행사가 있어 가자가자 조르면 어쩌지 못해 따라가 주던 학생들이 왜 우린 여름캠프를 가지 않냐고 묻습니다.

저희 신부님은 너무나 나이가 많아 어른이시기 때문에(70대 신부님이시냐구요 ? 아니요, 아마 50대가 안 되셨을 거 같아요.) 학생들을 이해하실 수도 없고 상대하실 수도 없다고 하십니다.

저희 신부님은 어른들을 위한 미사에 뒤꽁무니에 앉아 그저 떠들기만 하는 학생들을 향해 아무런 말씀도 반응도 없으시다가 어쩌다 한 마디 하시면 아이들이 듣든 말든, 아이들과 상관이 있든 말든, 뭐든 " 아 그래, 괜찮아, 괜찮아, 훌륭해, 훌륭해 !" 하십니다.

그건 전혀 대화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마음으로 받아 주시는 말씀도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다른 6명의 교사들과 함께 교사피정도 하고 회합도 하고 함께 기도도 하고 성서도 읽습니다.

저와 다른 6명의 교사들은 피정 때 가본 다른 본당의 중고생을 위한 미사(보좌 신부님이 계셔서 앞에 앉은 몇 명의 학생들을 위해 미사를 이끌어 가시고 뒤에 앉아계신 어른들은 그 미사에 기꺼이 함께 하시는 미사)를 봉헌하고는 부러움에 눈물을 흘립니다.

저희 신부님은 본당의 어른들을 위한 사목에서 한 발짝도 청소년을 위해 발걸음을 떼시지 않는데 말입니다.

저희 본당은 교회의 미래인 청소년은 없습니다. 있다면 '섬'인 거지요.

저희 본당은 교회의 미래인 청소년을 돌아볼 틈과 눈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저희가 피정 때 가본 본당에도 저희 본당에도

똑같은 중고등학생이 있습니다. 똑같은 마음으로 열심한 주일학교 교사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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